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달화가 꽃중년 배우로 거듭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그를 알렸던 <첩혈가두>(1990)의 느끼한 킬러 역할 이후 늘 그저 그런 배우로 여겨져왔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첩혈가두>는 홍콩 누아르의 쓸쓸한 황혼기에 자리한 영화였고, 이후 그는 ‘홍콩의 미키 루크’라는 어색한 별명처럼 3급전영(에로영화)에도 종종 얼굴을 비추던 비호감 배우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훤칠한 배우가 드물던 홍콩영화계에서 주윤발과 더불어 ‘기럭지’만큼은 준수하게 빠진 배우였다. 마치 매일 선탠을 해서 관리하고 있는 것 같은 건강한 구릿빛 피부도 그만의 매력이다. 그런 그가 <고혹자1: 인재강호>(1995)의 냉철한 보스 역할을 시작으로 유위강의 <고혹자> 시리즈로 이미지를 쇄신하기 시작하더니, 유달지의 <비상돌연>(1998)과 두기봉의 <미션>(2000) 등을 거치며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역시 그 중심에는 두기봉이 있다. <미션> 이후 두기봉의 <PTU>(2003), <대사건>(2004) 등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흔들림없는 무표정의 카리스마였다. 더 나아가 이제 그는 홍콩영화계에서 양가휘, 황추생, 오진우와 더불어 가장 각광받고 있는 ‘꽃중년’ 중 하나다. 부하대원들을 끔찍이 아끼던 <살파랑>(2005)의 믿음직한 경찰 진, 냉정하고 침착한 성격 이면으로 비정한 속내를 감추고 있던 <흑사회>(2005) 연작의 보스 록, 자기 파괴적이고 제멋대로인 <익사일>의 미친 보스, 정체불명의 사건에 휘말려 깊은 혼돈에 빠져들던 <엑소더스>(2007)의 경찰관 짐, 배도 불리고 수염도 길러 외모를 흐트러뜨린 채 범죄자를 쫓던 <근종>(2007)의 추적조 황 반장 등 그는 최근 몇년간 다소 무안했던 <툼레이더2: 판도라의 상자>(2003) 정도를 제외하고는 변화무쌍한 행보를 선보이며 쉰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그 은은한 미소의 매력을 더해가고 있다. 다만 국내 극장가에서 홍콩영화의 인기란 예전 같지 못해서, 아니 개봉하기조차 힘든 상황이어서, 그가 옛 선배들이 누렸던 인기를 이곳에서 전혀 누리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씨네21
검색
<흑사회> <익사일> <근종>의 임달화
이어지는 기사
- 난 네게 반했어, <씨네21> 기자들의 완소 배우 12인 소개
- [로맹 뒤리] 프랑스 남자적 로망
- [리샤 헤일리]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자유주의자
- [가세 료] 미니멀리즘의 매력
- [폴 러드] 그냥 시시하게 늙어주세요
- [브래들리 휘트퍼드] 영원히 기억될 단 한번의 옷
- [알레산드로 니볼라] 미워할 수 없는 거짓말쟁이
- [조나 힐] 만사태평 나쁜 친구
- [마리나 골바하리] 떨리는 소녀의 공동
- [블레이크 라이블리] 사람 잡는 그 미소
- [임달화] 홍콩영화계 최고의 꽃중년
-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 위대한 변태 늙은이
- [제이크 웨버] 딱 알맞은 온도의 사려깊음
관련 영화
관련 인물
최신기사
-
[coming soon] 1승
-
위기 속 해결사 찾는 CJ의 신규 인사 발표, 그룹 최초로 90년대생 CEO 선임, 콘서트영화 특수관 흥행시킨 방준식 4DPLEX 대표
-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희망의 건너편
-
[인터뷰] 배우의 역할은 국경 너머에도 있다 TCCF 포럼 참석한 네명의 대만 배우 - 에스더 리우, 커시 우, 가진동, JC 린
-
[인터뷰] ‘할리우드에는 더 많은 아시아계 프로듀서들이 필요하다’, TCCF 피칭워크숍 멘토로 대만 찾은 미야가와 에리코 <쇼군> 프로듀서
-
[기획] 대만 콘텐츠의 현주소, 아시아 영상산업의 허브로 거듭나는 TCCF - 김소미 기자의 TCCF,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 방문기
-
[비평] 춤추는 몸 뒤의 포옹, <아노라> 환상을 파는 대신 인간의 물성을 보여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