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
데뷔 경로/ 학교(중앙대 영화과) 학생회에서 학교 홈페이지 관리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편집을 맡게 되었다. 그때 모 일간지에서 시행하는 대학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과에서 장비를 사야 했는데 그때 애플 파이널컷 프로그램과 컴퓨터를 사서 편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이장면/ 유태정(하정우)이 이승영(서장원)에게 ‘불광’을 알려주는 장면.
*구두약 장면을 라이터 불로 시작하는데, 원래는 풀숏이었고, 인물별로 인서트도 미리 따놓았는데 두 사람을 번갈아 숏, 리버스숏 식으로 찍지 않았다. 찍었지만 편집하면서 결국 다 버렸다. 태정과 승영의 갈등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장면인데, 두 인물 사이엔 그전에 긴장이 없었지만 이 신에 외부적 요소인 마수동 병장이 들어서며 긴장이 생긴다. 그때부터는 긴장을 주기 위해 컷을 잘개 쪼갰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처럼 어두운 곳에서 활활거리는 불의 이미지로 시작하고자 했다. 사건이 시작되고 장면이 전환되는 느낌이다. 바로 직전의 지하철 역사 육교 위의 풀숏에서 또 풀숏으로 넘어가는 것보다 긴장감도 있고, 신을 강조하기 위해 작지만 강렬한 느낌으로 시작하고자 했다.
*승영의 표정은 뭔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 군대는 안 맞는다’는 표정으로, 원래 태정 장면도 있었으나 이 표정 때문에 승영에게서 시작했다.
*숏 리버스 숏 방식으로 갈 경우 마수동이 들어왔을 때는 별다른 느낌을 줄 수 없다. 대부분 풀숏과 투숏으로 갔는데 그래서 단조롭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했다.
*마수동이 입장할 때 풀숏으로 찍으면 휑하고, 카메라가 가까이 들어가면 부담이 되어 중간 크기로 갔다. 윤종빈 감독은 입장으로 시작해 퇴장으로 사건을 마무리한다.
*세 사람 사이 대화를 어떻게 갈 것인지는 고민거리다. 고참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승영은 슬쩍 빠져 있는 것으로 처리했다. 문제는 언제 승영의 뒷모습을 넣느냐였다. 불필요해 보여 승영의 뒷모습 하나와 커피 타는 장면은 뺐다.
*인물들이 퇴장하면서 신 안에서 사건이 종결된다.
내가 꼽는 명편집/ 월터 머치는 교과서로 여겨지는 편집자인데 기술은 중요하되 함몰되지 말라고 말한다. 극장 안에서 관객의 눈이 모두 감길 때 동시에 모두 떠질 때 그때가 좋은 영화 편집이라고 한다. 한 호흡이 끝날 때마다 눈을 깜빡댄다고 한다. 모든 관객이 일치하면 동시에 극장이 어두워졌다가 밝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의 편집론/ 20%는 기술력, 컷과 컷 연결은 30%, 나머지는 이야기를 보는 능력이다. 컷과 컷 연결이야 어떻게든 된다. 그러나 이야기의 구조화가 더 중요하다.
나의 편집실 에피소드/ 승영과 태정, 마수동이 함께 뒤엉켜 싸우다가 모두 연병장으로 나가 얼차려를 받는 컷이 있다. 원래는 없는 장면인데 우연히 연병장에서 도는 병사들이 보여 찍어둔 컷이다.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군장을 싸서 얼차려를 받는 신은 부대로 봤을 때는 사고가 났을 때나 하는 거라 부대 쪽에 부탁하기가 껄끄러웠다. 문제는 연병장에 서 있는 병사가 영화 속 세명과 달리 네명이란 것이었다. 감독은 문제를 일으킨 원인이기도 한 허지훈도 군장을 쌌을 거라고 사후 해석을 내렸는데 관객은 대부분 세명이라 착각했다. 허지훈의 자살신에서 나는 소리가 묘한데 원래는 삭제된 장면의 소리다. 마수동이 허지훈을 강간할 때 나는 소리였다. 자살할 때 나는 새소리는 나중에 추가 녹음했다. 화질이 조금 떨어지는 건 부산영화제 출품을 위해 키네코(디지털 필름화 작업)를 3일 만에 해냈어야 하는데 영화를 담은 하드디스크가 ‘뻑’이 가서 그렇다. 거기에 모든 촬영 장면이 있었는데 날아간 것이다. 살아남은 파일이 다행히 있었지만 해상도가 낮았다. 한 시간짜리 DV 테이프로 52개 분량을 3일 내에 다시 편집할 수 있겠나. 너무 암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