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보편적인 사람의 특별한 사랑
2015-02-24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장수상회> 강제규 감독

<장수상회>

출연 박근형, 윤여정, 조진웅 / 제작 빅픽쳐, CJ엔터테인먼트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 4월

Synopsis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동네의 장수상회에서 일하고 있는 할배 성칠(박근형). 마을 재개발추진위원장 장수(조진웅)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은 동네에서 유일하게 재개발을 반대하고 있는 성칠을 설득하기 위해 미인계를 계획한다. 어느 날 소녀 같은 금님(윤여정)이 성칠 앞에 나타나 성칠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진짜로 즐거웠다.” 강제규 감독은 <장수상회>를 찍으면서 학교 다닐 때 단편영화 찍던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전쟁터 같은 현장이었던 전작과 달리 신작 <장수상회> 촬영현장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고 한다. “오랫동안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영화를 찍어오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영화에 대해 무겁고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장수상회>를 찍으면서 ‘이게 또 다른 영화의 매력이구나’라고 느꼈다. 이런 영화를 찍으면 또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영화를 다시 찍고 싶겠지. (웃음)” 전작 <마이웨이>(2011)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수상회>는 재개발을 앞둔 서울 변두리의 한 동네, 장수상회라는 슈퍼마켓에서 일하고 있는 노년의 직원 성칠(박근형)이 미스터리한 여자 금님(윤여정)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소동에 휘말린다는 로맨스영화다.

-후반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 3차 편집하고 있다. 다음 주말까지 편집이 마무리될 것 같다.

-전작 <마이웨이> 이후 거의 3년 만의 신작인데, 현장에서 어땠나.

=단편 <민우씨 오는 날>(2014)을 먼저 찍은 덕분에 덜 생경스럽긴 했다. 사실 날씨에 민감하다. 추위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체질이다. <은행나무 침대>(1996)를 제외한 전작 모두 굉장히 추울 때 찍었다. 그러다가 <장수상회>는 서울에서 촬영한 덕분에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었고, 8월 말 촬영을 시작해 9, 10월까지 춥기 전에 끝났다. 이 모든 게 색다른 작업이었다.

-차기작으로 <장수상회>라는 노년의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를 고른 이유가 무엇인가.

=몇 가지가 있다. 요즘은 눈물이 많아졌지만, 영화를 영화로서 보아온 까닭에 영화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장수상회>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울었던 첫 영화다. 그만큼 큰 울림이 있었다. 또, 개인적으로 멜로 장르를 굉장히 좋아한다. 이 땅을 밟고 살아가는 보편적인 사람들의 조금은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 본능적으로 가볍 게 달리고 싶은 욕망 같은 게 생겼던 것 같다.

-노년의 사랑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나.

=여러 장치들이 이야기를 에워싸고 있는 구조인데, 기본적으로 러브 스토리다. 어떤 세대의 사랑이 어떤 이유로 좀더 흥미진진할 것이다, 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도식화된 생각이지 않나. 중요한 건 어떤 인물이 어떤 사랑을 할 것인가인데, 성칠과 금님의 사랑은 노년의 사랑은 이럴 것이다 같은 편견이나 상식을 보기 좋게 뒤집어놓아 매력적이었다.

-박근형이 연기한 주인공 성칠은 어떤 사람인가.

=박근형 선생님 하면 마초, ‘상남자’ 같은 카리스마가 연상되지 않나.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잭 니콜슨 같은 배우들이 강한 남자를 연기하기도 했지만, 로맨틱한 정서를 보여준 적도 많다. 그처럼 박근형 선생님 역시 TV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의 이면들을 많이 가지고 계실 거라고 확신했다. 소년 같은 매력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올 것이다.

-성칠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금님은 윤여정이 맡았다.

=이번 작품으로 만나기 전까지 윤여정 선생님을 만난 적은 있지만,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다. 그런데 윤여정 선생님과 아주 가깝게 지내는 집사람(배우 박성미) 덕분에 선생님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웃음) 방송이나 영화에서 윤 선생님은 자기 스타일 강하고, 깍쟁이 같고, 지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 반면, 소녀 같은 풋풋함과 순수함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윤여정 선생님을 만나 그런 모습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촬영하면서 보니까 금님과 싱크로율이 100%더라. 이번 영화를 통해 박근형, 윤여정 두분으로부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포함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조진웅이 연기한 장수가 중요한 역할일 것 같다. 장수상회의 주인이자 마을의 재개발추진위원장이다.

=아직은 자세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동네 재개발을 추진해야 하는 중차대한 인물이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람이 성칠이고. 장수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 성칠을 설득하지만 안 넘어가는 거지. 어떻게 하면 저 노인을 설득해 재개발 도장을 찍게 할 것인가, 그게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이다.

-규모가 큰 영화만 찍다가 멜로영화를 찍어보니 몸이 근질근질하진 않던가.

=이 신의 이 감정이 맞는 건가. 신의 밀도나 농도가 느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의심을 많이 했다. 생각을 리와인드하면서 체크를 굉장히 많이 했던 것도 그래서다. 매숏 격렬하게 찍고, 특수효과, CG 등 여러 영화적 장치와 맞물리는 연출을 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보니 일상 속에 던져진 상황과 감정을 심심하게 느꼈던 것 같다. 결국 원재료(연기)가 좋으면 좋은 맛을 낸다는 사실을 <장수상회>를 통해 배웠다.

-현재 한국과 중국을 바쁘게 오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중국 메이저 투자배급사 완다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차기작 <투파창궁> 때문인가.

=완다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투파창궁>은 아이템이 재미있어서 단계적으로 밟아가자고 논의한 상태다. 기획•개발 계약만 해서 시나리오를 만든 뒤, 그 작품의 연출을 직접 할 건지는 그 이후에 얘기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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