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_2011
유럽에서 미키마우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벨기에 만화가 에르제의 <땡땡의 모험>을 애니메이션화했다. 실사로 표현하기 힘든 작품이었던 만큼 CG애니메이션의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젝트이지만 핵심은 ‘왜 많은 명작 중에 <땡땡의 모험>인가?’를 물어야 한다.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아니 거의 모든 스필버그 영화에 스며 있는 모험을 향한 열망과 즐거움의 원형과도 같은 작품이다. 그 와중에 깨알처럼 히치콕 영화를 오마주한 장면들은 대중오락과 클래식 무비에 대한 스필버그의 취향이 진하게 녹아 있다. (송경원 기자)
<워 호스> _2011
<라이언 일병 구하기> <쉰들러 리스트> 등 스필버그는 주로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영화를 연출해왔다. <워 호스>는 그가 동일한 내러티브의 연극에서 영향을 받아 처음으로 제1차 세계대전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인 말 조이와 주인 알버트의 우정이 따뜻하게 묘사된 반면, 조이가 영국 육군에 군마로 차출된 뒤 그의 이동을 중심으로 전장의 비참한 풍경을 보여준다. (조현나 기자)
<링컨> _2012
미국영화의 위대함을 입증하는 감독이자 할리우드 클래식 최후의 수호자인 스필버그가 외면할 수 없었던 인물이 바로 링컨이다. 무려 10년을 매달려 완성한 이 영화는 제대로 개봉하지 못할 위기를 돌파하고 마침내 아카데미를 석권했다. 미국 신화의 한 조각을 베어내는 것마냥 링컨의 어두운 얼굴도 고르게 보여준다. 해야 할 일이라면 수단에 얽매이지 않고 해내고야 말았던 링컨의 모습은 마치 21세기 할리우드 한가운데에서 고군분투 중인 스필버그의 자화상처럼 보인다. (송경원 기자)
<스파이 브릿지> _2015
어느 순간부터 스필버그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서로 닮아감을 느낀다. 실화, 드라마, 역사물,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와의 만남, 야누시 카민스키의 촬영 등 구성 요소를 살펴보면 익숙하게 그려지는 그림이 있다. <스파이 브릿지>는 그 익숙함을 배신하지 않으면서도 깊이에 어떻게 다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미 네 번째 작품을 함께하는 톰 행크스는 물론이고, 새롭게 스필버그의 페르소나로 자리 잡은 마크 라일런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송경원 기자)
<마이 리틀 자이언트> _2016
스필버그 영화의 한축에는 언제나 가족과 동심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스필버그의 모든 영화는 동화(童話)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화를 동화답게 표현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이고. 21세기 이후 스필버그는 디지털 이미지라는 무기를 얻었다. 로알드 달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마이 리틀 자이언트>는 스필버그가 도달한 동화적 상상력의 종착지다. 어느덧 거인이 된 스필버그의 원숙미와 미래를 향한 희망, 변하지 않는 동심을 마주한다. (송경원 기자)
<더 포스트> _2017
21세기 이후 스필버그는 두개의 기둥을 버팀목 삼아 할리우드에 영화의 신전을 세웠다. 베트남전 펜타곤 페이퍼의 특종 보도를 둘러싼 실화를 바탕으로 한 <더 포스트>는 할리우드 클래식의 정점에 선 영화다. <레디 플레이어 원> 제작 중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작가(author)로서의 스필버그의 내공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보여준다. 특별하지 않아서 더 특별한 연출력과 시대의 화두를 놓치지 않는 예민한 안테나는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송경원 기자)
<레디 플레이어 원> _2018
스필버그의 원점. <더 포스트>가 할리우드 클래식의 수호자이자 거장 스필버그가 다다른 경지를 선보인다면, 같은 시기 만들어진 <레디 플레이어 원>은 영원한 소년이자 대중문화의 총아로서의 스필버그가 지나온 길을 증명한다. 세월을 무색하게 하는 스필버그의 왕성한 창작력의 비밀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 정점에 도달한 창작자이면서도 대중문화의 소비자로서 만끽할 수 있는 기쁨을 잊지 않는 시선이 놀랍다. (송경원 기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_2021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뮤지컬영화. 1961년에 이어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두 번째로 영화화된 작품이다. 미국에서의 인종간, 세대간 갈등과 혐오를 적시하며 이에 서로에 대한 관용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등장인물 중 애니타는 제트파와 샤크파의 대척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를 잃는다. 스필버그는 앞서 제작된 동명의 영화에서 애니타를 연기한 리타 모레노 배우를 다시 기용해 포용의 필요성을 인지토록 하며 이같은 메시지 전달에 힘을 싣는다. (조현나 기자)
<파벨만스> _2022
스필버그의 영화는 어떤 의미에서든 개인적이었지만, 자전적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파벨만스>가 처음이다. 단순히 영화 매체의 힘에 매료됐던 성장기를 회고하는 것을 넘어서 이미지가 사실을 온전히 투영할 순 없지만 진실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을, 감정을 통제하는 영화의 속성이 예술과 삶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사유한다. 스필버그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감상하고 싶어지는, 2020년대 또 한번 탄생한 스필버그의 걸작. (임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