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타이틀]
박창선의 애니산책
2005-05-07
글 : 박창선

여성 모험 활극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큐티하니>는 국내에서도 유명한 <마징가Z>의 원작자 ‘나가이 고’의 작품이다. 마징가 시리즈 때문에 로봇 만화에 정통한 작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나, 사실 이 분은 은근히 뇌쇄적인 작품 쪽으로 명성이 더 높다. 특히 여체의 아름다움을 한껏 감상할 수 있는 <큐티하니>가 비교적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편이다.

이번에 소개할 <RE:큐티하니>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감독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안노 히데아키’의 최신작이다. 원래 안노 히데아키는 이런 장르의 작품을 대단히 좋아하는 열혈 매니아로 정평이 나있는데, 그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앞서 <큐티하니>를 실사영화로 만들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정리해왔던 큐티하니의 모든 것을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풀어놓기로 한 것이다.

<Re:큐티하니>는 영화판과 상호 연동이자 댓글과도 같은 작품으로 영화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다채로운 장면이 많이 들어가 있다. 실사영화에서 표현하기 힘들었던 장면이나 설정을 애니메이션에서는 자유롭게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RE:큐티하니>의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의 오프닝으로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작품 간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요즘 인기 있는 여자아이는 풍만하고 출렁거리는 아이’라는 오프닝 곡의 가사는 압권이다.

원작과는 차이가 있는 캐릭터 디자인이나 바뀐 설정이 등장하면서도 원작 특유의 오버 액션과 뇌쇄적인 분위기는 더욱 충실히 재현했다. 여자 가슴이 흔들리는 장면이나 기타 설명하기 민망한 장면의 구성에 일가견이 있는 가이낙스가 제작에 참여했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의도야 어찌됐든 팬 서비스 하나는 확실하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 작품을 보고 있으면 안노 히데아키는 이런 코믹작품 연출에 더 능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안노 히데아키가 작정하고 코믹 작품을 만들면 물건이 하나 나올 것 같은데 아쉽다.

DVD의 경우 요즘 추세에 맞게 시원스런 와이드 화면으로 제작되었다. 화려한 원색 톤의 컬러 구성이 처음에는 눈에 거슬리고 촌스럽다는 느낌을 들게 하지만, 요란한 화면 구성이나 큐티하니의 변신 장면을 보고 있으면 원색들이 오히려 잘 어울림을 알 수 있다. 심심하면 알몸으로 등장하는 하니의 모습에 익숙해져서 그럴까?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방에서 총알이 튀기고 폭발하는 등 정신없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것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화질을 보여준다. 사운드는 가장 무난한 스테레오로 되어 있다. 캐릭터들의 음성과 폭발음 같은 효과음이 적절하게 스피커를 울려준다. 성우들의 오버하는 연기 또한 일품.

부록은 총 3화의 짧은 본편 구성에도 불구하고 충실한 편이다. 3장의 디스크에 적절하게 분산 수록되어 있는데 감독, 각본, 주연 성우 두 명, 이렇게 총 4명이 이야기를 나누는 좌담회가 눈길을 끈다. 안노 감독의 무신경한 모습과 지금까지 큐티하니 같은 섹시한 캐릭터를 연기해본 적이 없는 주연 성우의 솔직한 느낌 등을 들을 수 있다. 돌발발언 때문에 모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그리고 부록이라고 하기에는 좀 이상하지만 큐티하니의 야한 장면만 골라서 볼 수 있는 챕터 선택이 따로 있다.

제작발표 영상
큐티하니 역의 성우 호리에 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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