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도일 원작의 추리소설 <셜록 홈즈>를 바탕으로 사람이 아닌 ‘개’를 캐릭터로 만들어 어린이들이 보기 쉽게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명탐정 홈즈>이다. 국내에서도 80년대에 KBS에서 <명탐정 번개>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바 있으며, SBS에서도 재차 <명탐정 셜록 하운드>라는 제목으로 방영이 되는 등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
<명탐정 홈즈>의 특징은 앞에서도 언급한 개성 넘치는 동물 캐릭터, 기상천외한 스토리, 박진감 넘치는 연출 등을 통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국영방송인 RAI와 일본 도쿄무비신사(현 톰스 엔터테인먼트)의 공동제작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필두로 4화 분량의 제작을 끝냈을 때 이탈리아 측의 사정으로 급작스럽게 제작이 중단되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 작품에 애착이 가졌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일본 개봉 당시 동시개봉작으로 <명탐정 홈즈>의 완성된 2개의 에피소드를 선택했다. 이 일을 계기로 다시 TV 방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들었던 4개의 에피소드와 제작 도중 중단된 2개의 에피소드에 이어, 나머지 20개의 에피소드가 새로운 스탭들의 힘으로 완성되어 제작 개시 3년 반 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이런 우여곡절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고 KBS 첫 방영 당시의 설렘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명탐정 버언개~’ 시작되는 오프닝 곡과 함께 귀여운 개들이 와르르 나올 때 머리 속에 스쳐지나간 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작품을 계속 보고 있으면 등장인물들이 개로 보이지 않고 멋진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캐릭터들이 뛰어났고, 항상 계획만 세웠다가 홈즈에게 번번이 당하는 모리아티 교수도 너무 불쌍했다. 그 중에서 당시 어린이들의 시선을 잡았던 것은 바로 홈즈가 타고 다니던 자동차였다. 앙증맞은 디자인과 약해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하늘에서 떨어지고 점프를 해도 끄떡없는 수퍼카에 완전히 매료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가끔 홈즈의 손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도 한다. 20년의 세월이 흘러 DVD로 다시 본 <명탐정 홈즈>는 그 때의 즐거웠던 기억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가 워낙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시 한번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지난 2001년 발매된 <명탐정 홈즈 DVD-BOX>는 총 5장의 디스크로 구성되어 있다. 화질은 잘 보관되어있던 35mm 오리지널 네가 필름 덕택에 최상의 상태를 보여준다. 물론 세월의 흔적인 약간의 잡티와 노이즈는 애교로 넘길 수 있는 수준이다. 셀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잘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색감이 매력 포인트. 돌비 디지털 모노로 수록된 음향은 오래된 작품답지 않게 힘이 넘친다. CD보다 뛰어난 음질을 보장하는 자기테이프에 보관되어 있던 음향소스를 사용해 깨끗하고 명료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다만 다음 편 예고와 부가영상의 경우엔 소스의 소실로 음질이 떨어진다.
오래된 작품인 것에 비해 <명탐정 홈즈>는 상당히 풍부한 부가영상을 가지고 있다. 우선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방송 선전 영상을 담고 있는데 14가지 버전이나 존재한다. 5초, 15초, 30초 버전으로 구분되어 잘 정리되어있다. 여기에 논 크레딧 오프닝, 엔딩 그리고 영어 크레딧이 삽입된 영어판 오프닝이 있다. <명탐정 홈즈> 부가영상의 핵심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미지보드집이다. 정지화면 총 127매로 구성되어 있는데 초기 캐릭터 설정을 비롯해 홈즈의 살던 베이커가 221B의 모습 등 소중한 자료들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