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BIFAN에서 만난 사람들⑤] <백색밀실> 폴 라시드 감독, 배우 쇼나 맥도널드
2018-07-25
글 : 김소미
사진 : 박종덕 (객원기자)
고통스러운 밀실 체험
폴 라시드 감독과 배우 쇼나 맥도널드(왼쪽부터).

호러영화 <디센트>(2005)로 명성을 얻은 배우 쇼나 맥도널드가 영국의 신예 감독 폴 라시드의 <백색밀실>을 통해 생애 처음 SF 장르의 주연에 도전했다. 백색밀실에 갇힌 한 여성이 밖에서 들려오는 온갖 질문과 가혹한 고문에 시달리는 제한적 상황의 설정. <백색밀실>에 관해 폴 라시드 감독은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진실을 다각도로 탐구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근미래의 고립된 영국을 배경으로 내전 상황을 그리는 영화라는 점에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우화로도 읽힌다.

=폴 라시드_ 실제로 브렉시트 사태가 일어난 지 한두달 지난 시점에 시나리오를 썼다. 내가 생각한 건 최악의 경우였다. 가능한 한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을까 상상하며 내전 상황을 그렸다.

-시나리오를 읽고 특별히 어떤 지점에 매력을 느꼈나.

=쇼나 맥도널드_ SF영화에 대한 갈증도 있었고 무엇보다 캐릭터에 설득됐다. 할리우드 장르물에서 여성은 대체로 극에 필요한 기능적 장치인 경우가 많지 않나. 좋은 캐릭터는 젠더를 바꾸었을 때도 디테일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백색밀실>이 그랬다.

-<백색밀실>로 SF 장르에 도전하기 전에도 꾸준히 장르물에 캐스팅되어왔다. 스스로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쇼나 맥도널드_ 내 장점은 신체적으로는 강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연약할 수 있다는 거다. 캐스팅 담당자로선 호러 장르에서만큼은 더이상 검증이 필요없다는 간편한 이유도 있겠지. (웃음)

-사방이 하얗게 처리된 백색밀실의 미장센을 떠올리게 된 계기는.

폴 라시드_ 간결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는 몇몇 SF영화의 미니멀리즘적 미술에 큰 영향을 받았다. 끔찍한 고문이 일어나는 공간인 동시에 영원성이 느껴지는, 두 가지 대조적인 느낌을 구현했다.

-밀실에서 극한의 날씨와 전기, 음파 고문 등 다양한 고통을 겪는다. 신체적으로 극단까지 몰리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나.

쇼나 맥도널드_ 배우는 겉으로 판단되어지는 직업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배우가 실제로 극에 100% 이입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연기의 질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렇게 위험한 컨셉의 촬영을 할 때는 배우가 현장을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고어영화에서 배우들이 어색한 태도를 보인다면 대체로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모르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백색밀실>은 모든 것이 그 반대였고, 덕분에 나 자신을 충분히 던질 수 있었다.

-영화 마지막까지 클로즈업숏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강렬함을 극대화했다.

폴 라시드_ <폰부스>(2002), <베리드>(2010) 같은 영화들이 도움이 됐다. 배우의 얼굴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서 모든 디테일을 살필 수 있는 영화만의 장점을 살렸다.

쇼나 맥도널드_ 배우는 클로즈업숏을 찍으면서 ‘레스 이즈 모어’(Less is More)의 미학을 실감하게 된다. 내면에선 큰 지진이 일어나더라도 밖으로는 아주 작은 눈물 한 방울을 떨어트리는 것, 그게 <백색밀실>에서 다시 깨달은 좋은 연기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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