<인터스텔라>(2014)는 딸을 (책장 사이) 지척에 두고도 수십년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가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대단원의 막을 그린 ‘가족 드라마’였다. <인터스텔라> 이후 3년 만의 극영화 신작. 인류 역사상 최악의 시기로 기록되는 2차 세계대전의 서스펜스를 그린 <덩케르크> 역시 그런 지점에서 보자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세계관을 여실히 보여줄 작품이다. 됭케르크 철수작전, 일명 ‘다이나모 작전’은 1940년, 나치 독일군에 몰려 프랑스 북부 됭케르크 해안 지역에 고립되어 있던 영국과 프랑스 병사 33만여명을 구출한 기적의 실화를 다룬다. 눈앞에 집이 보이지만 돌아가지 못한 채 몰살당할 위기에 처한 젊은 병사들. ‘살아남아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곧 이 거대한 역사에서의 진정한 ‘승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목숨 걸고 후퇴했던 9일간의 처절한 기록을 통해 크리스토퍼 놀란은 희망을, 인간애를 발견하려 한다.
이제 10번째에 이른 장편 작업. <덩케르크>의 바탕에는 놀란의 변화를 점치게 하는 요소들이 적지 않다. 처음으로 오리지널 시나리오도, 리메이크도, 원작 소설이나 원작 만화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작품이자 우주나 미래 배경의 SF 장르가 아닌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첫 작품이다. 더군다나 데뷔작 <미행>(1998)부터 <메멘토>(2000), <다크 나이트> 시리즈, 메가히트작인 <인터스텔라>에 이르기까지 함께 시나리오를 집필한 동생 조너선 놀란의 이름이 빠져 있는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2천만달러의 수익에 더해 흥행 수익 20%가 추가 지급되는 파격적인 계약조건(<킹콩>(2005) 때 피터 잭슨 감독 이후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도 착수 초기부터 화제를 불러모았다. <맨 오브 스틸>(2013)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2016) 등 제작자로서의 성과는 성에 차지 않지만 그간 쌓아온 연출자로서의 명성은 <덩케르크>로 입증된 셈이다.
물론 기대감의 저변에는 ‘놀란 사단’의 활약이 더해진다. 놀란의 파트너인 에마 토머스의 기획이 밑바탕. 예고편에서부터 이미 한스 짐머의 음악이 긴장을 더하는데, 짐머는 <다크 나이트> 시리즈,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 벌써 놀란의 작품에 여섯 번째 참여하고 있다. 마크 라일런스(스티븐 스필버그의 <스파이 브릿지>(2015)에서 소련 첩보원으로 등장,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최근 할리우드 대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 배우, 마크 라일런스다!), 케네스 브래너, 제임스 다시 등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해 기대를 더하지만 그보다 반가운 이름들이 앞선다. 이번이 다섯 번째 협업으로 이제는 놀란 영화에 안 나오면 섭섭한 킬리언 머피와 <다크 나이트> 시리즈와 <인셉션>을 함께한 톰 하디는 빠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궁금한 지점인 비주얼적인 측면을 가늠해볼 단서도 많다. 촬영감독 호이터 판호이테마가 <인터스텔라>의 블랙홀을 화면에 이어 40만 병사들의 처절한 사투를 기록한다. 아이맥스 카메라와 슈퍼 파나비전 65mm, 필름카메라 촬영으로 2차대전의 스케일을 담을 예정. 최소한의 CGI, 아날로그 구현을 원칙으로 하는 감독의 의지도 <덩케르크>를 기대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전투 장면 촬영에 됭케르크 해안을 배경으로 당시 전투에 쓰였던 전함과 구축함이 고스란히 화면으로 옮겨온다니 놀란의 고집도 놀랍고, 그 물량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도 놀랍다. 리 스미스(편집), 네이선 크로리(미술), 제프리 커랜드(의상) 등 주요 키스탭도 놀란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다크 나이트> 시리즈부터 호흡을 맞춰온 이들이다.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것일까. 공개된 예고편에는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게 너무 많다. 놀란의 첫 전쟁영화의 서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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