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18년 총결산⑬] 2018 외국영화 베스트 5
2018-12-19
글 : 송경원
<더 포스트> <팬텀 스레드> <어느 가족> <패터슨>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올해의 외국영화 1위 <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연출작이다. <더 포스트>가 올해의 영화 1위를 차지한 근거는 이걸로 충분한 것 같다.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거장이라는 것을 증명한다”(듀나), “일흔 넘은 영화 장인이 시대성을 읽을 때 탄생한, 그저 감사한 작품”(임수연),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스필버그의 균형감”(장영엽) 등 평자들의 쏟아지는 찬사도 스필버그라는 거장이 안기는 신뢰와 무게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필버그는 2000년 이후 첨단 영상산업의 모험자와 할리우드 클래식의 수호자라는 두 갈래의 행보를 오가고 있다. 할리우드의 긴 역사 속에서도 대중과 예술, 좁힐 수 없는 간극이라고 여겨졌기에 양 갈래 길을 한몸에 담는 이는 스필버그가 유일하다. <더 포스트>는 그중 할리우드 고전영화들의 우아한 속도를 대변하는 영화다. 블록버스터의 맹렬한 돌진보다 한 템포 느리게 걷는 것만으로도 열리는 풍경이 있다. <더 포스트>는 “인물들이 속한 세계의 질서와 정신을 우아하고 적확한 카메라 움직임만으로도 구현해낸다. 고전영화의 진정한 계승자이자 둘도 없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은, 그에게는 하나의 범작일 뿐인데도 황홀함에 정신없이 취하게 만든다”.(홍은미) 거기에 스필버그는 과거를 이야기할 때도 지금 결핍되고 필요한 것들을 뽑아온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에 꼭 필요한 가치를 1970년대 닉슨의 미국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언제나 소재는 과거에서 가져왔고 언론 자유와 페미니즘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소박하고 조심스럽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게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고 딱 맞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듀나)고 할까. “현실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는 스필버그식 강단 있는 화법”(이화정)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힘에 맞서 영화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올해 최선의 현실 미장센”(송형국)을 선보인 <더 포스트>는 “현재진행형의 전설”(임수연)이자 “적시에 도착한 마스터피스”(김소미)다.

올해의 외국영화 2위 <팬텀 스레드>

불안, 위태로움, 전복, 지독함, 희열과 고통. 폴 토머스 앤더슨의 <팬텀 스레드>는 수식하는 단어들마저 범상치 않다. “사랑의 지독한 역학관계를 불가사의한 힘으로 체험케 하는”(홍은미) 이 영화는 “예술과 사랑과 귀기가 뒤섞인 아름다운 작품”(홍수정)이자 “예술가와 뮤즈, 연인간의 권력관계를 전복하는 감각의 영화”(장영엽)다. “미(美)에 대한 불안의 감정이 매우 아름답고도 밀도 있게 표현되어 있으며 아름다움 때문에 숨이 멎을 것 같다는 탄식을 절로 내뱉게 된다. 더불어, 히치콕식 터치가 지닌 고전적 매혹에 관해 내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고개 숙이게 만든다.”(이지현) 올해 만난 영화 중 주제와 스타일이 가장 우아하고 위태롭게 결합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극중 인물들의 팽팽한 감정 싸움에 관객이 어쩔 줄 몰라 하게 하는 연출이 그야말로 압도적이다”.(허남웅) 한편으로 폴 토머스 앤더슨의 자서전이 아닐까 싶을 만큼 자기고백적으로 느껴지는데 “들끓는 정념과 연약한 마음을 파고드는 추체험을 따라가다보면 나와 타자의 자리싸움 속에서 생성되는 희열과 고통을 마주할 수 있다”.(김소미) 아마도 “지금 현재 폴 토머스 앤더슨보다(정신적으로) 섹시한 영화를 만드는 미국 감독은 없”(장영엽)을 것이다.

올해의 외국영화 3위 <어느 가족>

<어느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15년 동안 걸어온 길을 집대성한 영화다. ‘집대성’이라고 부르기는 쉽지만 사실 한편의 영화로 압축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고레에다는 자신의 영화 궤적을 하나 이탈하지 않고 절묘한 균형감각으로 이를 꿰어낸다. “<아무도 모른다>의 서늘함과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의 따스함 사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있다. 그러면서도 기대를 뛰어넘는”(이주현)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집’이 뜨거운 숨결을 내뱉는”(홍수정) 이 영화는 “가족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해체하고 새롭게 정초하는 흔치 않은 경지”(황진미)에 도달한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때 프랑스 매체 <리베라시옹>은 <어느 가족>을 다듬어진 잔혹함과 기표로 둘러싸인 가족연대기라고 표현하며 그가 오즈 야스지로의 실질적인 계승자가 될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이제 그의 이름 앞에 굳이 누구를 수식어로 가져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숙련되고 섬세한 장인의 손길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던 고레에다는 <어느 가족>을 통해 “본인만의 사실적 영화 만들기, 조용한 방식으로 비도덕적인 세계를 고발하는 방식이 최고 경지에 이르렀음을 스스로 증명”(이지현)했다.

올해의 외국영화 4위 <패터슨>

시를 닮은 영화는 많다. 좋은 영화에는 필연적으로 시의 리듬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스로 한편의 시가 되는 영화는 그리 흔치 않다. <패터슨>이 올해의 영화로 꼽힌 이유가 여기 있다. 이 영화는 “시적인 영화가 아니라, 스스로 한편의 시가 되고 세상의 리듬이 되는 고귀한 성품의 영화”(홍은미)이자 ”올해의 운율상을 신설해야 마땅한, 리듬에도 밀도가 있음을 보여준 시”(송형국)다. 짐 자무시는 “사라진 예술가들에 대한 헌사를 통해 현재의 모든 일상 생활자들에게 조용한 예찬을 바치고 결국 반복과 노동의 일상 속에서 부유하는 시상을 건져 올린다”.(김소미) 평자들은 감독의 오랜 필모그래피에서 숙성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패터슨>이 “짐 자무시가 확립한 새로운 영화적 지평”(김소미)이자 “짐 자무시의 최대 걸작”(듀나)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중에서도 “반복되는 나날들과 무표정의 절묘한 만남이 빚어낸 보석이라고 할 만한 애덤 드라이버의 무표정한 연기가 압권이었다”.(홍은애) 그렇게 스스로 시가 된 영화는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마법 같은 힘”(이화정)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위로를 넌지시 전한다.

올해의 외국영화 5위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 대해서는 존경과 헌사로 가득 메워졌다. “바르다라는 영화에 관한 영화. 그 시간, 풍경, 활동까지 모든 것이 감동적이다.”(홍수정) “올해 나온 영화 중 가장 풍요롭고 행복하게 아름다운 영화였고 거장의 현재뿐만 아니라 영화의 확장성과 미래에 대해 곱씹게 했던 작품이다.”(듀나)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을 위대하게 만드는 건 인생과 영화의 길이 다르지 않다는 걸 몸으로 일깨워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은 “한편의 영화에는 감독이 살아온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것을 증명”(홍은애)함으로써 “예술은 삶과 가까이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홍은애)는 사실을 새삼 보여준다. “바르다에게 예술은 일상에서 찾아낸 숭고와 처음 만난 타인에게서 배운 것들을 포착해 광장에 거는 일”(김혜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누벨바그의 거장 아녜스 바르다는 “분열과 대립과 반목이 전세계를 잠식한 이 시대에 노(老)감독은 영화를 통해 직접 나란히 걷는다는 행위가 주는 감동과 가치를 실천”(허남웅)한다. 걸작의 비결은 복잡하지 않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은 곧 우리 자신의 얼굴이자 삶이다. 그 순간들이 화면 위에 솔직하고 성실하게 재현되었을 때, 모든 체험의 시간들이 곧 영화가 된다.

2018 해외영화 베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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