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타이틀]
박창선의 애니산책 <기동전사 Z건담 - 별을 잇는 자>
2005-11-07
글 : 박창선
20년 만에 새롭게 돌아온 Z건담

1985년 일본에서 방송된 이래 <기동전사 건담>과 함께 최고의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동전사 Z건담>이 20년 만에 극장판으로 제작되어 올해 5월 개봉했다. 총 3부작으로 구성될 이번 극장판은 완전히 새로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예전 TV판의 영상에 신작 영상을 추가해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단순 재편집, 재구성으로 제작된 극장판은 절대 아니다.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는 이 작품에 'New Translation' 즉, 새로운 해석이라는 부제를 붙이며 21세기 감각에 맞는 새로운 Z건담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일단 1부에 해당하는 <별을 잇는 자>는 시리즈 도입부인 관계로 스토리 라인의 커다란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캐릭터 간의 인간관계가 TV판과 다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암시는 여러 장면을 통해 엿보인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인물은 주인공 카미유. TV판에서 반항적이고 타인에게 상처만 주던 '카미유'는 극장판에선 부쩍 성숙한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항상 쌀쌀맞게 대하던 여자친구 '파'에게도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이는 등 전혀 새로운 캐릭터로 변모했다.

이번 극장판의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작화를 통해 완성된 우주 공간에서의 모빌슈트 간의 전투 씬이다. 단순한 빔 라이플 사격에 의한 전투에서 벗어나 주먹과 발로 백병전을 벌이는 전투 씬은 엄청난 박력을 선사한다. 특히 자브로 강하를 위한 대기권 돌입 전투 씬에서 카미유의 '건담 마크2'와 '라이라'의 '가르발디β'의 전투가 압권인데, 1부 최고의 장면 중 하나인 마크2 킥을 구경할 수 있다.

전투씬에서는 비약적인 발전을 한 가운데 캐릭터 디자인은 아쉬움이 남는다. 오리지널 캐릭터와 신 작화 캐릭터 간의 이질감이 너무 커 과연 동일인물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할 정도다. 요즘 추세가 아무리 꽃미남을 선호한다지만 과거 팬의 입장에서 보면 아니다 싶은 생각도 든다. DVD 발매와 함께 팬들의 평가도 기대와 실망으로 갈리고 있는데, 아직 감독의 새로운 해석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1부는 제목인 '별을 잇는 자'에 부합하듯 카미유 비단이라는 새로운 에이스 파일럿과 구시대의 영웅 '아무로 레이'와 '샤아 아즈나블'의 만남을 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아울러 이미 나이가 든 오리지널 건담 팬과 처음 건담을 접한 젊은 세대 팬의 만남도 1부의 핵심일 것이다. 실제로 개봉 당시 극장 안은 30~40대 올드 팬과 젊은 10~20대 팬이 함께 건담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과연 우리는 <기동전사 Z건담 극장판>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눈물'을 볼 수 있을까? 모든 해답은 3부가 개봉될 2006년 3월 4일에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극장판답게 본편은 1.85:1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한다. 구작 영상의 경우 16밀리 오리지널 네가에서 HD 작업을 한 후 16:9 영상으로 재편집하는 과정을 거쳤다. 보통 영화들이 35밀리 네가를 마스터로 한다는 점에서 구작 영상은 약점을 안고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에이징'이라는 최신 기술을 통해 구작 영상에 새로운 효과를 가미하고, 신작 영상은 구작 영상과의 조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샤프니스 감소와 필름 노이즈를 추가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많다. 결국 구작 영상 때문에 화질 면에서 손해를 본 것이 되는데 감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서로의 위화감은 최대의 단점이다.

그래도 일련의 작업을 통한 화질 보상 효과는 확실히 있다. 음질은 모두 새롭게 녹음한 관계로 좋은 편이다. 상황에 맞는 새로운 대사와 음악을 위해 한 작업으로 20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조금씩 변해버린 기존 성우들의 목소리에 실망할 수도 있다. 대신 돌비 디지털 5.1로 변신한 음향 앞에서 살짝 눈 감아 주고 싶다. 각트(Gackt)가 부른 오프닝 곡 'Metamorphoze'가 나오는 순간 확실히 극장용이라는 느낌이 든다. 캐릭터 위치에 따라 대사가 각 채널 별로 잘 분리 되고 함 내에서 들리는 세세한 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 사운드 디자인 자체는 우수하다. 우주 전투 중 파괴되는 MS의 폭발음에 따른 서브우퍼의 활용도 인상적이다. 다만 자브로 강하를 위한 대기권 돌입 씬을 제외하면 리어의 활용이 조금 약한 것이 아쉽다.

부가영상으로는 본편 디스크에 '극장용 특보'와 '예고편'이 들어 있고 따로 부가영상 디스크에 '메이킹 오브 Z건담 -별을 잇는 자-편'이라는 제목으로 Z건담 극장판의 제작배경 및 과정, 감독 인터뷰 등을 실은 49분짜리 다큐멘터리가 있다. 제목으로 알 수 있듯이 이 다큐멘터리는 앞으로 발매될 2부, 3부에 계속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오프닝 곡을 부른 Gackt의 'Metamorphoze 뮤직비디오'와 각종 포스터 및 프로그램에 쓰인 이미지를 담은 '별을 잇는 자 갤러리'가 있다.

토미노 감독 인터뷰
포토 갤러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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