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감독들의 감독들⑤] <페리스의 해방> 존 휴스 - 신나잖아! 유쾌하잖아!
2017-09-18
글 : 김현수
<페리스의 해방>

‘브랫팩 틴에이지 로맨스’ 영화의 대부. 1980년대에 활동하며 인기를 누리던 하이틴 스타들을 일컫는 ‘브랫팩’이란 단어는 존 휴스 감독의 작품 세계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그가 각본과 연출을 도맡아 성공시켰던 <아직은 사랑을 몰라요>(1984), <조찬클럽>(1985), <신비의 체험>(1985), <페리스의 해방>, <결혼의 조건>(1988) 등을 비롯해 각본을 쓴 <휴가 대소동>(1983), <핑크빛 연인>(1986), <나홀로 집에>(1990) 등을 통해 몰리 링월드, 앤서니 마이클 홀, 빌 팩스턴, 매튜 브로데릭, 매컬리 컬킨 같은 배우들이 당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존 휴스 감독은 1980년대 할리우드 청춘영화의 상징처럼 늘 할리우드의 중심부에 존재해왔다. 그는 10대들의 눈높이에서 10대들의 일상과 사랑을 그대로 영화 안에 담아내겠다는, 지극히 간단하고 당연해 보이는 시도를 상업적으로 성공시켰다. 선정성만을 강조하며 당시에 인기를 끌기도 했던 틴에이지 섹스 코미디와는 지향이 전혀 다른 영화를 한결같이 만들었다는 점이 존 휴스만의 특징이다. 그렇다고 건전하고 유익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라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이면서 유쾌하게 10대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신나게 만들었다.

그가 특히 정성을 다해 만든 <조찬클럽>이나 <페리스의 해방> 등에서 10대들을 가둬두는 학교는 더이상 교육의 장이 아니다. 주인공의 가정은 대부분 중산층으로, 부모들이 열심히 일궈놓은 현실에 일침을 놓는다. 그들에게는 당장 풍요로운 일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섹스나 마약에 탐닉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영화의 목적은 10대들을 선정적으로 다루지 않으면서 말 그대로 해방감을 선사하고 극장 문을 나설 수 있게 해준다.

그가 창조한 영화 속 주인공과 달리 존 휴스 감독은 아주 얌전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웃이라고는 대부분 노인과 소녀들뿐인 동네에서 친구도 없이 홀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자연스레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했다.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존 휴스 감독이 대도시 시카고로 이사를 하게 됐는데 그때 마침 비틀스와 밥 딜런, 존 레넌이라는 신세계를 경험하고는 충격을 받은 뒤 영웅처럼 떠받들기 시작했다. <페리스의 해방>에서 거침없이 현실을 따져묻는 그의 대사가 어디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이렇듯 평범하기 짝이 없던 10대 시절을 보낸 그가 처음 일을 시작한 것은 영화가 아니라 광고 카피라이터였다. 당시 그가 작업했던 광고와 사회생활을 하며 보고 들은 경험은 <결혼의 조건>이나 <휴가 대소동> 같은 코미디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가 두세편의 시나리오를 쓴 뒤 연출까지 겸해 내놓은 데뷔작 <아직은 사랑을 몰라요>는 개봉하자마자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그 기운을 이어받아 <조찬클럽>과 <페리스의 해방>을 연이어 성공시킨다.

그는 인기의 정점에 있을 때 청춘영화에만 머물지 않고 관심사를 가족 전체로 넓혀 등급이 낮은 영화들을 내놓게 된다. 그가 각본을 쓴 <나홀로 집에>의 성공은 존 휴스식 가족 코미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영화는 1990년 최고 흥행작이자 코미디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작으로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80년대와 90년대를 지나면서 하이틴 로맨스와 가족 코미디 영화는 점차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시대와 세대 모두 급변하기 시작했다. 10대를 스크린에 불러세우려면 <클루리스>(1995)처럼 패션을 소비하게 하거나 혹은 <아메리칸 파이>(1999)처럼 섹스 어필해야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도 존 휴스 감독의 영화정신을 잇는 영화들은 계속 등장했다. 린제이 로한을 내세운 스쿨 코미디 <퀸카로 살아남는 법>(2004)이나 가족 코미디를 표방하는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주노>(2007), 조나 힐, 마이클 세라 등 너드 코미디로 불리는 그렉 모툴라의 <슈퍼배드> 같은 영화들이 존 휴스 감독의 작품 세계를 자양분 삼아 등장했다. 최근 할리우드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슈퍼히어로영화 중에서 존 휴스 감독의 영화 세계를 직접적으로 오마주한 사례가 존 와츠 감독의 <스파이더맨: 홈커밍>이다. 존 와츠 감독은 틴에이저 슈퍼히어로로서의 정체성을 지닌 피터 파커의 원형을 1980년대를 거치며 보여준 수많은 성장 드라마 속 주인공들에게서 찾았던 것이다. <내 사랑 컬리수>(1991)를 끝으로 연출에 손을 떼고 각본 작업에만 매진한 존 휴스 감독은 <나홀로 집에> 속편을 비롯해 <34번가의 기적>(1994), <플러버>(1997) 등 가족 중심의 영화를 집필하던 중, 2009년 8월 6일 맨해튼의 웨스트 55번가를 걷다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생전에 모두 8편의 연출작을 만들었고 32편의 시나리오를 썼던 감독의 마지막이 너무 빨리 찾아왔지만 누구에게나 아름다웠던 청춘의 시절이 존재하듯 1980년대 할리우드는 청춘영화의 시대, 존 휴스의 시대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어떤 감독?

<페리스의 해방>(1986) 존 휴스 감독

누가 언급했나.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존 와츠 감독은 10대 히어로 스파이더맨 캐릭터의 원형을 존 휴스 감독 영화 속 인물들에게서 찾았다.

<페리스의 해방>

<페리스의 해방>은 어떤 영화?

어느 화창한 날 아침, 학교에 가기 싫어진 말썽쟁이 고3 페리스(매튜 브로데릭)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등교를 거부한다. 부모 몰래 여자친구 슬로안(미아 사라)과 친구 카메론(앨런 룩)과 함께 미술관, 극장 등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일탈을 벌이다가 몰래 귀가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페리스와 친구들이 도심 곳곳을 돌아다니며 벌이는 행동을 통해 중산층 가정에서 억눌린 채 살아온 10대들의 자아를 마음껏 발산하는 쾌감을 선사한다. 어른들의 이중적 잣대와 중산층 계급의 허상을 슬쩍 꼬집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주 유쾌한 코미디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피터가 친구 홈파티에 참석했다가 범죄 현장으로 가기 위해 이웃집들을 깨부수며 질주하던 장면은 페리스가 하루 동안 부모와 학교를 속이고 일탈을 벌이다가 집으로 귀가하는 마지막 장면을 오마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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