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정의가, 서민이 승리하는 이야기
2015-02-24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베테랑> 류승완 감독

<베테랑>

출연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정웅인, 정만식, 진경, 장윤주, 유인영, 김시후 / 제작 외유내강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상반기

Synopsis 중고차들을 부산항으로 옮기는 트레일러 기사가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퇴사 통보를 받는다. 억울한 마음에 일인 시위를 벌이다가 회사의 오너이자 기획실장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의 눈에 띈다. 조태오의 아버지인 그룹의 명예회장이 재산을 분할하던 예민한 시기였던 탓에 조태오는 일인 시위를 하던 트레일러 기사를 집안에 불러들이고, 그곳에서 폭행 사건이 벌어진다. 그때 중고차 절도단을 검거해 승진을 보장받은 서도철(황정민)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트레일러 기사의 아들이 아버지 지갑 속에 있던 서도철의 명함을 보고 전화한 것. 트레일러 기사가 투신해 병원 중환자실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버지가 잘못한 일이 없는데 왜 맞나요?”라는 말을 들은 서도철은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베테랑> 촬영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4월, <신촌좀비만화> 상영 때문에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류승완 감독을 만난 적 있다. 해외 로케이션 촬영인 데다 빡빡한 일정 탓에 정신없이 찍어야 했던 전작 <베를린>(2012)과 달리 그는 여유만만했다. “배우들이 알아서 찍고 있다. 모든 장면에서 한 배우가 쓱 나타나 한컷 연기하고 퇴장하면 다른 배우가 쓱 나타나 연기한 뒤 퇴장하는 식이라 너무 편하다”라는 게 그의 설명. 류승완 감독의 9번째 장편영화 <베테랑>은 범죄를 저지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집요하게 추격하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드라마다.

-후반작업은 얼마나 진행됐나.

=거의 다 끝났다. CG, 음악, 사운드 작업만 남아 있다.

-전작 <베를린>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베테랑> 작업에 들어갔는데.

=<베를린>이 굉장히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였잖나. 후반작업을 하는 동안 힘들었고, 그 세계로부터 빨리 도망가고 싶었다. 다음 영화는 밝고, 정의가 승리하는 이야기를 쓰자고 생각한 것도 그래서다.

-<베테랑>은 <부당거래>(2010) 때 취재했던 내용 중 중고차를 밀매하는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경찰 얘기로 시작됐다고 들었다. 그때 만났던 형사들의 어떤 면모가 인상적이었나.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 대한 동경심이 생겼다. 실제로 정의감이 투철한 형사들도 많았고. 그들이 정의롭게 사건을 수사해 정의가, 우리가, 서민이 승리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 1980년대 형사영화를 좋아했던 터라 규모가 너무 크지 않은 선에서 영화로 만들면 되겠다 싶었다. 시나리오는 의외로 빨리 써졌다. 시나리오를 본 사람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TV를 보지 않는 까닭에 방송에 등장하는 재벌가 이야기나 실제 사건과 겹치면 안 되니 법률적으로 검토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주인공 서도철은 어떤 형사인가.

=특별히 정의감에 불타고 신념이 투철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저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물론 최소한의 직업윤리와 책임감은 지녔다. 그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관할이 아니기에 신경쓰지 않아도 누가 뭐라고 하진 않지만 영화에서 벌어진 사건 역시 자신의 일이기에 조금 불편하고 힘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는 사람. ‘아, 저런 형사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 형사다.

-시나리오를 쓰자마자 황정민에게 먼저 보여줬다고 들었다.

=<부당거래> 때 되게 좋았다.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상태라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서도철은 실제 황정민이 가진 직업 태도와 비슷한 면모도 있다. 황정민이 연기를 하면서 가장 힘들어하는 건 감정적으로 어렵거나 몸이 고된 액션 연기가 아니다.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연기를 힘들어한다. 왜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면서 촬영을 해야 하나. 빨리 끝내라. 그게 그 사람이 너무 예뻐 보이는 지점이다.

-서도철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유아인이 연기한 재벌 3세 조태오다. 어떤 재벌 3세인가.

=많이 나오잖나. TV에서. (웃음)

-실제 모델이 있나.

=여러 모델이 조합됐다. 영화의 중반부쯤 가면 그가 하는 행동에 대한 이유가 나온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재벌이 왜 삐뚤어질 수밖에 없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다 같은 세계는 아니잖나. 같은 한국 땅이지만. 취재해보니 그들은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만큼 공허해한다.

-유아인의 어떤 면모가 조태오와 잘 어울릴 거라고 판단했나.

=의외로 유아인이 귀티 나게 나온 작품이 없더라. 최근 그의 출연작 <깡철이>(2013)에서도 거칠게 나오고. 저렇게 잘생기고 귀티 나는 친구가 안전한 보호막 안에서 나쁜 짓을 한다고 그러면 얼마나 나빠 보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유아인이 새로운 유형의 악당을 보여줄 거라 기대해도 좋다.

-오달수는 서도철의 동료이자 광역수사대 팀장을, 유해진은 조태오 회사의 상무 역할을 맡았다.

=오달수는 생활인으로서의 형사를 보여줄 것이다. 유해진이 연기한 최 상무는 조태오의 사촌 형이다. 같은 가문이다. 최 상무의 아버지가 조태오 아버지의 오른팔 노릇을 하다 팽당한 과거가 있다. 그같은 수치스러운 상황에서 최 상무는 조태오 집안에 충성하며 살아간다. 음모를 직접 꾸미고, 실질적인 해결사 역할까지 하는 인물.

-정두홍 무술감독과 함께 정한 액션 컨셉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보여준 액션과 많이 다르다. <베를린>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라고 할까. 슬랩스틱 같은 액션이다. 밤늦게 집에 들어온 아이가 내 다리를 밟았을 때 느끼는 통증? 누구나 아는 그런 통증이 느껴지는 액션을 보여줄 것이다. 또 명동 신세계백화점 앞 8차선 대로를 모두 통제한 뒤 카체이싱 신을 찍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얘기를 잘 하지 않는데, 찍고 나서 스스로 뿌듯해했다. (웃음)

-9번째 장편영화다. 되돌아보면 <베테랑>은 어떤 작업이었나.

=간만에 즐겁게 작업했고, 다음 영화를 준비하는 데 충분한 활력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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