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18년 총결산②] 올해의 한국영화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의 영화들
2018-12-19
글 : 송경원
오늘의 한국에 화답하라
<클레어의 카메라>

2018년 한국영화는 시대와 조응하는 목소리들로 채워졌다. 항상 자신의 영역과 시간대에서 영화와 공명하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들을 별개로 하고 나면 거의 대부분의 영화들이 과거 아픈 시대를 반추하거나 현재진행형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이야기들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살아남은 아이> <공동정범>처럼 다소 직접적인 접근은 물론이고 <버닝> <1987> <공작>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오늘의 한국에 화답하는 작품들이 고른 지지를 받았다. 그에 따른 결과 중 하나로 평자들의 지지가 확연하게 갈린 것도 특징이다. <씨네21> 기자들은 3위를 차지한 <1987>에 손을 들어준 데 반해 평론가들은 대체로 <버닝>에 지지를 보냈다. 2위를 차지한 신동석 감독의 <살아남은 아이>는 거의 모든 필자들의 고른 지지를 받아 신인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는 드물게 올해의 영화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왕성한 창작력으로 꾸준히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 홍상수 감독의 경우 올해 역시 <풀잎들>과 <클레어의 카메라> 2편의 영화를 선보였고 이에 따라 지지가 분산되어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죄 많은 소녀>

5위와 아주 근소한 차이로 6위에 오른 홍상수 감독의 <클레어의 카메라>는 도리어 평자들의 꾸준한 홍상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다. “‘현재 나는 예술과 사랑이 삶에 가져오는 좋은 변화를 믿고 있다’는 홍상수의 전언”(김혜리)이라 할 만한 이 영화는 “홍상수 영화 세계에서, 감독의 완벽한 통제를 벗어나 영화에 비밀을 더하는 주체로서 김민희의 역할에 주목하게 만든다”.(김혜리)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홍상수의 카메라”(홍수정)는 “다른 사람이 들여다보기만 하는 길을 직접 들어가본다”.(이지현) 7위는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에 돌아갔다. “한국 독립영화 장편 특유의 과장된 위악과 선동성 그리고 억울함을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도 의외로 모든 인물에게 꼼꼼한 이해심을 보여주는”(듀나) 이 영화는 한국 독립영화의 악습관을 영리하게 피해가면서도 “학교라는 소우주로 대변된 이 광기 어린 풍경이 어떤식으로든 우리 세계의 일부로 깊게 새겨져 있다”(김소미)라는 걸 환기시킨다. 8위를 차지한 윤종빈 감독의 <공작>은 “단순한 장르물이나 회고담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 대한 발언력을 지니고 있는 영화”(황진미)라는 점이 선정의 변으로 제시됐다.

<공작>

장률 감독의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9위로 꼽혔다. “잊혀진 도시 군산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역사와 시간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홍은애)으로 “공간의 경계를 넘어, 시간을 유랑하기 시작한 장률의 행보를 마음 놓고 긍정하게 만든다”.(김소미) 10위에는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와 정성일 감독의 <천당의 밤과 안개>가 공동선정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일찍이 본 적 없는, ‘쓸쓸하지만 호방한’ 여성주의적 상상”(황진미)을 선보인 <소공녀>가 다수의 평자들에게 고른 지지를 받은 데 반해 <천당의 밤과 안개>는 숫자는 적었지만 상위권으로 꼽은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순위에 올랐다. “예의를 다하는 이들의 카메라 앞에서, 카메라가 세상을 보고 있는지 세상이 카메라를 보고 있는지 모를 순간이 무심히 열리는”(홍은미) 영화라는 평이다.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활력이 점점 줄어간다는 아쉬운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오늘의 현실과 치열하게 대화하는 영화들은 면면히 이어진다.

한국영화 10선

01. <버닝> 02. <살아남은 아이> 03. <1987> 04. <풀잎들> 05. <공동정범> 06. <클레어의 카메라> 07. <죄 많은 소녀> 08. <공작> 09.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10. <소공녀> <천당의 밤과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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