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김준한이 연기한 인물들은 은근한 파격을 품고 있다. 최근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그는 마약 범죄로 수감된 한양, 일명 해롱이(이규형)를 꾸준히 접견하는 동성 애인 송지원을 연기했다. <박열>의 다테마스 예심판사는 아나키스트 박열과 후미코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흔들린다. 흥미로운 것은, 김준한의 반듯한 얼굴은 오히려 반항과 거리가 먼 모범생에 가깝다는 것이다. “운 좋게 신인 때 맡을 수 있었던 센 캐릭터”들은 그런 그와 만나면서 보다 풍부한 결을 갖게 됐다.
위안부 관부 재판 실화를 다룬 <허스토리>(가제)도 이런 행보의 연장선상일지 모르겠다. 그는 할머니들의 재판을 돕는 재일동포 변호사 이상일을 연기한다. 다양한 할머니 캐릭터를 담아낼 작품의 태도와 김준한의 이미지, 그리고 보다 깊어진 그의 연기적 고민이 어우러진 결과물이 기대된다. 눈에 들어오는 신인이라는 호평을 받기 위한 어떤 연기적 욕심은 없었냐고 묻자 “그런 게 아예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이성으로 눌렀다”고 답했다. “주인공은 할머니들이고, 나는 서포터다. 실제 변호사도 그랬을 테니 내가 그 정신을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마냥 따뜻하기보다는, 무심한 듯하면서 속으로 할머니들을 많이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 밖에 김준한은 이준익 감독의 <변산>에서 학수(박정민)의 천재성에 열등감을 느끼는 지역 신문 기자를, 우민호 감독의 <마약왕>에서 김인구(조정석)의 오른팔 같은 존재로도 잠깐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간 연기한 캐릭터만큼이나 차기작도 각색을 띤 그는 실제로 다사다난한 20대를 보냈다. 메탈리카를 좋아해서 밴드부 활동을 했던 소년 드러머는 20대에 밴드 ‘이지’를 시작하자마자 회사를 만났고, 일본에서도 활동했다. 연기를 시작한 것은 군대에 다녀온 20대 후반부터다. 하지만 또래 배우와 다른 경험을 한 것이 분명 연기에 도움되는 부분이 있다고. “음악 활동을 할 때 겪은 시행착오가 연기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더라. 과거를 통해 비교해볼 수 있는 삶의 모델이 있어서,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아준다. 인생을 두번 사는 느낌이다.” 그리고 여전히, 그는 더 많은 것을 흡수하고 싶어 하는 욕심쟁이다. “앞으로 만날 캐릭터가 뭐가 될지 모르니까 다양한 공부를 해놓아야 한다. 인문서적도 열심히 읽고 있는데 최근에는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박열>의 불령사 멤버들을 중심으로 연기 스터디도 시작했는데, 다들 수다스럽고 ‘술령사’라서 뒤풀이가 더 길다며 너스레를 떤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뻔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은 빙산의 일각이 아니었을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나머지가 더 궁금해진다.
“김준한은 복합 레이어가 깔려 있는 배우다.” _<변산> 이준익 감독
김준한은 오랜 세월 갈고닦아온 배우로, 보여줄 이면이 더 많은 배우라며. <변산>에서도 <박열>과 정반대의 캐릭터를 보여준다고 한다.
영어 공부
“예전에 일본 활동을 위해 일본어를 공부할 땐 <SMAP X SMAP>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영어는 영화로 공부하고 있다.” 일본어는 비슷해서 재미있었다면 영어는 달라서 재미있다고. ‘영화 100번 보기’ 공부법을 실천하기 위해 고른 작품은 <500일의 썸머>(2009)다. “영어자막을 직접 내 손으로 타이핑한 후, 반복적으로 듣고 외우다시피하면 영어가 는다더라. 이렇게 영어를 공부해서, 할리우드에도 가고 싶다.”
영화 2018 <허스토리>(가제) 2017 <마약왕> 2017 <변산> 2017 <군함도> 2016 <마중: 커피숍 난동 수다 사건> 2016 <박열> 2016 <공조> 2015 <현도가>(단편) 2015 <고치>(단편) 2013 <내비게이션> TV 2017 <슬기로운 감빵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