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⑨] <사바하> 장재현 감독 - 무기력한 신에 대한 원망 혹은 불만에 관하여
2018-01-08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프로젝트⑨] <사바하> 장재현 감독 - 무기력한 신에 대한 원망 혹은 불만에 관하여
북방 다문천왕. 사천왕 중 하나로 <사바하>의 중요한 키워드.

<사바하>



감독 장재현 / 출연 이정재, 박정민 / 제작 외유내강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2018년



● 시놉시스_ 종교문제연구소를 운영하며 사이비 종교 문제를 조사하던 박 목사(이정재)가 신흥 종교와 연관된 ‘사슴동산’을 수사하면서 믿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려 든다.



● 포인트 : 신흥 종교를 둘러싼 미스터리_ 영화의 줄거리가 스포일러 지뢰밭이라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인지 알아차리기가 아직 쉽지 않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십자가를 쉽게 볼 수 있는 한국의 기독교와 달리 불교, 특히 불교와 관련된 민속종교의 세계관은 일반인에게 다소 친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장재현 감독은 전작에서 구마의식이라는 낯선 종교적 소재를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재능을 보여준 바 있다. “불교 세계관을 알면 알수록 이야기가 더 재미있을 것”이라는 감독의 말대로, 종교적 소재가 사건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게 <사바하>에서 기대하는 지점이다.



장재현 감독

또 종교를 소재로 한 영화다. <사바하>는 장편 데뷔작인 전작 <검은 사제들>(2015)에서 구마(驅魔)의식이라는 낯선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내, 비평과 흥행 모두 주목받았던 장재현 감독이 3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눈썰미가 있는 관객이라면 제목만 보고 불교 세계관과 관련된 이야기일 거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의 ‘사바하’는 기독교로 치면 ‘아멘’ 같은 주문인데 좀더 힌트를 던지자면 이번 영화는 불교쪽 신흥 종교를 소재로 한 이야기라 보면 되겠다. “너무 추워서 다들 체력적으로 무척 힘든 상태”라는 ‘제작자’ 류승완 감독의 말대로 장재현 감독의 목소리는 무척 지쳐 있었다.



-추운데 강원도에서 힘들게 촬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80여회차 중 25회차 정도 진행되고 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장소가 많고, 전체 분량의 90%가 로케이션촬영이라 강원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다. 몹시 춥고 힘들어서 독감에 걸렸다.



-전작에 이어 이번 영화도 종교적인 소재에서 출발하는데.



=종교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고, 특히 그로테스크한 종교적 소재를 좋아해 신흥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좀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신흥 종교가 아니라 불교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사이비 종교 문제를 조사하던 박 목사라는 사람이 불교쪽 신흥 종교를 조사하다가 사슴동산이라는 곳을 알게 되고, 그곳의 엄청난 비밀이 밝혀지는 이야기다.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는 아니다.



-불교쪽에도 신흥 종교가 많나.



=우리나라 민속 종교(민간 신앙) 대부분이 신흥 종교라 할 만하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고, 부처를 규정하는 허용 범위도 넓을뿐더러 기독교와 달리 신자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따로 없다. ‘서울시 성북동에 부처가 10명 이상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도는 것도 그래서다.



-불교쪽 신흥 종교를 다뤄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뭔가.



=지난 2015년 11월 13일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다발 연쇄 테러를 저지른 사건을 보면서 유신론자로서 신이 무기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는 사람은 고통 속에서 죽었고, 죽이는 사람은 테러를 신의 뜻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무기력한 신에 대한 원망 혹은 불만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건이 불교 세계관과 관련 있는 건가.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사천왕(四天王)과 연관 있다. 사천왕은 원래 고대 인도 종교에서 숭상했던 귀신들의 왕이었으나 불교에 귀의하여 부처님과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다. 그 개념을 영화적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다. 이 세계관이 다소 어렵고 정보가 많은 까닭에 설명을 하는 장면이 많다.



-대사로 설명해야 할 정보가 많아 다소 설명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현대영화에서 속도감은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관객이 알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친절함과 속도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레퍼런스라 할 만한 영화가 있나.



=<다빈치 코드>(감독 론 하워드, 2006)?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나 서사를 풀어나가는 데 참고했다.



-이정재가 연기하는 주인공 박 목사는 어떤 인물인가.



=박 목사는 불교계 신흥 종교를 조사하는 사람인데 그의 목적은 가짜를 좇는 것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진짜를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큰 남자다. 자본주의적이고 모던한 캐릭터라서 밝은 면도, 그 이면도 가지고 있는 이정재씨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이정재씨도 시나리오를 보고서 “재미있다”고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박정민이 맡은 캐릭터 나한은 베일에 싸여 있던데.



=교주인데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다. 박정민씨가 선과 악을 포함한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고, 나이에 비해 원숙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어 캐스팅하게 됐다.



-영화를 강원도 여러 곳에서 찍는 이유가 뭔가.



-이야기의 주요 공간이 스포일러와 관련돼 있어 정확한 지명을 밝힐 수 없지만 강원도의 네개 지역이다. 사천왕과 관련되어 있고 이야기의 중요한 테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강원도의 풍경과 좀 다르게 표현하려고 한다. 이곳에서 그로테스크한 세계관이 그려질 것 같다. 박 목사는 밝고 모던한 반면 교주는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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