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편집의 마술 [2] - <형사 Duelist> 고임표 기사
2006-06-08
글 : 이종도
영화에 리듬과 템포를 불어 넣는다

나의 데뷔/ <마지막 방위>(1997)

나의 데뷔 경로/ 공고를 마치고 사진관에서 사진을 석달 배우는데 극장 광고업자가 찾아왔다가 나를 충무로 청맥녹음실에 연결해줬다. 녹음실에서 일하다가 교황 방문 기록영화 편집을 맡으면서 영화 편집으로 들어섰다.

나의 주요작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공공의 적2> <실미도> <신라의 달밤> <유령> <화산고>

나의 이 장면/ 슬픈눈과 남순의 마지막 술집장면.

*남순이 계단 내려가는 첫 컷과 슬픈눈이 계단 올려가는 마지막 컷은 운명의 상반됨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명세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눈 쌓인 뿌연 유리창은 기다림의 분위기를 설명한다. 점프컷으로 술집장면을 빠르게 연결했다.

*처음엔 남순의 툴툴거리는 캐릭터가 두드러지고, 슬픈눈은 오히려 여성적인 캐릭터를 보여준다. “이름만 부를 거요?” 뭔가 있을 듯한 장면이다. 슬픈눈의 표정은 그저 이름만 묻는다는 표정이 아니다. 묻는 대로 답하면 관객은 싫어한다.

*더 바싹 슬픈눈을 클로즈업으로 담았다. 슬픈눈이 처음으로 남순의 이름을 불러보는 장면이다. 그 다음 남순의 클로즈업을 여성적으로 잡았다.

*지루함을 건너뛰기 위한 투숏이다. 적정 시간이 지나면 두 사람의 표정과 행동을 동시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남순의 두개의 컷을 연속시켰다. 첫 컷은 매월향이라는 여성적인 면, 그 다음 컷은 형사적인 와일드한 면이 드러난다.

*술병을 서로 마주잡게 되는 게 포인트다. 그전에는 칼싸움만 있었다. 접촉다운 접촉은 처음이다. 술병을 바싹 잡고, 그 뒤에 바로 남순 반응으로 가면 너무 빠르니 슬픈눈을 본 다음에 간다.

*슬픈눈이 남순을 뻔히 쳐다보는 눈길엔 이미 단순한 감정 이상의 것이 있으므로 남순이 눈길을 수줍게 피하는 장면. 사랑이 시작된다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이때 음악을 같이 깔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슬픈눈이 처음으로 웃는다. 서로의 눈빛 교환을 바싹 잡는다. 그 다음 슬픈눈의 어두운 볼을 디졸브시키고 촛불로 넘어간다.

*슬픈눈이 생각한 남순과 남순이 생각한 슬픈눈을 교차시킨다. 서로가 똑같이 과거를 떠올리는 회상신으로 가면서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 고조된다.

*슬픈눈이 남순에게 주는 선물과 장부가 동시에 잡힌다. 검은색과 검은색을 와이프로 연결해 노리개를 사던 회상장면을 삽입했다. 이로써 슬픈눈이 남순을 처음부터 좋아했다는 것이 명확해진다.

*장부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카메라를 틸트 다운한 뒤 클로즈업으로 올라가면, 안성기의 내레이션이 추가된다.

*슬픈눈이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은 서로의 갈 길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순이 애절하게 유리창을 보는 장면을 클로즈업으로 잡고, 그 다음 슬픈눈의 애절한 표정으로 둘 사이의 슬픈 운명에 전조를 주었다.

*눈 쌓인 계단을 줌인하면서 그림자 안에 감춰두려고 하는 슬픈눈의 발자국을 잡은 뒤 결국 발자국이 지워지는 클로즈업으로 길게 가면서 슬픈눈의 운명과 신비감을 표현했다.

내가 꼽는 명편집/ 김현 기사의 <박하사탕>을 보면 묘한 뒷감정이 있다. 컷 마무리 부분에 감정이 살아 있다. 기차는 역행하고 이야기는 순행하는 편집이 좋았다.

나의 편집론/ 편집이란 영화 전체 구성을 잡아주는 것이지 한신 한컷을 잘 만들어가는 게 아니다. 전체적 리듬과 템포가 중요하다.

나의 편집실 에피소드/ <공공의 적2>에서 강석신(박상욱)이란 배역이 있는데 나중에 사고로 죽는다. 그러나 그 죽음이 슬프지 않았다. 그래서 주문했다. 석신이 조직 보스를 룸 안으로 몰아넣고 단번에 날려버리는 신을. 그래야 관객이 공감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설경구가 “제수씨 미안해요”라고 할 때 그제야 슬픔이 공감되는 것이다. 그 신은 나중에 추가 촬영했는데, 연출부에서는 “왜 그러느냐, 나이트클럽 싸움장면 촬영으로 이미 나이트클럽을 작살냈는데 거기서 다시 빌려주겠느냐”고 걱정하더라. 그 방장면 하나를 찍기 위해 결국 세트를 비싸게 지어서 찍었다.

참고자료 <영화 이해의 길잡이> <영화의 이해> <영화후반작업>, DVD <커팅 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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