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프로젝트①] <골든슬럼버> 노동석 감독 - 서울 도심 액션에 애틋함과 미안함을 느끼는 음악을 더하다
2018-01-08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오계옥

<골든슬럼버>

감독 노동석 / 출연 강동원, 김의성, 한효주, 김대명, 김성균, 유재명 / 제작 영화사 집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2월

● 시놉시스_ 건우(강동원)는 언제나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성실하고 마음 착한 택배 기사다. ‘모범시민’ 표창까지 받은 그가 어느 날 유력 대선 후보를 암살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모든 증거가 건우를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어떻게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건우의 고교 동창이자 라디오 리포터 선영(한효주), 대학 시절 건우와 밴드 활동을 함께했던 이혼 전문 변호사 동규(김대명)와 컴퓨터 수리공 금철(김성균), 의문의 남자 ‘민씨’(김의성)가 사건에 얽혀든다.

● 포인트 : 영화음악에 주목_ ‘밸런스.’ 최근 <골든슬럼버> 후반작업 중인 노동석 감독은 다양한 영화적 요소들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이 영화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긴박하게 진행되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만큼 등장인물간의 사연을 소개해주는 과거도 중요하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라는 두 시점의 리듬과 밸런스에 주목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더불어 사운드에 있어서도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전자음과 긴박한 장르적 느낌을 기본으로 하되, 건우와 친구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나는 정서적 사운드와 음악을 사용해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 했다고.

노동석 감독

“훌륭한 소년이 될 거예요?” 배우 유아인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노동석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6)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끝났다. 암담하고 처절한 현실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잃지 않으며 사람의 온기에 의지해 가까스로 한 걸음을 내딛었던 소년. 영화 속 종대(유아인)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면 노동석 감독의 신작, <골든슬럼버>의 주인공 건우(강동원)의 나이쯤 되지 않았을까. 노동석의 세 번째 장편영화 <골든슬럼버>는 유력 대선 후보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한 ‘모범시민’의 뒤를 좇는다. 노동석 감독 특유의 현실적인 휴머니즘을 보다 큰 스케일로 확장한 이 작품은 “한 사람이 잃어버렸던 자기 존재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험담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일본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으로부터 어떤 매력을 느꼈나.

=슈퍼히어로가 등장해 고난을 헤쳐나가는 게 아니라 평범한 소시민이 거대한 음모에 휩싸인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 사건을 조명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을 둘러싼 친구들과의 사연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는 점 또한 한국적 정서와도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 <골든슬럼버>는 조작된 이미지와 정보의 희생양이 된 한 남자를 통해 미디어에 날카로운 비판의 메시지를 던지는 소설이었다. 영화는 어떤가.

=최근 ‘가짜 뉴스’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처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누군가에 대한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 세상이다. <골든슬럼버>를 연출하며 이러한 지점을 관객이 최대한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 NSA(미국 국가안보국) 기밀문서를 공개한 에드워드 스노든에 대한 다큐멘터리 <시티즌포>(2015)가 도움이 됐다. 스노든이 홍콩에 가서 양심선언을 하려고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인데, 옳은 일을 위해 뭔가를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느꼈을 두려움과 무서움이 <골든슬럼버>의 건우가 느끼는 감정과 닮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김건우는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의 중심에 놓여 있는 인물이다. 사람 좋은 택배 기사라는 설정인데, 쿨하고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한 강동원을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하다.

=동원씨가 외모는 천상계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소탈하고 서민적인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정서적으로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걱정은 없었다. 물론 ‘강동원이 택배 기사를?’이라는 물음표는 시작 단계부터 있었다. 동원씨 본인이 살도 많이 찌웠고, 최대한 자신의 외모를 가리고 평범해지기 위해 노력해줘 고마웠다. 동원씨는 배우 이전에 최근 몇년 동안 내가 만난 사람 중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다. 요즘도 자주 꿈에 나타날 정도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인생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한 사람인 것 같고, 무엇보다 머리가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 어떤 경우에도 최대한 귀를 열고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는 배우였고, 이 작품에서 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았다.

-다른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배우 한효주씨가 연기하는 선영은 극중에서 건우의 친구이자 ‘57분 교통정보’ 방송을 맡은 아나운서로 등장한다. 방송 장면을 촬영하는 날 실제로 아나운서가 방송하는 듯한 모습에 모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건우의 친구 장동규 변호사 역을 맡은 김대명 배우와 금철 역의 김성균 배우는 동원씨와 동갑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촬영하는 내내 친구처럼 지냈다. 자주 모여 술도 마시고 사는 얘기, 인생 얘기도 많이 나누더라.

-김건우라는 인물이 유력 대선 후보의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는 순간부터 <골든슬럼버>는 도주극으로서의 장르적 색채를 띤다. 어떤 볼거리를 기대할 수 있을까.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도주가 이뤄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차가 폭파되는 장면은 한국영화에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장면일 거다. 서강대교에서의 카 스턴트도 스탭들의 노력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건우가 액션 히어로 같은 인물은 아니다 보니 허명행 무술감독과 함께 최대한 사실적이고 인간미 있는 액션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슬랩스틱의 느낌이 나는 유머러스한 액션 장면도 있다.

-원작 <골든슬럼버>에서는 비틀스의 음악 <Golden Slumber>가 중요한 테마곡으로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어떤 음악을 사용했나.

=이 영화를 본 관객은 두 가지 음악을 기억하게 될 거다. 비틀스의 <Golden Slumber>와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한국 모 가수의 노래다. 이 뮤지션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가 느끼는 특유의 정서가 있다. 애틋함과 미안함. 이 감정이 주인공 건우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질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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