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 _1964
스티븐 스필버그가 17살 때 가족과 친구들에게 모금한 제작비 500달러로 완성한 첫 장편영화. 그의 고향에서 단 한번 상영해 1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스필버그가 LA에서 구직 활동을 하던 당시 <불빛>의 마스터 릴을 빌려줬던 제작사가 파산하면서 원본 필름도 함께 사라졌다. 우연히 UFO를 목격한 과학자가 외계인의 존재를 추적한다는 설정은 <미지와의 조우>로 이어진다. (임수연 기자)
<대결> _1971
분노와 광기, 공포 같은 감정에 집중해 스필버그가 만든 가장 간결한 장르영화. 촬영 기간이 단 11일만 주어졌기 때문에 5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가능한 한 많은 숏을 얻어내는 방식으로 찍었다.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주인공의 리액션과 사운드 편집에 집중한 연출은 마치 주인공을 쫓는 트럭이 <죠스>의 상어 같은 초자연적 존재처럼 느껴지게 한다. 원래 TV영화로 제작된 <대결>은 이후 추가 촬영을 통해 90분짜리 극장판으로 개봉했다. (임수연 기자)
<슈가랜드 특급> _1974
TV시리즈를 연출하던 당시 스필버그는 어린 부부가 입양된 아이를 되찾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를 접하고 영화의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남자가 탈옥을 감행했다는 설정을 추가해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무법자 커플, 자동차 추격전, 자본주의와 옐로저널리즘에 대한 풍자 등의 요소가 당시 아메리칸 뉴 시네마 계보에 속해 있으면서 스필버그의 액션 연출이 기술적으로 이미 완성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임수연 기자)
<죠스> _1975
29살의 젊은 감독은 뉴잉글랜드 해변 마을을 위협하는 살인 상어 이야기로 전세계 박스오피스의 정상을 차지했다. <죠스>는 스필버그 영화 경력의 전환점이 됐다. ‘모비딕’의 서사를 가진 <죠스>가 <노인과 바다>처럼 태평한 이야기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가짜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던 스필버그는 대서양 바다 위에서 7개월간 사투를 벌였다. 존 윌리엄스의 강렬한 사운드를 활용해 상어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도 가장 공포스러운 장면을 연출해냈다. (김수영 기자)
<미지와의 조우> _1977
소리와 빛으로 빚어낸 미지의 존재와의 만남. 주어를 생략하면 영화라는 행위, 그 자체다. <죠스>의 대성공 이후 스필버그가 진짜 꿈꿨던 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제작한 SF가 <미지와의 조우>다. 이후 제작비 2천만달러로 3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며 당시 컬럼비아 픽처스의 최고 흥행작 반열에 오른, 만화 같은 스토리를 써내려갔다. 느린 호흡, 낯선 음악, 서스펜스의 응축까지. 영화에 출연한 프랑수아 트뤼포에게 편지를 보낸 장 르누아르의 표현을 빌리면 “스필버그는 시인이다”. (송경원 기자)
<1941>_1979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코미디영화이자 승승장구하던 그가 평단으로부터 처음으로 독설을 받은 작품. 촬영은 예정보다 100일이나 길어졌고 무려 2천만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당시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 LA에서 벌어진 난장을 코믹하게 옮기는 것이었다. 비록 영화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CG가 아닌 대규모 미니어처 세트로 완성한 아날로그적 스펙터클이 재평가받으면서 컬트적 인기를 끌었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페르소나 미후네 도시로, 영국 최고의 호러 스타 크리스토퍼 리,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슬림 픽컨스를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임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