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얼굴이 있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목격하지 못한 이면의 이야기를 알고 싶고, 듣고 싶게 만드는 얼굴. 전소니는 그런 얼굴을 가진 배우다. 그녀가 연기한 인물들이 대개 마침표보다는 물음표의 여운을 남기는 건 전소니라는 배우가 지닌 특유의 미스터리한 기운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녀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최근작은 지난여름 개봉한 영화 <여자들>이다. 이 작품에서 전소니는 작가(이자 주인공) 시형에게 영감을 주는 네 여성 중 한명으로 등장한다. “찾았어요?”(소니) “네? 뭘요?”(시형) “그건 저도 모르죠.”(소니) 오키나와 해변에서 시형이 우연히 만나는 미스터리한 여자, 소니는 시형의 질문 공세를 요리조리 피해가는 한편 허를 찌르는 말로 창작자로서의 시형을 자극한다. “볼수록 궁금해지는 사람, 여운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건 고등학생 시절 처음 배우가 되기를 결심했던 순간부터 영원히 계속될 전소니의 바람이다. 지난해 <여자들>과 더불어 선보였던 독립영화 <죄 많은 소녀>에 실종된 고등학생 경민으로 출연했던 이유도 “어떤 기운을 분명하게 남기고 사라진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2018년은 더 많은 관객이 전소니라는 배우에 대해 물음표를 던질 한해다. <아저씨>(2010)의 이정범 감독이 연출한 <악질경찰>에서, 그녀는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를 가진 고등학생 장미나를 연기한다. “미나는 책임감 있고 단순하고 겁이 없고 정이 많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기보다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멋진 캐릭터다.” 물론 형사영화인 만큼 액션도 상당하다. “몸으로 하는 연기로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악질경찰>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는 전소니는 “기회가 된다면 더 긴 호흡의 액션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울예술대학 방송연예과에 재학 중 출연한 단편영화 <사진>으로 데뷔한 이래 전소니는 비교적 빠르게 독립영화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공유와 전도연, 공효진 등이 소속되어 있는 매니지먼트 숲에서 먼저 함께하자는 제안을 할 만큼 잠재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2016년 말, 한번의 위기가 찾아왔다고 그녀는 말한다. “스스로 같은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지치고 힘들었다. 하지만 그 시기를 버텨내고 나니 나 자신이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변화를 고대하며 긴 머리를 단발로 자른 뒤 전소니의 행보는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다. “앞으로 주체적이며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그녀의 목표는 현재진행형이다.
“잘 다듬어진 칼 같은 친구다.” _<악질경찰> 이정범 감독
<악질경찰>의 현장에서 전소니가 지닌 솔직함과 카리스마,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과 이해력에 깜짝 놀란 적이 많았다며.
일상의 예술가가 되리
<악질경찰>을 촬영한 뒤 최근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전소니의 관심사는 “이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나가야 할 것인가”에 머물러 있다. 영화 <패터슨>을 관람한 뒤, 그녀는 스쳐지나가는 단상과 감정을 기록하기 위해 똑딱이펜을 샀다. 오랫동안 만년필을 좋아해왔지만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는 편의성 때문에 선택한 펜이라고.
영화 2018 <악질경찰> 2017 <무영> 2017 <죄 많은 소녀> 2017 <여자들> 2016 <어떤 알고리즘>(단편) 2016 <쉬운 일 아니에요>(단편) 2015 <외출>(단편) 2014 <사진>(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