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두려워한 인간은 빛으로 어둠을 깎아먹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어둠이 없으면 빛도 없는 법, <별의 정원>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간과했던 사실을 새삼 환기시키는 애니메이션이다. “도시에 사는 우리는 은하수를 잃어버렸다. 빛이 아니라 어둠이 사라진 이야기라는 컨셉에 매력을 느껴 시작했다.” TV애니메이션 <바오밥섬의 파오파오>를 제작한 아슈비아 만화영화 푸로덕 의 대표이기도 한 원종식 감독이 <별의 정원>을 시작한 과정이야말로 한편의 모험담이라 할 만하다. “경상북도 영양군은 전국에서 가장 별이 아름다운 곳이다. 2016년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에 영양군에서 지원하는 30분짜리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됐다. 급하게 맡아 성사시킨 프로젝트였지만 막상 완성하고 나니 그대로 흘려보내기 아까웠다.” 장편화의 가능성을 보고 시작은 했지만 쉽지 않은 길이었다. 창작 애니메이션이 워낙 드물기도 하고 지역 홍보영상 같다는 인상 때문에 투자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종식 감독은 그럼에도 ‘좋은 이야기는 통한다’는 믿음으로 끝까지 달려왔다. “개봉할 수 있다는 게 작은 기적 같기도 하다. 1995년 <토이 스토리>를 보며 이 길을 시작했는데, <토이 스토리4>와 함께 극장에 걸린다는 것도 개인적으론 감회가 남다르다.”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 ‘어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라는 주제는 다소 추상적이라 얼핏 아동 관객에겐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원종식 감독은 ‘어둠의 돌’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어둠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직관적인 대상으로 표현했고, 덕분에 빛과 어둠의 대결을 표현한 예쁜 장면들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제작공정이 아니라 관객이 마주할 결과물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마무리 작업에 공을 들였고 자연스러운 캐릭터 연기에 특히 신경 썼다.” 아동 관객에 한정짓지 않고 전 연령층을 울릴 수 있는, 결이 깊은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은 그렇게 기적처럼 우리 곁에 다가왔다.
씨네21
검색이어지는 기사
- [스페셜]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 ① ~ ⑩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①] <호신술의 모든 것> 라일리 스턴스 감독 - 마스터가 될 때까지 수련하기의 기술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②] <이누가미의 결혼> 가타시마 잇키 감독 - 세상을 향한 의지, 사랑을 찾기 위한 기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③] <저수지의 피크닉> 베르나르도 안토나치오·라파엘 안토나치오 감독 - 히치콕 영화의 긴장과 유머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④] <야수> 안드레스 카이저 감독, “문명에 대한 비관이 나의 원동력”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⑤] <주디와 펀치의 위험한 관계> 미라 폴크스 감독, “영화를 만드는 여성에게 흥미로운 시기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⑥] <다이너마이트 소울 밤비> 마쓰모토 다쿠야 감독, “웃음 요소가 많은 역전극이 좋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⑦] <행복의 진수> 배우 박소진 - 가진 걸 전부 없애고 새롭게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⑧] <기름도둑> 에드가르 니토 감독 - 이것이 멕시코의 현재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⑨] <투어리즘> 미야자키 다이스케 감독 - 청춘 세대의 진담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⑩] <별의 정원> 원종식 감독 - 아이도 어른도 따뜻한 눈물
관련 영화
관련 인물
최신기사
-
[인터뷰] 배우의 역할은 국경 너머에도 있다 TCCF 포럼 참석한 네명의 대만 배우 - 에스더 리우, 커시 우, 가진동, JC 린
-
[인터뷰] ‘할리우드에는 더 많은 아시아계 프로듀서들이 필요하다’, TCCF 피칭워크숍 멘토로 대만 찾은 미야가와 에리코 <쇼군> 프로듀서
-
[기획] 대만 콘텐츠의 현주소, 아시아 영상산업의 허브로 거듭나는 TCCF - 김소미 기자의 TCCF,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 방문기
-
[비평] 춤추는 몸 뒤의 포옹, <아노라> 환상을 파는 대신 인간의 물성을 보여주다
-
[비평] 돌에 맞으면 아프다, <아노라>가 미국 성 노동자를 다루는 방식
-
[기획] 깊이, 옆에서, 다르게 <아노라> 읽기 - 사회학자와 영화평론가가 <아노라>를 보는 시선
-
[인터뷰] ‘좁은 도시 속 넓은 사랑’,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 <모두 다 잘될 거야> 레이 영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