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상처를 딛고 일어나는 순간에 관하여, <핫밀크> 레베카 렌키비츠 감독
2025-03-06
글·사진 : 한주연 (베를린 통신원)

<핫밀크>는 여성영화다. 지난 2월15일 기자시사회 후 만난 레베카 렌키비츠 감독은 주인공, 제작자, 감독이 대부분 여성이라며 영화 출연진과 제작진을 여성 전사 아마조네스에 비유했다. 렌키비츠 감독에 의하면 모유를 상징하는 제목 <핫밀크>는 낯선 상황을 상징한다. 알 수 없는 병으로 휠체어에 의지하는 로즈와 시중을 드는 딸 소피아는 어느 스페인 해안 도시에서 치료와 휴양 중이다. 로즈는 특별 클리닉에서 고메즈 박사와 상담하며 자신의 과거 트라우마와 마주하고, 소피아는 해변에서 우연히 알게 된 잉그리드와 가까워진다. 오랫동안 쌓여온 소피아의 분노와 좌절이 뜨거운 태양 아래 들끓으며 폭발하는 과정을 카메라는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따라간다. 현지 언론의 호평도 잇따랐다. 독일 공영방송 <에르베베>는 “렌키비츠는 날카로운 칼 같은 단순한 문장을 영혼에 새기고 이 여성들의 내밀한 속내를 펼쳐 보여준다”고 평했다. 렌키비츠는 극작자로 활동하다가 영화 <이다>(2013), <콜레트>(2019)의 시나리오작가로 유명세를 타고 이번에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영화 <핫밀크>는 2016년 출간된 데버라 리비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이 책은 복잡한 인간 심리, 인간관계, 관능, 성, 강한 여성상 등 나의 모든 관심사를 갖추고 있다. 제작자 크리스틴 랭건에게 각색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직접 감독을 맡는다면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이 책은 연출작으로서 가장 이상적인 원작이었다.”(레베카 렌키비츠) 영화는 골 깊은 모녀 관계의 숨겨진 감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여기서 렌키비츠는 “우리는 상처를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 있나? 나를 억압하는 사람까지도 사랑할 수 있나?” 하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로즈와 소피아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둘 다 각자의 문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자기의 문제를 찾지 못한다. 잉그리드도 마찬가지다. 그녀도 과거 트라우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다가 소피아를 통해 문제를 직면한다”고 등장인물이 간직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핫밀크>는 어떻게 출발했을까. “선택의 기로에 선 동시대의 여성들을 생각했다. 미국에서는 위험한 방식으로 상황이 변하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여성의 빠른 회복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여성은 존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자유롭게 사랑하는 것도 어렵다. 이 문제를 반추해보고 싶었다.” 이어 “레즈비언은 서로를 지배하려는 행동이 덜하다. 여성들의 일하는 방식은 보다 자유롭다. 게이들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촬영 과정 중 어려움을 짚어보기도 했다. “밸런스를 맞추는 게 어려웠다. 특히 긴장감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 촬영 분위기는 친절하고 화기애애했다. 모든 과정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스태프들 사이에서 모든 게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걸 지켜보기만 하면 됐다.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