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키즈>
감독 강형철 / 출연 도경수, 박혜수, 재러드 그라임스, 오정세, 김민호 / 제작 안나푸르나필름 / 배급 NEW / 개봉 2018년 하반기
● 시놉시스_ 1951년 한국전쟁 중 거제도의 포로수용소. 반항적인 성격의 북한군 로기수(도경수)는 우연히 브로드웨이 출신 흑인 장교 잭슨(재러드 그라임스)의 춤을 보고 탭댄스에 빠져든다. 잭슨이 만든 오합지졸 댄스팀의 팀원으로 합류한 로기수. 아내를 찾으려는 바람으로 춤을 추는 강병삼(오정세), 춤에 대한 재능을 타고났지만 협심증으로 1분 이상 춤을 추지 못하는 중공군 샤오팡(김민호), 돈 벌려고 춤을 추는 양판래(박혜수) 등이 한조가 된다. 각자의 꿈을 춤으로 실어나르던 것도 잠시, 이념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수용소에서 춤을 향한 그들의 꿈도 위기를 맞는다.
● 포인트 : 살 떨리는 라이선스 선곡은 어디까지_ 강형철 감독과 함께 작업해온 김준석 음악감독은 ‘감독이 공동음악감독이다’라고 할 정도로 음악을 ‘놓지 않는’ 강형철 감독의 면모를 말한다. <스윙키즈> 역시 영화에서 음악의 역할은 절대적. 강형철 감독은 “그 시대 음악뿐만 아니라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음악도 썼다”고 한다. 80년대 팝송, 데이비드 보위, 비틀스 등의 곡이 그 예다. “라이선스로 다 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떨리는 선곡이지만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밀어붙였다. (웃음)” 그걸 고집하다가 판권 정리하는 데만 1년 이상 걸린 것 같다고.
<과속스캔들>(2008)과 <써니>(2011), <타짜-신의 손>(2014). 강형철 감독은 평균 3년 만에 신작을 내놓는다. 꾸준하고 성실한 필모그래피를 보유한 감독이다. 장르와 소재는 달라져도 그의 원천적 관심사에는 음악과 춤이 공기처럼 깃들어 있다. <스윙키즈>는 감독의 그 관심사를 본격적으로 내놓은 작품이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거제포로수용소. 탭댄서를 꿈꾸는 북한군 청년 로기수(도경수)의 꿈을 통해 강형철 감독은 대한민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이념’의 실체를 짚어나간다.
-한국전쟁 당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떤 관심에서 출발했나.
=디스코 영화를 원래 하고 싶었는데 잘 안 됐다. 남북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그러던 차에 누가 창작 뮤지컬 <로기수>를 소개해줬는데, 내가 하려는 이야기를 이 틀 안에 다 넣을 수 있겠더라. 춤 이야기도 있고, 남북 이야기도 있다. 거제포로수용소 안에서 같은 포로끼리 이념전쟁을 벌인다. 이 나라가 왜 갈라진 채 이렇게 살고 있는지, 순박했던 사람들이 이념주입으로 악당이 되는 근원이 무엇인지를 이 안에서 짚어보고 싶었다.
-<과속스캔들> <써니>를 통해 보여준 코미디를 바탕으로 그 위에 감동을 접목시키는 강형철 드라마의 색깔이 분명히 있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과 그런 요소들이 어떻게 접목될지 궁금하다.
=한국전쟁이라는 엄청난 비극이 있었다. 그 시대에 춤을 추고 싶었지만 추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로기수가 어느 날 탭댄스에 빠지는데 춤을 추면 반동분자로 낙인찍힌다.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한국은 금기된 서적을 보면 ‘빨갱이’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북한도 미국 드라마를 보면 처벌받는다고 들었다. 춤과 노래는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이념이 뭔데, 인간의 본능마저 억압하는 걸까. ‘이념’이라는 악당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는 전쟁을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를 관통하는 것은 춤이다. 춤으로 이 시대를 관통하니 이 말도 안 되는 비극에 유머가 엿보인다. 춤이 가진 본능적인 즐거움이 보일 것 같다.
-영화 속 탭댄스의 구현이 기본이었다.
=프리 프로덕션 과정이 오래 걸렸다. 춤이 바탕이다보니 안무도 준비해야 했고, 배우들의 춤 연습 기간도 길었다. 규모가 크더라. 풀로 나오는 춤은 두번 정도고, 주로 춤 연습하고, 춤으로 얼토당토않은 배틀을 한다. 콘티로 한컷 한컷 다 그려놨는데, 막상 촬영 때는 기교보다 배우들이 잘하는 게 중요했다. 1년 동안 모여서 탭댄스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못하더니 지금은 어디 내놔도 재롱잔치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웃음)
-한국전쟁 당시 상황을 촬영에 구현해야 했다. <밀정> <남한산성> 등을 통해 시대극의 공기를 불러오는 데 능통함을 보인 김지용 촬영감독과의 협업이 기대된다.
=옛날 컬러 사진 느낌을 구현하려고 했다.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어릴 적 사진 보면 현상한 사진의 톤이 있다. 말하자면 미세먼지 없던 시절의 공기다. 김지용 촬영감독이 계속 색보정하면서 채도와 톤을 찾아나가고 있다. 원래 좋아했던 촬영감독인데, 드디어 영화 인생의 파트너를 만난 것 같다. 이번처럼 전적으로 촬영을 맡긴 건 처음이다. 그가 이번엔 어떤 앵글을 잡을까 궁금하더라.
-로기수는 반항적인 면모에서 출발해서 점차 자신의 꿈을 찾아나가는 소년이다. 그간 도경수 배우가 주로 해온 다소 어두운 캐릭터와 달리 그의 새로운 면모를 선보일 것 같다.
=도경수는 맨날 업고 다니고 싶다. 우리 경수, 우리 경수 하면서. (웃음) 가끔 이 영화 찍으려고 태어난 배우, 이 사람 아니면 안 되는 배우가 보이는데, 이번의 도경수가 그랬다. 같이 촬영하다보니 어린 나이인데도 가볍지 않고, 너무 멋있는 가치관을 가졌더라.
-무대 위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멤버라는 점이 탭댄스 연기에 도움이 됐겠다. 애초에 염두에 둔 캐스팅이었나.
=엑소에서 보컬 전문인 걸 모르고 착각하고 있었다. (웃음) 탭댄스는 또 다른 춤이라 약간 다르긴 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신체훈련이 잘되어 있어 금방 학습이 됐다. 대역 없이 고난도 레벨까지 다 소화하고 있다.
-전체 춤 안무와 구성은 어떻게 진행하나.
=탭댄스를 잘 추되 연기도 돼야 했다. 스카이프로 외국 배우들의 오디션을 많이 봤고, 많이 출연한다. 그중 스윙키즈를 만든 흑인 중사 잭슨 역의 재러드 그라임스 역할이 크다. 브로드웨이에서 인정받는 실력파 댄서로 정말 춤으로는 끝내줬는데, 스크린 연기는 경험이 부족하니 처음엔 걱정이 되더라. 촬영 전부터 영화 컨셉에 맞는 디렉션을 많이 주고, 콘티 설명을 많이 했다. 편지도 많이 주고받았고, 현장에서 한국 음식도 잘 맞더라. (웃음) 사전 인지와 소통이 잘돼 좋은 연기가 나온 것 같다.
-전작을 통해 배우들의 새로운 면모를 연출해내는 데 탁월하다. 이번 영화의 박혜수 배우 역시 그런 면에서 나름 발견이 될 것 같다.
=여성배우가 꼭 중요한 역할로 나왔으면 했다. 이 캐릭터의 시작은 우리 할머니였다. 할머니의 소녀 시절을 소환시켜서 그녀에게 다시 청춘을 주고 싶었다. 당시 한국 여성들이 남성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온갖 고초를 겪는다. 과부가 되어 생계를 책임져야 했지만 그녀들에게도 꿈이 있었다. 박혜수가 연기한 양판래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런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