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남자친구 브루노, 오랜 고향 친구인 틴초, 톨라와 함께 저수지에서 뜨거운 여름을 보내기로 한 알리시아. <저수지의 피크닉>은 이들 사이의 의심과 질투가 폭력과 파멸로 이어지는 긴장을 밀도 있게 포착한 스릴러다. 우루과이에서 온 형제 감독 베르나르도 안토나치오와 라파엘 안토나치오는 각본·감독·프로듀서 역할을 하며 영화를 완성했다. 촬영은 동생인 베르나르도 감독이 도맡았다고. “어릴 때는 옷을 나눠 입었는데, 이제는 영화까지 나누게 됐다”고 호쾌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한 라파엘 감독은 “탈출구 없이 고립된 공간에서 인간의 원시적인 욕구가 더욱 잘 발현되지 않나. 폭력은 평화로워 보이는 저수지에서조차 존재하고 있다. 폭력이 얼마나 빠르게 증폭될 수 있는지 극단적인 상황에서 보여주고자 했다”고 영화의 시작을 밝혔다. 베르나르도 감독은 “영문 제목인 <In the Quarry>에서 알 수 있듯 영화의 공간적 배경인 ‘채석장’(quarry) 로케이션 자체가 또 하나의 메타포가 됐다”며 인간이 자연에 흔적을 남기면 사라지지 않듯, 서로에게 남긴 폭력의 상흔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을 제목에서부터 은유적으로 드러냈다고 한다. 두 감독에게 가장 영감을 준 감독은 앨프리드 히치콕이다. 베르나르도 감독은 “히치콕 영화에 등장하는 ‘테이블 아래 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력 장치들을 의도적으로 설치해뒀다”며 뾰족한 돌, 낚싯바늘, 쇠파이프, 감정의 날이 선 문자메시지 등을 등장시킨 이유를 전했다. “우루과이의 기존 음악과 바이올린을 많이 사용한 새로운 곡을 적절하게 섞었다”며 영화의 서스펜스를 쌓아가기 위해 공간, 소품, 음악 등 다양한 장치를 활용한 과정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라파엘 감독 또한 “히치콕 영화에도 유머가 등장하지 않나. 이를 레퍼런스 삼아 우리 영화의 ‘톨라’라는 인물을 구축했다”고 언급하며 히치콕 감독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첫 작품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다시 공동작업을 시작했다. 다툼과 화해를 반복하며, 계속 함께하겠다”며 협업을 이어갈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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