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타이틀]
박창선의 애니산책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대모험>
2006-01-12
글 : 박창선
다카하타 이사오의 초기 명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지브리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는 명감독 다카하타 이사오는 우리에게 흔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제일 친한 친구 또는 파트너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연출을 맡은 작품을 들여다보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세계와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최근 코드3 DVD로 출시된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를 비롯해 지금까지 소개된 다카하타 감독의 작품을 보면 유독 인간들의 삶에 대한 묘사와 갈등이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는 단순히 웃고 즐기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던 것이다.

1968년 제작된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대모험>은 일본 애니메이션 50년사에 있어 태풍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악마의 침략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려는 인간들의 투쟁과 갈등 그리고 단결로 향해가는 과정을 치밀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 일본 애니메이션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애니메이션도 영화 못지않은 구성과 표현이 가능함을 직접 보여준 것이었다.

물론 개봉 당시에는 신나고 밝은 분위기에 익숙한 팬들과 비평가들 사이에서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평을 들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도에이의 걸작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대접 받고 있다. 이렇게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이 작품은 흥행부진으로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한 도에이의 발목을 잡아 이 후 대작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특히 장대한 시네마스코프 영상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소멸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처음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대모험>을 접했을 때의 소감은 ‘재미없다’에 가까웠다. 고대 이집트 신화의 태양신을 뜻하는 호루스와 일본의 민화와 전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스토리가 한국인에게 감흥을 주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질도 엉망인 VHS에 담긴 영상이었으니 오죽했을까. 2002년에 겨우 DVD가 발매되어 다시 이 작품을 보자 그 느낌은 사뭇 달랐다. CG가 난무하는 요즘 작품과 달리 수작업의 묘미가 살아있는 그림체와 분위기, 오히려 요즘 작품과 비슷한 스토리 구조는 시대를 앞서간 대작이구나 하는 느낌을 줬다.

일단 2.35:1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의 탁 트인 화면은 속을 후련하게 해준다. 4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화질 자체에 불만은 없다. 다만 도에이 DVD의 고질적인 인터레이스 방식의 영상은 움직이는 빠른 화면에서 약점을 많이 노출한다. 오리지널 모노로 수록되어 있는 사운드 역시 큰 무리는 없다. 다소 소리가 답답하다는 느낌은 있지만 당시 녹음 기술이나 상태를 고려하면 정상적이다. 덤으로 대사를 뺀 사운드와 효과음만 들어있는 BGM 트랙이 있어 작품의 스코어나 분위기를 한층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고전 작품들은 역시 부가영상에서 허전함을 보여준다. 예고편과 아트 갤러리를 제외하면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인터뷰 하나 안 들어있어 작품의 평가에 비해 DVD는 미흡한 수준으로 발매됐다. 앞으로 <추억은 방울방울>, <반딧불의 묘> 등의 작품이 계속적으로 우리나라에 출시될 예정이니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작품 세계를 알아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메뉴 화면
아트 갤러리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