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⑧] <기름도둑> 에드가르 니토 감독 - 이것이 멕시코의 현재다
2019-07-10
글 : 송경원
사진 : 오계옥

에드가르 니토 감독은 데뷔작 <기름도둑>으로 2019년 트라이베카영화제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23회 부천영화제 개막작으로 한국을 찾았다. <기름도둑>은 순수하고 사소한 소년의 욕망이 파국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통해 멕시코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영화다. 사실적이고 건조한 시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관객을 엄습하는 충격적인 연출이 인상적인데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의 심장을 움켜쥐는 솜씨는 이제 막 데뷔한 감독이라곤 믿기 힘들 만큼 원숙하다. 니토 감독이 몸으로 느끼고 장르의 힘을 빌려 표현한 멕시코의 현재는 긴 거리를 뛰어넘어 우리의 현재로 이어진다.

-얘기한 대로 최근 가난이 불러온 비극적인 상황을 그린 영화들이 전세계적으로 많아진 것 같다. 이번 영화는 멕시코, 스페인, 미국, 영국의 합작영화인데.

=<기생충>을 보진 못했지만 어떤 영화인지 이야기를 들었다. <기름도둑>은 가난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기보다 상황에 끌려가다 결국 나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이야기다. 멕시코에는 조직범죄와 폭력이 만연하고 있다. 길을 걷다가 죽은 시체들을 보는 게 놀랄 일도 아니다. 최근의 경향을 따라갔다기보다 내가 주변에서 보는 것들을 좌시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만들었다. 그게 로컬영화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물론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적으로도 필요한 이야기가 된 측면도 있다.

-지난 1월 멕시코시티 인근의 송유관 폭발사고로 1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한 일도 있었다.

=예측한 건 아니다. 슬프지만 늘 있어왔던 일이다. <기름도둑>은 2년 전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주목하지 않았는데 올해 사고가 터지면서 뭔가 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어떤 형태로든 이야기했을 것이다. <기름도둑>은 지역색이 강한 영화지만 전세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랄로를 연기한 에두아르도 반다는 이번 영화가 연기 데뷔작이다.

=사실적인 톤을 살리기 위해 전문 배우를 쓰지 않으려 했다. 원래는 전부 비전문 배우들로 캐스팅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론 어느 정도는 섞을 수밖에 없었다. 에두아르도 반다는 로케이션 중 그 지역의 수리기사로 일하는 걸 현장에서 캐스팅했다. 나는 비전문 배우보다 내추럴 액터라고 부르고 싶다. 그에겐 본능적인 에너지가 있다. 혹시라도 나쁜 습관이 들까봐 시나리오 전체를 주지 않았고 리허설도 따로 하지 않았다. 날것의 생동감을 살리고 싶어 매 장면 주어진 상황에 반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심야에 기름을 훔치는 이야기인 만큼 야간촬영이 많다.

=마찬가지로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로케이션의 기본은 리얼리티다. 자연광을 최대한 담기 위해 주변의 빛을 활용했다.

-사운드의 사용이 과감하다. 시작부터 심장을 흔들며 극장을 가득 메우는 사운드는 ‘충격과 울림’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말 그대로 한방 먹이는 사운드다. 호러영화의 점프 스퀘어와는 조금 다르다. 관객을 놀라게 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뒤흔드는 게 목표였다. 사운드는 캐릭터 주변에 도사린 위험의 직접적인 표현이다. 귓가를 때리는 심장 울림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 불안의 한가운데로 관객을 초대하고 싶었다.

-순수한 소년이 사소하고 자연스러운 욕망으로 시작한 일이 파국으로 이어진다. 지역색이 강한 영화지만 보편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장르적으로 본다면 멕시코 갱단에 관한 영화다. 나 역시 <대부>(1972) 같은 마피아영화를 보며 자랐다.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관객의 몫이다. 다만 그걸 보여주는 감독에겐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년 랄로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조리한 상황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게 바로 멕시코의 오늘이다.

이어지는 기사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