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타이틀]
박창선의 애니산책 <에이스를 노려라! 극장판>
2005-08-07
글 : 박창선
스포츠 순정만화의 왕도

태양이 작열하는 테니스 코트. 한 구, 한 구 혼신의 힘을 다해 치는 선수들. 그들의 힘차고 아름다운 플레이에 열광하며 환호를 보내는 관객. 이 모든 것이 종합된 스포츠가 바로 테니스다. 그 중에서도 여자 테니스는 여성의 아름다운 신체와 강한 힘이 어우러진 스포츠로 오늘날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현재 이러한 여자 테니스의 인기를 끌어올린 장본인은 바로 러시아의 샤라포바로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서브와 괴성을 동반한 스트로크로 수많은 테니스 팬들을 매료시켰다. <내일의 죠>의 감독으로 유명한 데자키 오사무의 첫 번째 극장용 애니메이션 <에이스를 노려라!>는 70년대 후반 오늘날과 같은 파워 테니스로 변모해가던 여자 테니스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테니스 명문 니시 고등학교에 어느 날 새로운 코치가 부임해 온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테스트를 통해 1학년인 오카 히로미가 선수로 발탁 되고 그 날부터 코치의 특별훈련이 시작된다. 여자 테니스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코치의 노력 속에서 히로미는 점차 전혀 새로운 플레이어로 변신해 간다. 일본 스포츠 순정 만화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원작 만화의 인기와 더불어 데자키 오사무 감독 특유의 강렬한 연출에 의해 그 진가가 더욱 빛난다.

극장판에 앞서 제작된 TV 시리즈는 원작 만화의 연재 도중 끝이 나면서 큰 아쉬움을 남긴 반면, 극장판은 원작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무나가타 코치의 죽음을 클라이맥스로 삼고 있다. 방대한 원작을 90분 정도의 시간으로 압축하면서도 스토리 라인에 흐트러짐이 없고, 짧은 시간 안에 무나가타 코치와 히로미의 정신적 교감을 원작 이상으로 훌륭히 표현함으로서 과연 데자키 오사무 감독이라는 칭송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 있는 사실은 이 작품이 80년대 최고의 OVA(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인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의 패러디 원안이라는 것이다. <톱을 노려라>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는 고교 시절 <에이스를 노려라> TV 시리즈의 재방송을 보기 위해 학교가 끝나자마자 항상 집으로 달려왔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톱을 노려라!>를 기획하면서 원작 만화를 다시 읽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일까? 두 작품 사이에는 데자키 오사무 감독과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서로 정신적 교감을 주고받은 듯한 단순한 패러디 작품 이상의 무언가가 녹아 있다. <에이스를 노려라>가 무나가타 코치라면 <톱을 노려라>는 바로 오카 히로미다.

이번에 출시된 DVD는 과거 출시된 버전에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음성해설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판의 화질 역시 1979년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는데 재출시판도 동일한 영상을 사용하고 있다.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전매특허인 하모니 기법이 나올 때 흐트러지기 쉬운 선과 색의 조화가 훌륭히 이루어지고 있다. 대신 돌비 디지털 모노로 녹음된 사운드는 어쩔 수 없이 고전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보여준다. 워낙 오래된 작품이다 보니 '극장 예고편‘ 외에 다른 부가 영상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새롭게 추가된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음성해설이 이러한 아쉬움을 한순간에 날려버린다. TV 시리즈에 관련된 이야기에서부터 극장판 제작 비화, 일일이 모든 것을 손으로 그려야만 했던 시절에 고생했던 에피소드, 어떤 장면에서는 시간이 부족해 원했던 연출이 안 나왔다는 등 작품 전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비교적 상세히 들을 수 있다.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작품이지만 화면구성, 작화, 배경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고, 단순한 인간관계가 아닌 영혼과 영혼과의 만남을 극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에이스를 노려라>는 순정만화의 집대성이라 불릴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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