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1세기 모던걸
2014-01-28
글 : 이화정
사진 : 백종헌
고성희

영화 <분노의 윤리학>(2013) <롤러코스터>(2013)

드라마 <미스코리아>(2013~2014)

170cm의 큰 키와 또렷한 이목구비. 퀸 미용실 마애리 원장(이미숙)이 단박에 진으로 점찍은 8등신 미녀. 드라마 <미스코리아>의 ‘김재희’가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당장 미스코리아 대회를 열어도 1등이다’라고 인정할 순간, 웬걸 고성희가 첨언을 한다. “내 별명이 ‘고똘’이다. 고성희의 고와 똘기의 똘을 합친 말이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당차고 차갑고 냉철한 김재희와 달리 정작 자신은 빈틈 많고 중성적이라고 한다. “나에겐 이렇게 예쁘고 멋있는 역할이 오히려 벅차다.” 빈틈 없는 김재희를 보고 선뜻 연결이 힘들지 모르지만,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바로 <롤러코스터>에서 한류스타 마준규(정경호)의 바지에 음료를 엎지르는 승무원 미나미토. 일본어 억양이 가미된 어눌한 말투로 한껏 귀여움을 발산하는 코믹한 승무원이 진짜 일본인이 아닌 한국 배우라서 참 많이들 놀랐다. “그때도 더 많이 웃기고 싶은 충동이 한껏 발동했는데, 하정우 감독님이 말리더라. (웃음)” 지난해는 24년 그녀의 삶 중 가장 많은 일이 일어났다. 연초 <분노의 윤리학>에서 살해당하는 여대생 진아 역으로 작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녀는, 가을엔 <롤러코스터>로 주목받았다. “<롤러코스터> 때는 몇 개월간 매일 아침 7시부터 연습실에 모여 배우들과 연기 연습을 했다. 리딩하고 아이디어내는 동안 내가 이제 진짜 연기를 하는구나 싶더라.” 이 모든 게 고작 1년 반 만에 일어난 일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면서 대학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하려던 그녀는 고2 때 잠깐 한국에 왔다가 모델이 됐다. “연기는 하고 싶었는데 두렵더라. 결국 대학 전공도 연기를 택했는데, 업계에 대한 선입견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전을 못했다.” 더이상은 미룰 수 없단 생각으로 결단을 내린 건 3년 전.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은 모델 소속사에 위약금을 물고, 오디션에 뛰어다니며 자신의 프로필을 알린 결과다. 도회적인 마스크와 똑 부러지는 연기가 고성희의 트레이드마크. 이미숙과 장미희가 지닌 모던한 미모가 연상되는 독특한 이미지다. 덕분에 요즘, 작품 요청이 적지 않다. “내게 작품이 들어왔다는 것만 해도 꿈만 같다. 신중하게 선택하되 쉬지 않고 작품을 계속 하고 싶다.” 욕심내는 모습이 <미스코리아>의 김재희 그대로다.

Q&A

1. 첫 촬영의 기억은? 2. 앞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감독을 꼽는다면? 3. 뺏어오고 싶은 캐릭터는? 4. 가상 수상 소감. 5. 20년 뒤 오늘 당신은 무얼 하고 있을까?

1. <분노의 윤리학> 찍을 때였는데, “네?”라는 한마디가 안 나오더라. 살면서 100만번도 더 한 말인데. 식은땀이 나고 몸이 뜨거워지면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입술 움직임, 속눈썹까지 온몸의 감각이 하나하나 의식됐다. 극도의 긴장상태였다. 2. 우디 앨런 감독. 김태용 감독. 하정우 감독과는 늙어서도 같이 하기로 약속했다. 3. <엽기적인 그녀>의 엽기녀(전지현), <연애의 온도>의 장영(김민희), <은교>의 은교(김고은). 4. 일단 많이 울 것 같다. 감사를 전하고, 열심히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겠다고 말할 것 같다. 5. 45살. 계속 연기하고 있을 것 같다. 여배우는 신비로워야 한다지만, 그런 이미지 때문에 공백기를 갖고 싶지는 않다. 다작을 해도 늘 궁금한 배우로 남고 싶다.

스타일리스트 김영미/의상협찬 Lucky Chouette, Dewl, Bride and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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