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BIFAN에서 만난 사람들②] <세 친구> 밋지 페어원 감독
2018-07-25
글 : 이주현
사진 : 오계옥
"이루지 못한 꿈, 우정, 삶의 불확실성, 트라우마에 관하여"

<세 친구>는 마약 거래를 하다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 틸다와 페툴라가 어릴 적 친구인 다프네의 음산한 대저택에 들어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피로 물들어가는 여성들의 꿈과 우정은 현실과 환각의 교차로 아찔하고 황홀하게 표현된다. 모델과 배우로 활동해온 밋지 페어원 감독이 장편 데뷔작 <세 친구>를 들고 부천을 찾았다.

-직접 각본을 썼다. 어떻게 구상한 이야기인가.

=역할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늘 흥미로웠다. 아이들이 역할놀이를 하면서 가상의 인물과 세계를 창조하는 것처럼,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현실을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할놀이의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전제에서 공포가 시작된다.

=역할놀이의 규칙은 우리가 살면서 받아들여야 하는 여러 삶의 규칙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일을 하고 인간관계를 맺다보면 좋아하지 않더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영화에선 틸다와 페툴라가 규칙을 따라야 하는 다프네의 대저택에 자발적으로 걸어들어간다. 안전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고 규칙을 택하지만 그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우리는 시스템 속에서 안정감을 찾으려 하지만, 안정감이나 익숙함에 천착하는 게 좋은 일이기만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친구>를 보면서 여성의 감수성이 호러영화를 더욱 황홀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반드시 주인공이 여성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영화는 이루지 못한 꿈, 우정, 삶의 불확실성, 트라우마에 관해 얘기한다. 이런 이야기는 성별을 떠나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다만 <세 친구>의 여자들은 모여서 남자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남자들 앞에서 당당하다. 많은 영화에서 여성들은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연인, 누군가의 엄마라는 역할을 부여받는데, 이 영화에선 그저 자신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여성들을 그리고 싶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촬영과 고전미술과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프로덕션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원래 미술에 관심이 많고, 촬영 전에도 전시장을 많이 다녔다. 르네상스 회화도 보고, 조각과 건축도 감상하고.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을 잘 표현하고 싶어서 업사이드다운 신이나 흑백과 컬러의 전환 등을 활용했다. 프로덕션 디자인의 경우 사이키델릭 원더랜드, 다크 원더랜드를 표현하려 했다.

-모델 활동을 하다가 영화감독이 됐다.

=이탈리아와 뉴욕에서 모델로 10년쯤 일했다. 꼭 영화감독이 되어야지 했던 건 아닌데 지나고 보니 내 삶의 여러 궤적이 영화연출로 귀결되었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고 감상하는 걸 좋아했다. 이번에도 직접 스토리보드를 그렸다. 그러다 이탈리아에서 뉴욕으로 건너와 연극학교에 다녔다. 인간의 마음을 더 알고 싶어서 연극을 배우고 연기를 시작했는데 배우에 적합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드는 일이 정말 행복하다. 이게 내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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