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②] <공작> 윤종빈 감독 - 일상과 필름누아르 사이의 남북 이야기
2018-01-08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프로젝트②] <공작> 윤종빈 감독 - 일상과 필름누아르 사이의 남북 이야기
<공작> 시나리오 표지.

<공작>



감독 윤종빈 / 출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 제작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처스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2018년



● 시놉시스_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리얼 첩보극.



● 포인트 : 썰전의 진수, 군사용어들의 ‘구강 액션’_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인 만큼 흑금성을 따라가는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윤종빈 감독의 영화들이 말(대사)이 많지만 유독 <공작>이 “구강 액션”이었다는 윤 감독의 팁대로 <공작>에서 인물들이 내뱉는 말은 아주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로 상대의 신뢰를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다. 누군가로부터는 이중간첩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고,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는 버리는 카드로 전락하는 스파이의 비애가 극적 긴장감과 덩달아 커지는 이야기가 될 듯하다.



윤종빈 감독

흑금성 사건. 무협영화 제목을 연상케 하는 이 사건은 1997년 12월 15대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가 주도했던 북풍 공작이다. ‘흑금성’은 안기부가 한 광고회사에 위장 취업시킨 안기부 요원 박채서씨의 암호명으로, 안기부는 그를 통해 대북사업과 관련한 공작을 시도했다. 당시 흑금성은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보위부의 경계를 뚫고 평양에 들어가 김정일을 만났다. 전작 <군도: 민란의 시대>(2014)에서 시대극이자 오락 대작을 선보였던 윤종빈 감독이 4년 만에 선보일 영화 <공작>은 상대의 신뢰를 얻기 위해 철저하게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위장해야 했던 스파이 흑금성의 공작을 집요하게 좇고, 스파이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었던 비애를 담아내는 첩보물이다.



-<공작>은 제작 과정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프로젝트인데.



=원래는 1980년대 안기부와 관련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안기부가 했던 공작들을 조사하다가 암호명이 흑금성(본명 박채서)인 스파이의 존재를 알게 됐다. 어떤 사람인지 조사해보니, ‘진짜 이런 일이 있었는가’ 싶더라.



-흑금성 사건의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나.



=한국의 정보기관도 정치인이나 민간인을 사찰하고 댓글이나 단 게 아니라 대북 공작을 굉장히 치밀하게 했구나 싶었다. (웃음) 흑금성이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에 뛰어들게 되는데 그 이야기가 너무나 영화적이었다. 기사나 자료가 한정적인 비사라 이야기의 전말이 너무 궁금했다. 흑금성 사건을 취재했던 김당 기자를 통해 박채서씨와 연락을 취했는데 수감 중이었다(박채서씨는 북한에 군사 정보를 넘겨준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고, 2016년 5월 31일 만기 출소했다).



-이 사건의 어떤 점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나.



=이제껏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라서 재미있었다. 첩보라고 하면 영화에서 보여준 첩보 액션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실제로 스파이가 북한에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다양한 과정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또 국정원이든 청와대든 검찰이든 상부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았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위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얘기하지 않나. 그런 변명이 옳은 것인가, 조직의 논리가 올바르지 않다고 판단해 지시를 따르지 않았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소재가 부담스럽진 않았나.



=원래 제목을 <흑금성>이라고 지으려고 했지만 알려지면 안 되니까 대외용으로 지은 제목이 <공작>이다. 그렇게 부르다보니 제목이 되었다.



-실제 사건을 영화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관건은 무엇이었나.



=1991년부터 1998년까지 7년 동안 벌어진 긴 이야기고, 보통 첩보물이라고 하면 미션이 있어야 하고, 안타고니스트가 명확해야 하는데 이 사건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적으로 구성하는 게 쉽지 않았다. 실존 인물이 너무 많아 여러 인물을 압축하고, 합치고, 삭제하는 고민도 만만치 않았다.



-황정민의 어떤 면모가 흑금성에 어울린다고 판단했나.



=(황)정민 선배가 실제로 흑금성의 젊은 시절과 닮았다. 흑금성이 군인 출신이라 군인의 우직하고 순박한 얼굴과 그 이면의 반항적인 얼굴이 함께 필요했다.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이 맡은 리명운, 학성, 정 과장은 어떤 역할인가.



=리명운은 자본주의를 공부한 엘리트 출신으로 외화벌이를 책임지는 북한 권력층 내 핵심인물이다. 속내를 알기 힘든 사람이기도 하다. 학성은 대북 공작전을 기획하는 안기부 총책이자 흑금성의 정체를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정 과장 또한 엘리트 출신으로, 중국에 파견근무나온 북한 보위부다. 리명운과는 서로 견제하는 인물이다.



-이들이 부딪히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했을 것 같은데.



=배우 모두 너무 힘들어했다. 특히 정민 선배는 속내를 표현 안 할 수도 없고, 너무 숨기면 관객이 알아차리기가 힘들어 어느 선까지 표현해야 할지 정답이 없어 힘들어했다. (이)성민 선배는 눈알 하나 돌리는 것도 힘들다고 하더라. 눈알 하나 돌리면 깨질 것 같으니까. 또 일상에서 쓰지 않는 군사용어가 많아서 대사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구강 액션’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대사 양이 엄청났다.



-인물들이 대사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이 중요했을 것 같다.



=실제 첩보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보는 재미가 분명 있을 거다. 말과 말 사이에 긴장감이 있어야 하고, 농담 따먹기도 농담을 그냥 주고받는 게 아니었다.



-최찬민 촬영감독이 전작에 이어 촬영을 맡았는데. 첩보물이니 필름누아르풍으로 찍었나.



=현실의 어두운 면을 다소 과장해서 드러내는 스타일이 필름누아르라면 <공작>은 일상의 분위기가 중요한 이야기다. 그러면서 화면에 긴장감이 느껴져야 해서 일상과 필름누아르 사이의 톤이라고 보면 되겠다.



-영화에서 흑금성이 평양에 가서 김정일을 만나나.



=만날 수도, 안 만날 수도 있다. (웃음) 실제로 박채서씨는 김정일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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