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데뷔/ <싱글즈>
나의 데뷔 경로/ 예고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대학에서 편집을 전공했다. 2학년 때 연출부 일을 하다가 이경자 편집실에 대학 3학년 때 조수로 들어갔다.
나의 대표작/ <달콤, 살벌한 연인> <범죄의 재구성> <댄서의 순정> <태풍태양> <슈퍼스타 감사용>
나의 이 장면/ 얼매(이문식)의 회상장면.
*<범죄의 재구성>을 빠른 편집이라 하는데 컷 수가 많은 건 오히려 <슈퍼스타 감사용>이나 <태풍태양>이다. 2천컷이 넘으니까. 이야기 호흡이 빠르고 컷 분배가 리드미컬한 거지 컷이 많은 영화는 아니다. 몽타주 스타일로 사기단의 한국은행 사기 준비를 위한 독립된 각 신은 전체 20분 정도였는데 모두 줄이니 2분이었다. 키가 되는 대사를 잡고, 동선을 잡고, 비슷한 대사로 신을 전환하면서 줄였다. 최대한 움직임이 많은 앵글 살리는 게 또 하나의 목표였다.
*얼매 장면은 얼매의 캐릭터가 편집 포인트다. 과거 회상은 보통 신 전체가 길게 들어가는데 MTV 스타일로 해서 빠르게 느껴진다. 얼매의 반복되는 대사를 이용해 신을 빠르게 전환시켰다(현실과 회상장면에서 똑같은 대사를 한다).
*얼매 장면은 군더더기 같아 보이지만 주인공 최창혁과 가까워지게 된 계기도 보여주고, 주인공 이외의 인물에도 비중을 주고, 백그라운드를 넣어줘서 관객의 상상을 자극시켜주고 싶었다. 짧은 컷임에도 불구하고 휘발유만 빼면 누구나 남의 뒤통수를 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건데 여러 인물에 컷을 분배해서 긴장감이 생긴다.
*‘짝대기’-‘짝대기’ 같은 대사 반복이 신 전환과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얼매 같은 경우는 이런 대사가 얼매가 나오는 신들의 이음새 노릇을 한다.
*마약상 자동차는 아직 거리가 많이 남아 있었는데 어느새 얼매에게 와 있다. 최대한 동선을 점프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보인다. 최대한 프레임을 많이 버리는 것이다.
*‘다섯개가 한 세트’ 대사 반복 장면에서 <플란다스의 개> 비디오테이프 케이스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라 꼭 한 프레임 더 넣고 싶었으나 빠졌다.
*도심 컷 두개는, 얼매가 정말 약을 했다는 것, 도시 빈민가 느낌으로 얼매의 막장 인생을 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넣었다. 즉흥 대사는 희생시키더라도 이런 좋은 이미지는 꼭 살린다. 단 한 장면으로 상황을 요약하는 거니까.
내가 꼽는 명편집/ 아무리 후진 영화도 건질 부분이 있다. 내 편집의 목표는 <아이 엠 샘>인데 과감한 점프, 격렬한 컷 간격이 충격이다. 감정이 있다고 해서 컷 길이를 늘리는 게 아니라 거꾸로 짧게 간다. 드라마라 하면 숏이 길거나 연기자 위주의 몰아주는 앵글이라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아이 엠 샘>은 거칠고 말도 안 되는 점프를 하는 액션영화식 편집인데도 감정을 해치지 않는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도 정적인 이야기인데 생략하고 점프하는 호흡이 놀랍다.
나의 편집론/ 내가 한 드라마들은 휴먼드라마인데 편집은 그런 방식이 아니다. 커팅이 격렬하고 소재의 특색-스포츠 장르의 특색을 주목한 편이다. 보통은 리얼리티를 강조하면 천정명이 직접 스케이트를 타는지, 감사용이 진짜 공을 던지는지를 궁금해하고 그래서 길게 붙인다. 그러나 난 수없이 컷을 나누고도 직접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테크닉은 없을까 연구했다. 감독은 아기를 낳고 나는 아기를 기르는 유모다. 리본도 달아주고 신도 골라주고 영화의 개성이 돋보이게끔 최대한 치장해주는 거다. 편집은 리듬이다. 리듬을 잃지 않고 최대한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컷이 없어도 지루하다면 점프컷이라도 하는 것이다. <달콤, 살벌한 연인> 인트로도 원래 점프컷은 아니다. 길게 찍은 건데 잘랐다. 지루한 건 못 참는다. 난데없고 정신없을 수 있겠지만.
나의 편집실 에피소드/ 구로사와 아키라 말처럼 편집이 안 되는 걸 매달려 결국 해내는 게 영화 아닐까. 남들이 버린 숏으로 영화를 만들 생각도 해봤다. 98년에 영화를 포기하려고 했다. 일감도 안 들어오고 해서 뮤직비디오나 광고를 프리랜서로 했는데 황우현 튜브픽쳐스 대표에게 메이킹 필름을 일감으로 받았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MTV적인 감각에 눈떴다. 일거리를 위해 영화사에 명함을 돌리다가 이경자 편집실에 자주 놀러왔던 권칠인 감독이 <싱글즈>를 한번 해보라고 해서 현장편집도 하고 본편집도 하게 되었다. 현장편집을 하는데 최동훈 감독이 일하는 거 보고 <범죄의 재구성>을 선뜻 맡겼다. 뭘 믿고 맡긴 걸까?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