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스파이더맨의 특징은 무엇이었던가. 일단 기본적인 자격 조건은 유약남이다. 수줍고 여리고 감수성 뛰어난 청년. 하지만 영웅의 옷을 입었을 때는 누구보다 강인하고 당당해지는 그런 남자여야 한다. 앤드루 가필드가 당대의 가장 뜨거운 할리우드 시리즈 중 한편인 <스파이더맨4>의 차세대 피터 파커로 낙점된 걸 보면 그런 양면의 이미지를 호소력 있게 잘 전달했던 것 같다. 그간에 여러 역할을 거치며 주목을 요하는 신인 남자배우로 거듭 거론되었던 것도 아직 초보 신인에 불과한 그가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었던 큰 요인이었을 것이다. 가능성은 일찍부터 검증됐고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체조와 수영으로 다져놓은 몸이라 그런지 균형감각이 있으면서도 그는 어딘가 우수에 젖은, 그리고 주변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아웃사이더의 역할을 더할 나위 없이 잘해냈다.
2005년에 텔레비전 출연으로 얼굴을 알리더니 2007년에는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남자배우 10인에 오르고 2008년에는 드디어 영화 <보이 A>에서 그의 진가를 발휘한다. 유년 시절에 죄를 짓고 복역한 뒤 나와 다시 사회의 적응하려는 이 힘겨운 청년의 일화를 그는 유능하게 연기해냈고 영국 아카데미 어워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 뒤로는 영화배우로서 쾌속항진이다. 2009년에 마크 로마넥의 <네버 렛 미 고>를 거쳐 오는 11월에 우리를 찾을 데이비드 핀처의 <소셜 네트워크>, 그리고 <스파이더맨4>까지.
로버트 드 니로나 대니얼 데이 루이스, 알 파치노를 존경한다고 한 걸 보면 욕심이 많은 친구다. 그가 <스파이더맨>으로 돌아올 때 영웅은 또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자. 아니, 그전에 <소셜 네트워크>에서 그의 연기를 확인할 수 있는데, 꽤 근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