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남자영화의 샛별
2014-01-28
글 : 이화정
사진 : 백종헌
박두식

영화 <빅매치>(2014) 단편 <유령>(2014) <전설의 주먹>(2013)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당분간 형사나 조폭, 양아치, 건달로 가지 않을까. (웃음)” 몸 쓰기는 기본, 터프함이 철철 넘치는 역할들이다. 박두식 스스로 평가하기에 자신의 포지셔닝은 ‘일단’ 그렇다. “아직 신인이니 그게 순리지 않을까. 대중이 원하는 나를 보여주고 싶다.” 강우석 감독의 <전설의 주먹>에서 윤제문의 아역인 학교짱 신재석이 박두식의 첫 연기였다. 또래를 위협하던 우락부락한 학교짱은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등과 같은 쟁쟁한 선배들 틈에서도 또렷이 각인됐다. 지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문제아 충식으로 존재감을 굳힌 그를 눈여겨보는 이유는 명확하다. 비슷한 캐릭터일지언정 박두식은 캐릭터에 윤기를 더하는 해석 능력이 월등히 앞선다. 단순무식한 성격이 앞섰던 <전설의 주먹>의 신재석에겐 순진한 허당기라는 차진 디테일을 가미했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우악스런 소년 충식에겐 멜로 분위기를 덧입혔다. “원래는 이종석을 괴롭히는 친구 역할에 그쳤는데, 여배우와의 멜로라인까지 챙겼다. (웃음)”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매 순간 채찍질하는 지금과 달리 연기의 시작은 그리 비장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학예회 때 연극을 했는데 그때 박수소리에 중독된 것 같다. 한동안 잊었다가 중학생 때 그 박수소리가 떠오르더라. 그 뒤 대학 가서 연기를 전공했다.” 그는 짧은 시간, 자신이 이렇게 자리매김한 데 감사한다. “마스크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많이 달린다. 중학생 때까진 나름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골격이 굵어지고 광대도 승천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웃음) 특출난 외모도 아닌데 이렇게 찾아주시는걸 보면 난 참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전설의 주먹> 효과가 컸다. 그를 눈여겨본 류승완 감독이 그를 3D 단편영화 <유령>에, 최호 감독이 <빅매치>에 캐스팅했다. <빅매치>에선 불법 게이머로 분한 이정재를 체포하는 남 형사 역이다. “순하고 겁 많은 형사다. 감을 잡기가 어려웠는데, 겁먹은 건 겁먹은 대로 거르지 않고 다 보여주려 한다.” 무술 연습을 포함해 그는 지금 ‘살벌하게’ <빅매치>에 임하는 중이다. “무언가를 죽도록 사랑하면 점점 그 대상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 연기가 내게 그런 대상이다. 언젠가 진한 남자의 사랑을 표현하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그때까지 꼭 지켜봐달라.”

Q&A

1. 첫 촬영의 기억은? 2. 앞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감독을 꼽는다면? 3. 뺏어오고 싶은 캐릭터는? 4. 가상 수상 소감. 5. 20년 뒤 오늘 당신은 무얼 하고 있을까?

1. <전설의 주먹>에서 “내가 신재석이다 신재석!”이 첫 대사였다. 원래 없던 대사였는데, 현장에서 만들어졌다. 머릿속이 하얗더라. 중심을 잡자고 속으로 굳게 다짐하면서 막 내질렀는데 그게 감독님 마음에 들었나보다. 뭔가 커다란 장애를 극복한 기분이었다. 2. 봉준호 감독님 그리고 나의 은인인 강우석 감독님. 3. <시드와 낸시>의 로커 시드(게리 올드먼). 이 나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그런 치기 어린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4. 기대를 안 해서…. (웃음) 부모님, 강우석 감독님 등 도움주신 분들을 언급하고, 지금껏 버텨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5. 48살. 복지사업을 할 거다. 배우를 계속하면서 공덕을 쌓을 거다. 그때 또다시 인터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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