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소식만으로도 이미 오스카 후보에 오르는 배우들이 종종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경우다. 오스카가 경애하는 코언 형제가 존 웨인에게 오스카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동시에 안겨준 서부극 <진정한 용기>(1969)를 또 다른 동명의 영화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을 때, 게다가 이번엔 찰스 포티스의 원작 소설을 충실히 반영해 존 웨인이 맡았던 캐릭터의 존재감을 여성 캐릭터에 부여하리라 단언했을 때. 코언 형제의 신작 <진정한 용기>(2010년 12월25일 미국 개봉)는 어쩌면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기보다 주연으로 낙점되기가 더 치열한 작품일 것이다.
헤일리 스테인펠드는 열세살로 그 관문을 통과했다. 1만5천여명의 소녀들이 몰린 <진정한 용기>의 주연배우 오디션에서, 스테인펠드는 제작사 파라마운트와 코언 형제가 내건 “단순하고 무자비한”, “진정한 용기와 결단력을 지닌”, “아버지를 죽인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두명의 보안관을 추격꾼으로 삼을 정도로 강한” 모습을 충족시켰다. 보안관 역을 맡은 제프 브리지스와 맷 데이먼을 호령하고, 살인마 조시 브롤린을 향해 피의 복수를 맹세하는 열세살 소녀라니. 헤일리 스테인펠드는 과연 세달 남은 오스카의 향방을 조심스레 점치는 언론이 혹할 만한 신예다.
스테인펠드는 인형 광고에 출연하던 사촌언니를 보고 여덟살 무렵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진정한 용기> 이전엔 TV 시리즈 <선스 오브 투산>의 두 에피소드와 전형적인 하이틴영화 <쉬즈 어 폭스> <헤더: 페어리테일> 등에 출연했다. 갈래로 땋은 머리를 하고 카우보이 모자를 쓴 채 서부극의 세계로 들어온 그녀는 현재 코언 형제의 영화에 푹 빠져 있다. “전 제프 브리지스 아저씨와 조엘 코언 감독님이 함께한 <위대한 레보스키>를 봤어요. <파고>의 몇 장면도 봤고요. 저는 앞으로 <아리조나 유괴사건>도 보고 싶어요.” 이처럼 동시대의 A급 감독과 배우들에게 좋은 영향을 수혈받고 있다는 것도 앞으로의 스테인펠드가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