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에서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기자도, 약간 떨어진 곳에 앉아 대화를 듣던 투자·배급사 및 홍보 관계자들도 수시로 박장대소했다. 김재영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키득거리게 되는 천진한 고등학생들을 닮았다.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기 위해 20대 초반에 기숙사 공장 일을 포함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해봤지만 31살이 된 지금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든지, 증권가 이야기를 다룬 영화 <돈> 때문에 일부러 주식을 시작했는데 잘 안 되는 바람에 독립에 실패했다는 엉뚱한 발언을 누가 예상이나 하겠는가. <돈>의 박누리 감독에게 “때 묻지 않은 소년 같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하니 “때는 좀 묻었는데…. 많이 묻지는 않은 건가”라고 반응한다.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계산도 그럴싸한 포장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을 것 같은 독특한 캐릭터. 이런 매력이 연기할 때도 녹아들면 꽤 재미있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돈>은 자연인 김재영과 허구의 캐릭터가 만났을 때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야망 있는 일현(류준열)의 증권회사 입사 동기 전우성은 정우성처럼 완벽하다. 우성그룹 회장인 아버지를 뒀고 학벌도 좋고 외모도 빼어나고 입담도 뛰어난데 성격까지 좋다. 일현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김재영 본래의 모습이다. 박누리 감독은 “완벽한 캐릭터에 순수함까지 복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실제 김재영의 허당기 있고 친근한 모습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전한다.
“군대에서 30kg 정도 살을 뺐다. 부모님의 권유로 모델 일을 시작한 뒤에는 좀더 뺐고. 그 뒤로 무언가에 계속 도전하고 싶더라. 내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을 조금씩 해낼 때 성취감을 느낀다. 그런데 살빼는 게 가장 쉬운 거였다. 이젠 연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연기는 참 재밌는데 너무 어렵다.” 귀여운 청년처럼만 보이던 그가 연기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할 때는 표정부터 진지해졌다. 스스로 뭘 하고 있는지도 잘 몰랐다는 <노브레싱> 때와 달리 몇 차례 실패도 겪으면서 배운 것도 많다고 한다. 최근 모델 출신 배우가 많아짐에 따라 그 안에서 차별화 되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느냐는 질문에 “굉장한 부담을 느낀다. 사실 모델 출신 배우들이 보여주는 이미지가 약간 비슷해 보일 수 있다”는 솔직한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너무 의식하는 것보다는 원래 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좋은 것 같다. 좀 내추럴하고 잘 망가질 수 있는 건 차별화될 수 있는 점이 아닐까.” 그와 이야기 하면서 마음의 벽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데에는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의 경험이 더 농축되고 본래 매력을 연기에 한껏 발산하는 법을 터득하는 순간이 오면, 관객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데에도 이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테다.
“선입견을 깨도록 만드는 배우다.” _<돈> 박누리 감독
모델 출신에 강렬한 외모를 갖고 있어 무서울 줄 알았는데 첫 미팅 후 감독도 PD도 스탭들도 한방에 무너졌다며. “현장에서 굉장히 예쁨을 많이 받았다. 사람들과 편해지면 정말 엉뚱한 질문이나 대답을 하곤 하는데, 그게 너무 귀여워서 영화에 다 녹여내주고 싶을 정도였다”고도 덧붙인다.
강아지
종은 장모치와와. 이름은 깐돌이. 함께한 지는 반년정도 됐다. 키우던 개가 2년 전 죽은 후 어머니가 너무 슬퍼하기에 형이 사왔다고. “그런데 엄마보다 절 더 좋아해요. 너무 귀여워서 아기 때부터 깐돌이를 살짝살짝 만져줬더니 절 엄마로 인식했나봐요. (웃음)” 항상 옆에서 보살펴주느라 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라고.
영화 2017 <돈> 2016 <두 남자> 2013 <노브레싱> TV 2017 <블랙> 2017 <애타는 로맨스> 2016 <마스터-국수의 신> 2015 <너를 기억해> 2015 <인간의 조건2> 2014 <아이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