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으로 먼저 기억될 배우다. ‘최리’라는 외자 이름 덕분에 어릴 때부터 “별명이 진짜 많았다. 체리마루, 체리주스, 체리체리냠냠 등으로 불렸고 크레이지 아케이드 게임 할 때는 ‘체리케 냠냠’이란 아이디를 썼다.” 데뷔 직전, 이름에 관해 결정해야 할 시기에 그녀와 소속사는 모두 “어릴 때부터 독특하고 특이한 이름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나와 가장 잘 어울리고 또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본명 그대로 활동하기로 결정했다(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 ‘최리’는 동명이인이다). 그녀는 데뷔작 <귀향>에서 씻김굿을 하는 은경 역을 맡은 이후 본격적으로 영화배우의 길로 접어선 뒤, 지성원 감독의 <순이>와 이병헌·박정민 주연의 <그것만이 내 세상>에 출연했다. 최종 오디션장에서 최성현 감독은 최리가 오디션장에 들어서자마자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적역이라고 생각했다. 극중 수정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진태(박정민)를 거의 유일하게 편견 없이 대해주는 한편 아이돌 가수가 되겠다는 자신만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활달한 성격의 학생이다. 지난해 출연했던 드라마 <마녀의 법정>의 수습검사 최유리와 드라마 <도깨비>에서 은탁(김고은)의 못된 사촌 역할 역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 공 같은 탄력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 배우 최리가 보여줄 수 있는 건강한 에너지가 앞으로도 많은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점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권유로 한국무용을 배운 그녀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무용이 자신의 꿈이자 유일한 진로임을 의심하지 않으며 살았다. 어느 날 갑자기 학교를 찾아온, <귀향>을 준비하던 조정래 감독이 “사연이 있어 보이는 눈빛을 보고” 캐스팅 제안을 해온 순간, 인생의 방향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전달해야겠다는 사명감에 휩싸여 시작한 첫 영화가 오랜 제작기간을 거치면서 그를 힘들게 했지만 덕분에 배우로서는 단단하게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원스> <클로저> <내 사랑> <번지점프를 하다> <나의 소녀시대> 등의 영화를 보고 느낀 감상평이 종종 올라오는데 “나의 인생영화인 <첨밀밀> 같은 멜로영화 속 주인공을 해보고 싶”단다. 10년 넘게 배웠던 한국무용을 공연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날도 기대한다. “언젠가는 이하늬, 한예리 선배처럼 공연도 하고 싶다.” 올해 최리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는 지성원 감독의 <순이>. 어떤 형사가 작은 산골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는 스릴러다. 그녀는 용의자로 지목되는 소녀 순이를 곁에서 지키는 신주라는 인물을 연기한다. “무용할 때와 연기가 비슷한 건 절제미가 항상 필요한 순간이 오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최리가 가진 재능을 꾹꾹 눌러담은 작품이 되길 기대해본다.
“똑똑한 배우다. 목표의식과 열정에 반했다.” _<그것만이 내 세상> 최성현 감독
오디션장에서 어설픈 느낌의 막춤을 주문했는데 너무 어설퍼 보이는 연기를 잘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친숙하면서도 맹랑한 여고생 수정 역에 딱 어울렸다고.
전시회와 여행으로 충전 중
최리는 각종 전시회와 여행을 좋아한다. 얼마 전 디뮤지엄에서 열린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전에서 작가 파올로 라에리의 사진 <비상soar, 팔레르모palermo>(사진, 2016)를 보자마자 꽂혀 구매한 이유다. 머리맡에 걸어두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마다 들여다본다고. 여행 스타일은 즉흥여행.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평범하지 않은 어떤 순간을 극복할 때의 감정을 전해주는” 뭉크.
영화 2018 <순이> 2018 <그것만이 내 세상> 2017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2017 <전학생>(단편) 2016 <귀향> TV 2017 <마녀의 법정> 2016 <도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