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⑩] <상류사회>(가제) 변혁 감독, "보통 사람이라고 믿는 우리의 자화상"
2018-01-08
글 : 송경원| 사진 : 백종헌|
[프로젝트⑩] <상류사회>(가제) 변혁 감독, "보통 사람이라고 믿는 우리의 자화상"

<상류사회>(가제)



감독 변혁 / 출연 박해일, 수애, 윤제문, 라미란, 김강우, 이진욱 /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2018년 상반기



● 시놉시스_ 소신 있는 대학교수 장태준(박해일)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정계 진출을 꿈꾼다. 장태준의 아내이자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수애) 역시 관장이 되고 싶어 한다. 시민은행이란 아이디어를 이용해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장태준과 그런 그를 유심히 바라보는 세력들이 있다. 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작가이자 대기업 총수인 한용석(윤제문)과 그의 아내이자 미술관 관장인 이화란(라미란)은 장태준과 오수연 부부에게 주목한다. 지금보다 좀더 나은 집단, 상류사회로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부딪힌다.



● 포인트 : 상류사회의 상징 ‘현대미술’_ 상류사회를 지탱하는 가치는 권력과 돈이다. 영화는 거기에 더해 현대미술이 가지는 상징성을 부각한다. 이야기의 주요 무대 중 하나가 미술관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예술은 똥이다!”라는 대사로 압축되듯 변혁 감독이 주목한 현대미술의 속성 중 하나는 실체가 없는 예술을 둘러싼 허위의식이다. 영화에는 대기업 회장과 진짜 예술가, 두명의 작가가 나오는데 두 사람이 도달한 미술의 형태는 결과적으로 비슷하다는 게 아이러니한 재미를 안긴다. 예술, 성공, 돈으로 압축되는 상승욕구. 그 허상에 대한 날카로운 조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변혁 감독

오랜만이라는 말은 약간 어폐가 있다. 스크린 복귀는 <오감도>(2009) 이후 8년 만이지만 변혁 감독은 그동안에도 꾸준히 바빴다. 미술, 공연, 오페라 등 여러 매체와 협업을 했고 연출 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런 그가 다시금 메가폰을 잡기로 결심한 건 마침 필요한 이야기, 해야 할 이야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상류사회>(가제)는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지위를 꿈꾸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명암이 투영된 영화다. 욕망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피폐한 지옥일까 아니면 또 다른 환상일까.



-오랜만에 현장으로 복귀했다.



=꾸준히 바빴다. (웃음) 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오페라 연출, 무용 연출, 현대미술과 미디어 아트를 결합하는 작업들을 해왔다. 사회운동이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통일, 환경, 여성, 교육을 주제로 ‘7천만의 한국인들’이라는 인터뷰 프로젝트를 5년째 진행 중이다. 올해는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1년동안 상설 전시를 하고 있다. 촬영 전에는 현장이 조금 바뀌었을까 긴장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카메라 기종이 바뀐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현장 편집 시스템 등이 잘되어 있어 오히려 좀 편해졌다고 해야 하나?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한동안 영화 작업보다 다른 분야에 좀더 끌린 이유가 있나.



=한편으론 그런 측면도 있다. 영화산업은 매우 거대해졌고 자유롭게 작업할 여지는 줄어들고 있다. 반대로 파급효과는 훨씬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고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도 초청받아 다녀왔는데 아직까지도 <주홍글씨>(2004)의 변혁 감독으로 소개받는 경우가 더 많은 걸 보면. (웃음) 영화판을 떠났다기보다는 비슷한 작업을 계속 해왔다. <상류사회>도 시나리오 준비작업만 3년 정도 걸렸다.



-<상류사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야기에 꽂혀서 영화를 한 적은 없는 편이다. 그때그때 관심사가 나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나는 분주하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항상 쫓기듯이 뭔가를 향해 달려가는 게 대도시에서의 삶이다. 겉보기엔 부족함 없는 사람들도 조금 더 높은 위치로 가려고 버둥거리다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고 있다. 신기루 같은 상승욕구를 다뤄보고 싶었다. 영화 <자유부인>(감독 한형모, 1956)을 오페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처음 얻었다. <자유부인>을 현대판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자유부인이 그토록 꿈꿨던 세상이 됐는데 <자유부인> 속 인물들이 지금 다시 태어난다면 과연 행복할까. 결핍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런 질문들에서 시작했다.



-<주홍글씨>를 비롯해 기본적으로 욕망에 대한 탐닉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것 같다.



=차별성이 있다면 이야기 자체보다는 시대의 차별성일 거다. 예전에는 말 그대로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성공을 지향했다면 <상류사회>의 동력은 비교우위다. 객관적으로 풍요로운데 더 잘 살아보겠다는 상대적 욕망. 꼴등 하는 친구가 일등 하는 플롯이 아니라 2등하는 사람이 1등의 세계로 들어가고자 발악하는 이야기다.



-무엇을 보고 상류사회라고 하는 걸까.



=그 기준이 없다는 게 지금 시대의 욕망인 것 같다. 항상 자기보다 조금 나은 상태를 상류사회라고 지칭하고 있다. 터무니없이 잘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대기업 회장의 삶은 실감할 수 없어 대체로 무신경하다. 하지만 옆집이 나보다 조금 더 잘사는 건 신경이 쓰이는 게 현재 대한민국의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존재하지만 실상이 없는 감정이랄까. 상대적인 기준만 있어서 항상 피곤한 사회를 그리고 싶었다. 주인공인 대학교수, 미술관 부관장도 그런 욕망의 함정에서 허우적거리는 인물들이다.



-장면마다 시대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대사가 풍성하다.



=특별히 공을 들였다. (웃음) 적어도 한 장면에 하나는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대적인 상황들을 녹여냈다. 중요한 건 시대의 욕망을 읽는 거다. 위로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우리가 괴물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그래서 여러분, 지금 잘 살고 있나요.



-관객에게 이 점을 주목해달라고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이런 소재는 잘못하면 현실에서 떠 있는 그들만의 판타지를 보여주는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부자들의 화려한 생활을 전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보통 사람이라고 믿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박해일, 수애 등 배우들의 존재감이 영화를 현실에 밀착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다. 주로 서민적인 역을 맡아왔던 윤제문, 라미란 배우의 이미지를 역전시킨 것도 재미있었다. 진짜 재벌들을 보면 사실 평범하게 생기지 않았나. 아마 너무 잘 어울려서 놀랄 거다. (웃음)

이어지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