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가세 료] 미니멀리즘의 매력
2008-04-24
글 : 정재혁
<안테나>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의 가세 료

한눈에 멋진 건 오다기리 조나 이세야 유스케다. 무기력한 일상을 어쩌지 못하는 평범한 회사원 가세 료는 오다기리 조를 만나서야 일탈을 처음 맛본다(<스크랩 헤븐>). <허니와 클로버>에선 가만히 있어도 여자가 따라오는 이세야 유스케의 화려함을 애써 외면하려는 듯 마음을 숨기고 여자의 뒤를 밟는다. 솔직히 말해 첫눈엔 어벙해 보였고, 두번 봤을 땐 바보 같았다. 그리고 본 영화는 가세 료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의 <안테나>다. 욕조에 몸을 담근 깡마른 남자. 가정의 아픈 상처를 풀지 못한 채 자학의 세계로 빠져드는 그는 정말 뼈밖에 남지 않았다. 실패가 만든 굴 속에 하염없이 떨어질 것 같았다. 가세 료는 아픔을 적당한 냉소와 나르시시즘으로 체화하는 오다기리나 이세야와 달리 그냥 아파 보인다. 치한으로 오인받아 감옥에 갇힌 남자 가네코(<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를 연기할 때도 그랬다. 그는 정말 난처해 보였다. 기무라 다쿠야, 아사노 다다노부가 실패를 고독하게 읊조린다면 가세 료는 그냥 받아들인다. 그런데 그 평평한 얼굴에 멋이 있다. 절제된 표정과 몸짓이 담백하지만 진한 향을 낸다. 아사노 다다노부의 심부름꾼(매니저는 아니었다고 한다)으로 시작해 항상 화려한 배우들 옆에 섰지만 그는 단 한순간도 초라했던 적이 없다. 가세 료에겐 미니멀리즘의 소박한 매력이 있다. 괴짜 같은 영화 <나이스의 숲>의 기이한 춤이나 <안경>의 메르시 체조도 좋다. 가세는 CF에서 주로 엉뚱하고 코믹한 역할을 많이 하는데 최근엔 쓰마부키 사토시가 들고 나온 여행가방 안에서 등장하기도 했다. 무표정이 품은 엉뚱함이나 와락 웃어젖히는 아이 같은 순진함은 그가 주는 보너스처럼 느껴진다. 가세 료는 알면 알수록 샘이 나는 이력들이 수두룩이다. 이세야 유스케가 감독한 <가쿠토>, 아사노 다다노부가 연출하는 <로드246 스토리>에 출연했고, 아사노 다다노부가 만든 밴드 ‘Peace Pill’의 뮤직비디오 <gvo>를 직접 연출했다. 멋지고 잘난 사람들끼리의 잦은 조합은 부럽기도 하다. 이뿐이 아니다. 가세 료는 크리스토퍼 도일 감독의 <어웨이 위드 워즈> 현장 스탭으로 영화를 시작해 데뷔 7년 만에 40편이 넘은 영화를 찍었고, 아버지는 소지쓰종합상사의 사장이다. 덕분에 그는 7살까지 미국 워싱턴주에서 자랐다. 게다가 이세야 유스케는 “가세가 오케이라면 내 연기는 만족”이라고 말했다. 이세야 유스케의 칭찬이라니…. 가세 료는 알면 알수록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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