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반>(가제)
감독 한준희 / 출연 공효진, 류준열, 염정아, 전혜진 / 제작 쇼박스, 호두앤유픽쳐스 / 배급 쇼박스 / 개봉 2018년
● 시놉시스_ 뺑소니 사고를 전담하는 조사반 소속 경찰 민재(류준열)는 뛰어난 수사력으로 팀내 에이스를 맡고 있다. 그런데 광역수사대에서 형사 시연(공효진)이 ‘뺑반’으로 좌천되어 합류하게 된다. 민재와 시연은 힘을 합쳐 광기 어린 레이서 출신 사업가 재철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 포인트 : 감정이 들끓는 카체이스_ <뺑반>은 경찰영화이면서 동시에 카체이스 액션을 통해 자동차 영화로서의 면모도 강조한다. 한준희 감독은 드니 빌뇌브의 <프리즈너스>(2013)에서 로키 형사(제이크 질렌홀)가 피를 흘리며 비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을 예로 들면서 “건조하면서도 인물의 온도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정서적인 액션”을 영화의 주된 액션 컨셉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차량이 한대 등장하는데 “회심의 자동차”가 될 것이라고도 말한다.
<뺑반>(가제)은 뺑소니 사고 조사를 전담으로 하는 경찰 내 수사팀을 중심으로 범죄자 소탕을 위해 헌신하는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데뷔작 <차이나타운>(2015)을 통해 누아르영화의 독특한 변주를 시도했던 한준희 감독은 이번에도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그는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경찰영화의 외피에 카체이스 액션이라는 토핑을 얹음으로써 독특한 스타일의 액션 드라마를 선보이려 한다. 경찰과 자동차, 그 어떤 것도 먼저 튀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영화 <뺑반>은 과연 어떤 신선함을 안겨줄까.
-제목 <뺑반>은 뺑소니 사고 조사반의 줄임말이다. 교통경찰에 관한 이야기인가.
=뺑소니라는 단어의 어감은 강력범죄나 거대 기업의 비리보다 규모가 작거나 혹은 덜 위협적이라고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정말 처참하다. 자동차는 탈것이면서 동시에 잘못 쓰이면 거대한 흉기로 돌변한다. 게다가 보통 뺑소니를 실수라고 생각하는데 틀렸다. 정확히는 잘못이며 범죄다. 또 한국 사회에서 자동차는 계급적 욕망을 투영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차에 열광하는 걸까, 그 욕망이 궁금했다. 거기에 더해서 단순히 경찰이 등장하는 영화가 아닌, 경찰이라는 직업에 관해서 그리고 경찰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차이나타운> 때처럼 각자 자기 일을 하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데뷔작 <차이나타운>에 이어 이번에도 직접 각본을 썼나.
=2년여 전 <1987>(2017)의 김경찬 작가로부터 원안을 받았다. 그때는 <베테랑> (2015)에 가까운 분위기의 이야기였다. 뺑소니 사고 전담반이라는 설정 정도만 놔두고 혼자 각색했다. 지금 버전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새로 창조한 캐릭터들이다.
-아직 촬영 전이다.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지금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로, 일단 캐스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주·조연 캐스팅은 일부 완료됐고 동시에 헌팅도 진행하고 있다. 크랭크인은 3월 초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현재 캐스팅 완료된 배우는 공효진, 류준열, 염정아, 전혜진이다. 이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맡게 되나.
=가장 중심이 될 인물은 3명 정도다. 그들을 둘러싸고 다양한 면면을 보여줄 인물들이 등장한다. 먼저 류준열이 연기할 민재는 평범한 경찰은 아니다. 유능한 경찰인데 말로 설명이 어려운 이상한 재능을 가졌음과 동시에 경찰로서 살아가는 이유가 명백한 역할이다. 공효진이 연기할 시연도 마찬가지다. 전혜진과 염정아 역시 경찰 역인데 각자 다른 결을 지녔다. 이 모든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그동안 이들이 보여주지 않았던 면을 드러낼 수 있는 역할인가라는 물음이었다.
-이들이 영화에서 맞닥뜨릴 악의 축, 재철은 어떤 인물이며 과연 누구에게 맡길지 고민이 컸을 텐데.
=일종의 안타고니스트다. 몇몇 기사에서 재벌 캐릭터라고 소개됐는데 그렇지는 않고 자동차 사업을 하는, 차와 속도에 있어서만큼은 굉장히 뛰어난 인물 정도로 설정했다. 아직 재철 역의 캐스팅은 미정이다.
-자동차가 등장하는 경찰영화로서 다양한 카체이스 장면을 기대해도 될까? 장르적인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사전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카체이스 장면은 연출부의 가장 큰 고민이다. (웃음) 기본 전제는 기교가 중심인 카체이스보다는 배우들의 얼굴이 더 잘 보일 수 있는 감정적인 자동차 추격 신이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또한 자동차영화로서 기능할 수 있는 다양한 차종이 등장할 수 있게 노력 중이다. 머스탱류의 머슬카도 나오고 각종 튜닝카를 비롯해서 F-1 경기 등에서 볼 수 있는 오픈휠 타입, 스톡카 등도 나올 거다. 그 차들이 달리기도 하고 부서지기도 하면서 다양하게 등장할 것 같다. 한편으로 일반적인 차들도 많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카체이스 장면을 구현하는 데 한국 최고의 스탭들이 함께했다. 김태경 촬영감독과 허명행 무술감독, 그리고 특수효과를 맡은 데몰리션팀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미술은 <아수라>(2016)의 장근영 미술감독이 맡았다. 구현 가능한 공간의 문제를 떠나서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이면서 영화적인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카체이스 액션이 주된 영화이면서 한국 경찰영화로서의 계보도 이을 수 있을까.
=경찰은 일의 형태 중에서도 특히 스트레스가 상당한 직업이다. 소방관이나 의사와 같은 직업이 지닌 결을 모두 갖고 있으면서 자신의 안전도 담보로 잡혀야 하는 무서운 직업이다. 그런 일을 하는 경찰들의 다양한 면모와 가치가 담긴 영화라면 좋겠다. 스탭들과 가장 많이 나눈 이야기가 있다. 여러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흔한 카체이스 장면을 보면 주변에 등장하는 경찰들이 수시로 부딪치고 다쳐 쓰러지는 장면들이 많다. 어쨌든 영화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해도 그 보조 출연 경찰 캐릭터의 입장에서는 결코 행복한 결말이 아니다. 그런 이야기를 담았으면 했다. 다양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경찰영화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