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연기는 사랑
2014-01-28
글 : 윤혜지
사진 : 백종헌
심희섭

영화 <족구왕>(2013) <변호인>(2013) <1999, 면회>(2012)

“투명해지고 싶다”던 의뭉스러운 청년은 어쨌든 조금 더 “순수해져서” 돌아왔다. 데뷔작 <1999, 면회>에서 속 모를 상원을 연기했던 심희섭이 <변호인>에서는 용감한 군의관 윤 중위를 연기한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관심에 우쭐해지거나 부담스러워할 법도 한데 느리고 덤덤하게 답하는 모양을 보니 크게 의식하지 않는 눈치다. “그렇게 주목받을 만한 역할이 아닌 것 같은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분위기를 타긴 했지만 영화의 이야기를 먼저 생각하고 싶었다.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현장에 대한 기억을 물으니 정작 영화에선 반 걸음쯤 비껴난 대답을 한다.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심희섭이 기억하는 풍경이, 심희섭의 성격이 그런 것 같다. “술자리에서 송강호 선배님이 궁금한 거 없냐고 물으셨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한 가지 맥주만 드시길래 ‘그 맥주를 좋아하시나 봅니다’ 그랬다. 맥주에 관한 개인적인 추억도 굉장히 친절하게 말해주셨다. 사실 <복수는 나의 것> 때 무척 좋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사랑한다는 감정”이다. “배역에 임할 때의 마음, 사람과 세상을 보는 선배들의 시선”에서다. 시나리오 선택에 있어 “이야기가 나에게 어떻게 다가오느냐를 가장 중요한 틀로 생각한다”는 그다운 감상이다.

하는 얘기만 들으면 물렁물렁한 사람 같지만 나름 스스로의 영역을 확실히 구분짓는 면도 있다. “내 이미지나 성격 때문에 못할 것도 분명 있다. 모든 캐릭터에 욕심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다. 단지 어떤 연기는 나보다 잘하는 분들이 분명 계시니까.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야만 하는 사람이니 내가 날 보는 시간도 많이 가지려 한다.” <변호인> 이후엔 <족구왕>에서도 군인 역으로 그를 만나게 된다. “단역이지만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데 군대랑 더이상 연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웃음)”

Q&A

1. 첫 촬영의 기억은? 2. 앞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감독을 꼽는다면? 3. 뺏어오고 싶은 캐릭터는? 4. 가상 수상 소감. 5. 20년 뒤 오늘 당신은 무얼 하고 있을까?

1. 와 그게 벌써 몇년 전이지? 데뷔작 <1999, 면회>에서 운전에 미숙한 승준(안재홍)이 운전하는 차를 탄 장면을 처음으로 촬영했다. 그건 연기가 아니라 진짜 운전 미숙이었다. 연기할 필요가 없었던 장면이다. (웃음) 2. 벤 스틸러? 배우로서도, 연출자로서도 좋아한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아직 못 봤는데 무척 기대하고 있다. 3. 거창하게 대답해야 할 것 같다. <슈퍼배드> 시리즈의 그루?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너무 장난스럽나? 그럼 <만추>의 애나(탕웨이) 역. 4. 부산에서 한 번 수상소감을 말해봤다.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이 정말로 떠오르더라. 감사를 연발하고, 더 잘하겠다는 말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아마 그런 순간이 다시 와도 똑같을 것 같다. 5. 마흔아홉이다. 집에 있을 것 같은데… 아니, 백수만 아니면 다행이겠다.

헤어 순이(순수)/메이크업 강미(순수)/의상협찬 크리스크리스티, 잭앤질, 써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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