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은 건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체질이다. 이선빈이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들려준 자신의 걸그룹 연습생 시절이 그랬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노래와 춤 연습이 끝나면 전단지 배부, 오리고깃집·삼겹살집·아이스크림 가게 아르바이트 등 온갖 종류의 일을 했다. 일이 끝나면 난방도 안 되는 연습실에서 쪽잠을 잤다. 김성훈 감독이 일찍이 세상에 눈을 떴던 그에게서 <창궐>의 사연 많은 여성 덕희를 발견한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곽시양의 애인으로 아주 잠깐 등장하는 <굿바이 싱글>이 그의 첫 영화 출연작이지만 제대로 된 연기를 선보이는 영화는 <창궐>이 처음이다. <창궐>에서 그가 맡은 덕희는 밤에만 출몰하는 ‘야귀’에 맞서는 이청(현빈) 무리의 유일한 여성 캐릭터로, 활쏘기에 능하다. 이선빈은 액션 신이 많은 시대극인 만큼 “활쏘기, 말타기를 체화하기 위해 촬영 전 철저하게 연습”하되 덕희를 “연기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조우진, 조달환, 정만식 등 여러 동료 배우들과 부딪히면서 만들어가는 게 더 수월한 캐릭터”라고 보았다. 넉살 좋은 성격을 발휘해 선배 배우들과 잘 어울렸고, 동료들은 막내 같은 그에게 “(배역 이름을 변형한) ‘덕순이’ , (순전히 천안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김성훈 감독이 붙여준) ‘호두과자’ 같은 별명을 붙여주었”다. 이 영화 바로 전에 출연했던 드라마 <38사기동대>에서도 팔색조 꽃뱀 조미주 역할을 맡아 마동석, 서인국 등 동료들과 잘 어울렸다고 하니 원만하고 담백한 그의 성격은 어딜 가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할 팔자였다. “부모님을 포함해 친가와 외가의 많은 끼를 자연스럽게 물려받았다”는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 극단 학전의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김민기 대표의 눈에 띄어 아동극 <무적의 삼총사>에 올랐”다.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의 매력에 눈뜬 뒤 고3 때 걸그룹 연습생으로 눈물 젖은 빵을 먹다가 그만두고, 프리랜서 모델로 활동하다가 단역 생활을 했”다. 그는 “프로필 사진을 봉투에 꽉꽉 채워서 에이전시 사무실을 일일이 찾아가며 직접 돌렸”고, 그 정성이 통했는지 중국 드라마 <서성 왕희지>에서 배우로 데뷔할 수 있었다. 당시 활동했던 이름은 본명인 이진경. 하지만 “당시 드라마 주인공 이름으로 불리는 게 유행했고, 진경 선배님도 계신 데다가 이미지가 중성적이라서 ‘이선빈’으로 바꾸었다”는 게 그의 설명. 먼저 선(先), 빛날 빈(彬)으로, ‘먼저 빛나라’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질리지 않고 오래가는 배우가 꿈”이라고 하니 그의 성실함과 꾸준함이라면 자신의 이름 따라 오랫동안 빛나는 배우가 될 것이다.
“뭐든지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배우다.” _<창궐> 김성훈 감독
단순히 시나리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것을 캐릭터에 반영하는 그의 연기 방식을 두고.
노래 없이는 정말 못 살아
어릴 때부터 뮤지컬 배우, 걸그룹 연습생을 한 전적답게 이선빈은 음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고 한다. <복면가왕>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수 못지않은 노려 실력을 공개했고, <라디오 스타>에서는 자작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연기를 하고 있는 요즘에도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룸메이트와 노래방에 간다”고. “가장 좋아하는 노래? 너무 많다. 좋아하는 곡만 따로 모아 앨범 하나를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웃음)”
영화 2018 <창궐> 2016 <굿바이 싱글> TV 2017 <크리미널 마인드> 2017 <미씽나인> 2016 <38사기동대> 2016 <마담 앙트완> 2014 <서성 왕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