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편집의 마술 [3] - <올드보이> 김상범 기사
2006-06-08
글 : 이종도
감독과 관객을 매개한다

나의 데뷔/ <미술관 옆 동물원>

나의 데뷔 경로/ 원래는 연출 준비를 하며 글을 썼는데, 편집기사인 아버지가 그만두셨을 때 공들인 유업을 살려보고 싶었다.

나의 주요작들/ <공동경비구역 JSA> <혈의 누>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왕의 남자> <사생결단>

나의 이 장면/ 오대수(최민식)가 혀를 자른 뒤 우진이 자살하기까지.

*우진이 고개를 숙이고 오대수와 포옹한 뒤 일어나면 비슷한 미디엄 사이즈로 갈 것인가 풀숏으로 빠질 것인가. 동일한 신인데도 다른 신인 듯한 느낌인데 넓은 사이즈로 마무리짓고 싶었다. 바로 우진이 죽을 것 같은데 안 끝나고 이 사이즈로 시작해 더 집중력을 높인다.

*아주 큰 클로즈업에서 롱숏, 거기서 다시 극단적 클로즈업으로 왕복하는 걸 좋아한다. 인물의 동선 중심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이미지 중심으로 가기에 중간 과정은 많이 들어낸다.

*오대수의 무릎 꿇는 사이즈는 작다. 이에 반해 우진은 크다. 사이즈 변화와 대조를 준 이유는 관계성 설정 때문이다.

*그 다음부터는 사이즈 변화보다는 둘의 기싸움이 중요하므로 큰 사이즈 중심으로 갔다. 중간 크기의 미디엄으로 갔다가 오대수의 클로즈업으로 들어가는 중간 과정이 없다.

*마스터숏에서 바로 큰 클로즈업으로 가는 방식인데, 이렇게 그전까지 관객을 길들여왔기 때문에 자연스레 받아들여진다. 굉장히 큰 클로즈업으로 바로 연결하는 게 상식적 컷 연결은 아니다. 이렇게 크게 잡으면 오대수의 심리가 강렬하게 느껴진다. 관객이 좀더 빨리 감정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사이즈다. 다음 그림을 연상하게 하거나 편하게 보는 걸 방해하고 싶었다. 계속 긴장하게 하는 거다. 관객에게 등 붙일 시간을 주지 말자는 거다.

*우진의 클로즈업, 그 다음 대수의 빅클로즈업인데 보통은 중간에 롱숏이 들어갔을 것이다.

*마지막 컷은 오대수가 쓰러져 절망하는 장면이다. 충돌만으로는 이미지들이 뇌리에 안 남는다. 정서적인 컷이 울림을 줬을 때 충돌시킨 이미지도 같이 남는다. 이때 오대수의 표정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다. 오히려 롱숏으로 좌절감을 표현해야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를 관객이 궁금해하고 긴장이 생긴다. 우진이 던진 질문에 오대수는 숙제를 떠안게 되고 이 숙제를 관객이 같이 떠안게 되는 거다.

내가 꼽는 명편집/ 강의를 나가면 <대부>로 강의를 자주 한다. 오버랩, 사이즈 변화, 페이드 아웃에 관한 상식을 깨뜨리는 작품이다. 자동차 내부신을 찍을 경우 이 각도 저 각도에서 다 찍어보는데, <대부>는 정면만 찍는다.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가 중요하지 각을 바꿔 찍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화면 변화를 주려고 안달할 필요가 없다고 가르친다. 소니의 죽음에서 클로즈업과 롱숏과의 대비, 첫 시퀀스에서 결혼식 끝 장면까지는 이야기할 부분이 많다.

나의 편집론/ 감독과 관객 사이에서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장 알아듣기 쉽게 전달하는 중간 매개자가 편집자다. 감독이 더 하려고 하는 얘기는 없는지 귀기울여 듣고 어떤 방법이 옳은지 길을 찾는 게 편집이다.

나의 편집실 에피소드/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영화와 관계없는 신을 하나 만들어넣은 게 있다. 비상이 걸려서 모두 군장을 하고 트럭에 올라타는 장면인데 수류탄 지급이나 탄창 챙기는 장면이 없어서 찍자고 말했다. 트럭이 출동하는 것만으로는 긴장감이 없었다. 대본에도 없고 제작비도 넘어가니까 포기할 수 있었는데 다행히 명필름이 추가 제작을 해줬다.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금자가 딸을 재우고 총으로 딸깍 소리를 내는 장면을 제안했다. 깊은 밤 금자의 아파트를 보여주는 인서트인데 백 선생에 대한 복수심이 설정만 있지 복수심을 드러내는 장치가 없어 빈 총이지만 방아쇠라도 당기는 소리를 넣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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