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악몽>
출연 엄정화, 송승헌 / 제작 (주)영화사아이비젼 / 배급 메가박스(주)플러스엠 / 개봉 상반기
Synopsis 미모면 미모, 능력이면 능력,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완벽한 골드미스 연우(엄정화)의 인생에 치명적인 사고가 터진다. 천계의 오류로 인해 생판 모르던 여인의 삶을 한달간 대신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연우는 졸지에 소박한 구청공무원 성환(송승헌)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그 생활이 잘 굴러갈 리 없다. 연우는 시종일관 성환과 티격태격하며 아내와 엄마 역할에 어렵게 적응해간다.
“어릴 땐 여자들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생각했다.” 강효진 감독의 모든 프로젝트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강효진 감독은 <조폭마누라>의 각본가로 영화 일을 시작했고, <펀치레이디> <육혈포 강도단> <나쁜 피>를 연출했다. 전부 강한 여자들의 이야기다. 3년 만에 만드는 신작 <멋진 악몽>도 부족할 것 없이 다 가진 골드미스 연우(엄정화)가 주인공이다. 여자 이야기를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또 여자 이야기냐고? 남자라 그런지 남자들의 세계에 관심이 안 가더란다. “여장부 어머니 밑에서 자란 영향” 때문인 것도 같다. “어머니는 체구가 무척 작으신데도 동네 아저씨들의 멱살을 잡던 분이었다. (웃음) 누나도 둘 있다. 그 피를 이어받았으니 성정이 오죽하겠나. 만났던 여자친구들도 다 ‘드센’ 여자들이다. 자연스럽게 무지막지한 여자들의 성장담이 궁금했다.”
<멋진 악몽>은 연우의 ‘갱생’ 스토리다. 강효진 감독의 연출작 중 유일하게 직접 쓰지 않은 각본을 갖고 만든다. 처음의 시나리오는 “지나치게 판타지”였다. 천계의 오류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야 하는 연우가 성환(송승헌)의 집에 머무르는 시간도 단 일주일이었다. “5일째 되던 날 연우가 성환과 부부관계까지 맺는 파격적인 설정이었다. ‘이 여자 미친 거 아니야? 아무리 남편이 잘생겼어도 그렇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감독이 대대적으로 뜯어고친 시나리오는 연우가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는 데서 시작한다. “판타지적 요소가 많은 이야기다. 그럴수록 인물은 땅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누나들에게 여성의 심리에 관해 자문도 구했다.” 자연히 <멋진 악몽>의 재미는 뻣뻣한 연우가 다정한 성환과 티격태격하며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나온다. 초반의 설정대로라면 “블루매트 놓고 CG로 다 깔았어야 할” 천계도 현실적인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성환의 직업과 맞물리도록 관공서처럼 꾸몄다. “요즘 구청들은 빽빽하고 세련된 건물이라” 대전에 있는 보건소를 섭외해 찍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부가 된 두 배우의 합이 가장 궁금하다. ‘잘난 여자’ 연우 역에 기막히게 들어맞는 엄정화와 데뷔 이래 최초로 코믹하고 순박한 성환 역을 맡은 송승헌의 앙상블 말이다. “식상한 시도로 비칠까 고민을 많이 했다”는 엄정화는 감독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연우의 말투를 만드는 것”으로 “신선함”을 잡았다. “일할 땐 능수능란해 보이지만 생활하는 데선 불편하고 답답하게 들릴 말투”를 찾았다고 한다. “미혼에 아이도 없어 리딩 때만 해도 아버지 역이 잘 붙지 않던” 송승헌에게선 놀라운 변신을 기대해볼 만하다. “실제로 내가 두 아이의 아빠다. 아이들 앞에서는 내가 상상조차 못했던 말이 절로 나오고, 오버를 하게 되더라. 송승헌씨가 처음엔 오버 액션이 아니겠냐며 불편해하더니 나중엔 개그 의욕이 대단해져서 자꾸 뭘 만들어왔다. 그 정도까지는 원치 않았는데…. (웃음)” 감독의 말대로라면 우린 곧 더욱 ‘사람다워진’ 두 배우의 새 얼굴을 만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