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는 남자>(2014) <소셜포비아>(2014) <들개>(2013) <세 개의 거울>(2013) <감시자들>(2013) <현수이야기>(2013) <까마귀 소년>(2012) <목격자의 밤>(2012) <매직아워>(2012) <재난영화>(2011) <토요근무>(2011)
연약해 보이는 인상 뒤에 이렇게 폭발적인 기운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들개>에서 변요한은 사제폭탄을 만드는 대학원생 정구를 연기한다. 사회에 무사히 안착하기 위해 분투하는 정구는 그 자체로 폭탄 같은 인물이다. “GV(감독과의 대화)를 하는데 관객이 날 피하는 것 같더라. 다 연기일 뿐인데. (웃음) 김정훈 감독님과 살다시피하면서 대화를 통해 캐릭터에 대한 퍼즐을 맞춰나갔다. 옥상장면에서 ‘(상대역을) 칼처럼 보라’고 하신 게 기억난다.”
“내성적인 데다 말까지 더듬는 아이”였던 변요한은 연기를 배우며 말 더듬는 것도 고치고, 배우의 꿈도 꾸게 됐다. 부모님의 반대로 예고 진학이 좌절되자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국제무역 관련학과에도 합격했지만 “이 길이 아닌 것 같아” 바로 휴학하고 입대했다. 군 생활 중엔 동생에게서 틈틈이 시나리오를 받아 읽었다. 결국 부모님도 변요한의 고집에 두손 두발 다 들었고, 변요한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했다. 지금은 영화를 찍느라 3년째 휴학 상태다.
“일년 동안 단편만 서른편쯤 찍었다. 클레르몽 페랑에 가는 걸 목표로 몸이 부서지도록 달렸다. 나중에 영화를 보니 욕심에 가득 찬 내 모습이 어찌나 꼴보기 싫던지. 후회와 자책감이 심했다.” 한동안 영화를 멈추고 쉬던 중 들어온 영화가 <목격자의 밤>이다. 마음을 비우니 오히려 좋은 연기가 나왔다. 2013년 클레르몽 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 <목격자의 밤>이 초청됐고, 변요한의 이름도 서서히 알려졌다. <감시자들>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잘생긴 운전담당 은행강도도 그다. <감시자들>의 두 감독(조의석, 김병서)들과 한예종 선후배 인연으로 출연하게 됐단다.
요즘은 경찰준비생으로 출연하는 <소셜포비아>와 범죄의 중심에 놓인 펀드매니저로 등장하는 <우는 남자>를 촬영 중이다. 바쁜 와중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노래방을 찾아 수련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이 남자, 심상치 않다. 아무래도 올해는 변요한의 남다른 기운이 곳곳에 뻗치게 될 것 같다.
Q&A
1. 첫 촬영의 기억은? 2. 앞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감독을 꼽는다면? 3. 뺏어오고 싶은 캐릭터는? 4. 가상 수상 소감. 5. 20년 뒤 오늘 당신은 무얼 하고 있을까?
1. 데뷔작 <토요근무> 때 상대역이 어린아이였다. 총 10회차 촬영 중 2회차에 아이를 울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뒤 남은 회차 동안 그애가 나와 얘길 안 하더라. 상대배우가 나에게 돌아섰기 때문에 내가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웃음) 2. 나홍진 감독님? 현장이 좀 힘들다고 들었다. 난 게으른 편이라 현장이 힘든 게 좋다. 3. <돈 존>의 돈 존(조셉 고든 레빗). 남자들이 가진 평균적인 생각을 찌릿찌릿하게 표현하더라. 세상에서 제일 엉큼한 남자? 정말 잘할 자신 있는데. 4. 어휴, 거기까진 생각 안 하려 한다. 상 받고 싶단 생각은 예전에 버렸다. 5. 49? 오십줄이 다 됐네. 지루하지만 않으면 좋겠다. 20대 때 많이 담고, 30, 40대 때 많이 벌고, 50대 때는 많이 퍼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