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출연 김우빈, 강하늘, 이준호, 정소민, 이유비, 정주연, 민효린 / 제작 (주)영화나무픽쳐스 / 배급 NEW / 개봉 3월
Synopsis 가장 유치하고 찬란할 나이, 스무살. 치호(김우빈), 경재(강하늘), 동우(이준호)는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무살 동갑내기 친구다. 여자랑 자는 것만 생각하며 잉여로운 생활을 즐기던 치호는 뜻밖의 미래에 눈을 뜬다. 공부밖에 모르던 경재는 동아리 선배에게 한눈에 반해 지독한 가슴앓이를 한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꿈을 향해 가던 동우는 또 다른 선택의 길에 놓인다. 네 집이 내 집 같고, 내 집이 네 집 같은 사이로 지내던 세 친구는 네 여자가 내 여자 같고, 내 여자가 네 여자 같은 복잡한 연애에도 한데 엉켜든다.
<힘내세요, 병헌씨>를 만든 이병헌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스물>이 봄기운과 함께 찾아온다. 막바지 후반작업에 한창인 이병헌 감독을 만나 <스물>의 탄생비화를 들었다. 풋풋한 제목과 달리 <스물>은 꽤 오래 묵은 프로젝트다. 감독이 20대 중반일 때 완성해 처음으로 시나리오마켓에 올린 작품이다. “그러고보니 벌써 10년이 다 됐다. 첫 작품이라 정말 ‘내 새끼’ 같다. 스무살이란 나이가 어른도 아니고 애도 아닌, 유예된 상태란 생각이 들었다. 당시 시나리오는 내 20대가 많이 녹아 있었는데 연출을 제안받고 각색을 하면서 조금 더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게 고쳐나갔다.”
30대 중반이 된 감독은 ‘그때 그 시절’을 다시 느껴보고자 많은 20대들을 만나고 다녔다. “취재도 취재지만 20대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웃음)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내 정서와 멀다는 생각이 들더라. 재밌는 에피소드는 많이 들었는데 너무… 까졌달까?” <스물>이 “그들만의 영화”가 되지 않길 바랐던 감독은 취재하며 모은 자료를 전부 버리고 “조금 촌스러울지언정” 자신의 감정대로 시나리오를 밀고 나갔다. 그러나 그가 누군가. 데뷔작 <힘내세요, 병헌씨>로 유머 감각은 인정받았으니 “촌스러움”에 대한 걱정은 접어도 된다. 냉소적인 기운도 덜었다지만 그의 영화는 여전히 현실적이다. 김우빈, 강하늘, 이준호가 연기한 세 친구는 이제 막 자립의 길을 나선 스무살이다. 별별 일을 다 겪지만 결국 방향이 조금 바뀔 뿐 세 친구의 자리는 그대로다. 하긴 이제 막 스물을 벗어난 청년들이 가면 얼마나 더 가겠는가. “내 성격이 그렇다. ‘츤데레’(태도는 퉁명스럽지만 속은 따뜻한 사람)랄까? (웃음) 위로하다가도 슬쩍 비틀거나 농이라도 섞어야 덜 오그라든다. 어쨌거나 <스물>은 시행착오에 관한 이야기니까. 교훈이라봤자, ‘너희의 다음 단계는 저거야’ 이 정도?”
김우빈, 강하늘, 이준호는 “운 좋게도 생각한 그대로의 캐스팅”이었다. 개성 뚜렷한 세 친구의 모델은 감독의 실제 친구들인데 각 배우들의 특징을 섞기도 했다고. 치호에겐 김우빈 특유의 “멍 때리는 표정”을, 경재에겐 강하늘의 “예쁘게 웃는 모습”을, 동우에겐 이준호의 “어설프게 눈을 껌벅이는 습관”을 주었다. 모르긴 몰라도 캐릭터 플레이 하나는 그동안 세 배우에게서 듣도 보도 못했던 “제대로 찌질한” 모습일 거다. <서른> <마흔>은 안 나오냐 물으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잖아도 누구누구랑 <서른> 만들고 싶다 했더니 배우들이 ‘5년 더 기다려서 우리랑 하자’고 하더라. 그렇게 정색할 줄은 몰랐는데. (웃음)” “<스물>이 잘돼야 차기작도 생각할 수 있다”며 엄살을 부리지만 이병헌 감독의 하드디스크는 또 다른 스토리들로 이미 가득 차 있다. “죽기 전에 다 못 내놓을 만큼 (작품이) 많으니 얼마든지 연락달라”는 메시지도 빼놓지 말아달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