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할머니, 우리 13년 만인가요?
2015-02-24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계춘할망> 창감독

<계춘할망>

출연 윤여정, 김고은 / 제작 지오엔터테인먼트, 퍼플캣츠필름 / 배급 미정 / 개봉 미정

Synopsis 제주도에서 물질하며 금이야 옥이야 딸처럼 키워온 6살 손녀 혜지가 서울에서 실종된다. 계춘 할머니(윤여정)는 손녀(김고은)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13년 만에 손녀와 재회한다. 손녀와 할머니는 13년의 시차를 극복하며 한집 생활을 시작한다.

<표적>이 개봉한 뒤 창감독은 규모 큰 액션영화, 장르영화의 연출 제의를 꽤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웬걸. 창감독이 <표적> 이후 택한 작품은 휴먼 드라마 <계춘할망>이다. <계춘할망>은 창감독이 <표적> 전부터 준비하던 영화. 3년 전쯤, 한 대학의 시나리오극작과 강의를 맡은 창감독은 제자의 졸업작품 시나리오에 눈길이 멎는다. “개인적인 사연과 맞물렸던” 그 시나리오를 창감독은 제자에게서 사들인다. 그것이 지금의 <계춘할망>으로 발전했다. 개인적 사연이란 창감독의 어머니 이야기와 관련 있다. “어머니가 굉장히 늦게, 40대 중•후반에 나를 낳으셨다. 어릴 땐 어머니라는 느낌보다 할머니와 산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사춘기 시절엔 그게 싫었다. 아름이(제자)의 시나리오를 읽기 얼마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할머니와 손녀딸 이야기를 접하는 순간 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농밀하게 영화에 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창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러브홀릭의 <너는> 뮤직비디오에 부모님을 주인공으로 출연시킨 적 있다.)

<계춘할망>은 어릴 적 사고로 잃어버린 손녀딸 혜지(김고은)가 13년 만에 극적으로 할머니(윤여정) 품으로 돌아와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여기엔 가출팸(가출과 가족(Family)의 합성어, 가출 청소년들이 집단을 이뤄 생활하는 것) 문제도 담겨 있고, 무한의 사랑에 관한 얘기도 녹아 있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을 늘 롤모델로 꼽는 창감독은 <계춘할망>이 어쩌면 “<시네마천국>과 닮은” 영화일 수 있다고 귀띔한다. 토토에게 인생을 일깨워준 알프레도가 있었듯, “한 개인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누군가의 존재, 누군가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는 얘기다. 창감독의 전작 <표적>과 <고死: 피의 중간고사>와 비교하면 <계춘할망>의 온도는 상당히 올라갈 것 같다.

그 역시 “굉장히 따뜻한 성장영화가 될 것”이라 말했다. “CF•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에, 공포영화와 액션영화를 연출한 경력 때문에, 스타일을 추구하고 스피디한 편집을 지향하는 감독이라고 사람들이 많이들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두메산골 출신이다. 전라북도 김제군 금산면에서 태어났다. (웃음) 스피디한 것도 좋아하지만 사람들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러면서 창감독은 “<계춘할망>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중,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크랭크인은 3월 말로 계획 중. 주인공 계춘 할머니가 제주도 해녀로 등장하는 까닭에 촬영의 60~70%가량이 제주도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주요 캐스팅은 완료됐다. 90대의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윤여정이 계춘 할머니를 연기하고, 자신의 뜻에 따라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김고은이 손녀 혜지를 연기한다. 할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 작가, 감독, 배우- 이 한데 모여 영화를 만들게 된 점도 어쩐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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