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크> _1991
동화 <피터팬>을 어른의 시각에서 각색한 <후크>는 동심을 바라보는 스필버그의 태도와 철학이 진하게 묻어나는 작품이다. <컬러 퍼플>(1985), <태양의 제국>(1987) 등 80년대 작품이 연달아 참패한 뒤 재기를 노리며 가장 자신과 어울리는 이야기로 들고 나온 것이 다름 아닌 <후크>였다.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이 나이를 먹은 뒤 어떻게 될지를 보여준 <후크>는 아날로그 특수효과 시대의 끝자락에서 스필버그가 상상한 미래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송경원 기자)
<쥬라기 공원> _1993
90년대는 디지털 특수효과의 시대다.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마지막까지 사랑했던 이는 스필버그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특수효과의 제일 앞자리에 선 감독도 다름 아닌 스필버그였다. 같은 해 <쉰들러 리스트>와 함께 <쥬라기 공원>을 선보이며 다시금 스필버그 전성시대를 열었다. <죠스>를 연상시키는 서스펜스와 호러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장난감을 얻었음에도 스필버그의 본질은 변함없음을 새삼 증명하는 영화. (송경원 기자)
<쉰들러 리스트> _1993
홀로코스트에서 잃은 사촌들과 미국 내 홀로코스트 생존자에게 영어를 가르친 할머니,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따돌림당했던 유년 시절까지 스필버그의 삶에는 홀로코스트의 이미지가 가까이 있었다. 토머스 케닐리의 원작 소설에서 홀로코스트를 향한 초연한 시선을 읽고 비로소 영화로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실제 연출을 맡기까지 10년 동안 망설였다. 만드는 내내 스필버그를 감정적으로 소진시켰다는 <쉰들러 리스트>는 그에게 비로소 작품상과 감독상 등 7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안겼다. (김수영 기자)
<쥬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 _1997
엄청난 흥행을 거머쥔 <쥬라기 공원>의 후속작. 이슬라 소르나 섬은 인간의 호기심과 탐욕이 창조한 또 다른 ‘쥬라기 공원’으로 변모했다. 전작에 비해 많은 종의 공룡들이 등장한 만큼 이들을 피해 생존하려는 인간들의 긴장과 공포감도 가미됐다. 개봉 후 평단과 관객의 호불호가 갈렸으나 스필버그 특유의 서스펜스, CG를 활용한 공룡의 외형, 움직임과 여타 시각효과만큼은 호평받았다. <쥬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 이후로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이 아닌 오리지널 스토리로 제작되었다. (조현나 기자)
<아미스타드> _1997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영화에서 종종 ‘얼굴 없는 희생자’가 되는 아프리카 출신의 인물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준” 것을 <아미스타드>의 가장 큰 미덕으로 꼽는다. 선상 노예가 반란을 일으킨 아미스타드호 사건을 소재로 삼았으며, 감정을 격하게 인용하지 않는 태도로 노예들이 미국 대법원에서 자유권을 인정받기까지의 과정 묘사에 집중한다. 특정 인물이 피해자들을 돕는 서사라는 점에서 <쉰들러 리스트>와 묶어 이야기되기도 한다. (조현나 기자)
<라이언 일병 구하기> _1998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비행단 및 통신업무를 맡았던 스필버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전쟁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더 파이팅 시비즈> <백 투 바탄> <유황도의 모래>를 본 10대 스필버그는 14살에 친구들과 전쟁영화 <파이터 스쿼드>를 만들 만큼 전쟁 이야기에 매혹되어 있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버지와 동료들을 보면서 전쟁이 얼마나 추하고 잔인한 것인지 알게 된 스필버그는 진짜 전쟁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핸드헬드로 담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풍경은 그가 그리고자 한 전쟁의 참혹한 공포와 진실이다. (김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