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할리우드 뉴페이스 10] 영민한 바비 인형
2010-11-11
글 : 장영엽 (편집장)
<섬웨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엘르 패닝

집안에 이름난 혈육을 두고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적어도 엘르 패닝에게 그건 축복이었다. 어린 나이에 이미 대스타가 되어버린 언니 다코타 패닝 덕분에 엘르 패닝은 겨우 세살이 되던 해에 할리우드 시사회장의 레드 카펫을 밟았고, 영화 <아이 엠 샘>, TV 미니시리즈 <테이큰>에서 다코타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자연스럽게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이 아역배우가 대단한 까닭은 언니의 이름이 부담으로 작용할 무렵, 똑 부러지게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켜나갔다는 점이다. 엘르 패닝은 제프 브리지스와 킴 베이싱어의 딸로 출연한 <킴 베신저의 바람난 가족>에서 일란성 쌍둥이로 내정되어 있던 역할을 오로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2006년에는 TV드라마 <로스트 룸>에서 사라진 방에 갇힌 딸을, 2008년에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케이트 블란쳇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할리우드 관계자의 눈에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가장 큰 성취는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소피아 코폴라의 <섬웨어>에 주연배우로 캐스팅된 것이다. 코폴라는 총괄 프로듀서의 강력한 추천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엘르 패닝을 캐스팅할 생각이 없었다. 현실감각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할리우드 셀레브리티 아빠를 삶 속으로 데려오는 평범한 딸 역할이니, 이미 어린 시절부터 언니와 함께 쇼 비즈니스 세계를 몸으로 경험한 엘르 패닝은 부적격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오디션 과정에서 엘르는 소박한 중산층 가정의 소녀들이 살아갈 법한 모습을 무리없이 소화해냈고, 코폴라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엘르의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건 명백한 실력이다.

매년 조금씩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다코타의 후광을 벗어나고 있는 엘르에겐 앞으로도 기대작이 줄줄이 포진해 있다. 가장 가까운 작품으로는 올해 11월 미국 개봉하는 <호두까기 인형 3D>와 내년 상반기 개봉하는 J. J. 에이브럼스의 틴에이저 SF물 <슈퍼8>가 있다. 한 인터뷰에서 엘르는 어른이 되면 어떤 모습이고 싶냐는 질문에 “바비 인형처럼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의 행보로 미루어볼 때 이 소녀가 바비 인형보다 나은 아가씨가 되리라는 건 거의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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