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편집의 마술 [6] - <귀여워> 김현 기사
2006-06-08
글 : 이종도
자연스럽게 흐르되, 충격이 있어야 한다

나의 데뷔/ <궁녀>(1972)

나의 데뷔 경로/ 궂은일을 하다가 엑스트라, 소품 담당으로 조금씩 영화에 한발 다가섰고 이장호 감독과 인연이 되어 신필름 편집실에 들어갔다. 혼자서 NG난 필름으로 편집을 익혔다(<씨네21> 397호 ‘국가대표 편집기사 김현의 영화인생 7막8장’ 참조).

나의 대표작/ <어미> <그들도 우리처럼> <박하사탕> <오아시스>

나의 이 장면/ 결혼식 환상장면.

*<귀여워>는 호평을 받은 작품임에도 편집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호했다. 이 신이 뭘 의미할까, 연결해 들어가보니 이해가 되었는데 그걸 일반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시킬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첫 대목은 도심 속의 청계천이라는 설명과 장선우의 인간됨, 그리고 비어 있는 결혼식 하객 의자들을 보여주면서 어떤 예감을 전달한다.

*원신 원컷으로 간 거였는데 원래 장면이 굉장히 많았다. 진부하기도 하고 템포가 없었다. 길어서 오버랩시켜 잘라붙인 대목이다. 시간 단축과 연결성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순이의 웨딩드레스 장면도 컷을 중간에 들어내고 오버랩시켰다. 역시 분량이 더 길었는데 템포감과 컷 매치를 위해 바꿨다. 원래 편집본은 세 시간 반. 고심해서 정교하게 다듬어야 했다. 순서편집, 시간 줄인 2차 편집, 다듬은 3차 편집 때 날아간 대목들이다.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는 순이와 장선우. 둘의 주도권 아래 고속촬영으로 슬로모션을 해서 한껏 멋을 냈다. 그러나 주인공과 똑같은 속도로 결혼식 하객을 비추면 지루해질 수 있어 하객들을 소개할 때는 스피드감을 줬다. 꼭 봐야 할 장면은 고속으로 슬로모션, 훑어도 되는 건 더 퀵모션, 여기에 경쾌한 트로트풍의 음악을 넣어 결혼식의 떠들썩함을 나타냈다.

*다시 화면이 정상속도로 돌아오는데 하객이 봉투를 내고 있고 여기에 셋째아들 내레이션이 깔린다. 주도권이 셋째아들에게 가고 카메라가 셋째아들을 잡을 거라는 예고다.

*분량을 여유있게 주며 셋째에게 클로즈업을 한 다음 팬하면 하객들이 전부 사라지고, 관객은 이것이 판타지 장면임을 알게 된다.

내가 꼽는 명편집/ <대부>는 참 잘된 영화다. 그 영화 보고 나중에 편집할 때 반영한 게 상당히 많다. 캄캄하게 시작하는, 돈 콜레오네가 집무실에서 장의사를 만나는 대목, 마지막에 마이클이 다이앤 키튼에게 절대 그런 일 없을 거라고 토닥이지만 곧 뒤로 마이클의 부하들이 다이앤 키튼 보는 데서 문을 닫으며 모의하는 마지막 장면이 참 멋있다.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을 예고하지 않나. 극장에서 30번을 봤다. 볼 때마다 조명, 촬영, 음악을 다시 보게 된다. <미드나잇 카우보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내일을 향해 쏴라> 등을 서른번씩 보면서 편집을 공부했다.

나의 편집론/ 힘을 안 주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그러면서도 충격을 줄 수는 없을까. 자면서도 꿈에서 생각하는 장면이 많다. 흐름을 보는 게 중요하다. 거기서 불필요한 걸 제거하는 거다. 물결처럼 흘러가야 한다. 사심없이 영화를 살리는 목적으로 편집을 해야 한다. 이것저것 생각하면 냉정해지지 못한다.

나의 편집실 에피소드/ 이창동 감독이 <초록물고기>에서 한석규(막동이)가 죽은 뒤 그 형제들이 복수하는 장면을 찍은 건 걷어냈다. 그 신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든 거라고 이창동 감독이 말하더라. 편집해 보니 그 신이 나왔을 적에 그 작품의 격에 안 맞다고 생각했다. 착상 때부터 그 장면이 좋았다고 이창동 감독이 아쉬워했지만 붙여봤더니 복수극으로 끝날 위험성도 있고 막동이가 죽는 장면이 희석되는 느낌도 있었다. 갑자기 복수극? 그렇다면 마지막 버드나무집의 격에도 어울리지 않을 수가 있었다. <박하사탕>에서는 설경구의 마지막 장면 얼굴을 아쉬워했는데, 일본에서 옵티컬 작업하던 중 연락을 받았다. 마지막 장면을 다시 찍었으니 봐달라는 거였다. 기분이 좋았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