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을 터덜터덜 걷던 사회복지사 백진현 대리(윤혁진)는 맞은편 교가 아래에 들고양이처럼 엉거주춤 웅크려 앉은 사회복무요원 임영진(안은수)과 마주친다. 같은 장소에서 일하고 있지만 공통점이라고는 조금도 없어 보였던 두 인물의 접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결코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던 두 청년은 조금씩 숨겨진 사정과 속내를 서로에게 털어놓는다.
-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진현과 사회복무요원인 영진의 이야기다. 각본을 쓰고 연출하게 된 과정을 들려달라.
= 2018년에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다. 당시 느꼈던 제도의 아이러니를 수필처럼 적어두었다. 그러다 다음해 경상남도 창원의 교량 안에서 3년간 노숙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뉴스로 접했다. 이 사건이 내가 품고 있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출구 같은 역할을 했다. 영화를 쓰면서 내 경험을 영화에 많이 가져왔다.
- 현대미술을 공부했다고.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는.
=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마흔살에 영화감독이 되어 있어야겠다는 꿈이 있었다. 학창 시절 때부터 이시이 가쓰히토나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를 보면서 감독의 꿈을 키웠고, 현대미술을 할 때는 미학 위주로 공부했다가 감독이 되려면 다 잘해야 되겠구나 싶어서 이것저것 해봤다.
- <부모 바보>의 오프닝 타이틀 이후 진현과 영진, 순례의 이름까지 챕터 타이틀로 나오면서 각 인물의 사연을 전한다. 이렇게 연출한 이유는.
= 시나리오로 봤을 때 사람들이 말을 너무 많이 하면 이산화탄소가 가득 차는 느낌이 들지 않나. 어떻게 환기를 할까 하다가 그런 장면을 떠올렸던 것 같다. 이름이라는 건 부모가 제시한 미래 같기도 하고. 그 사람의 사정을 말로 하지 말고 회상으로 만들어볼까 했다.
- 백진현 대리의 대사에는 롱테이크가 많다. 촬영하면서 배우가 힘들어하지는 않았나.
= 대사가 긴 걸 특히 힘들어했다. 그러면서도 대사가 길면 연기 습관이 나올 것 같아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고 일부러 암기도 안 해오더라. 완전히 윤혁진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싶었기 때문에 나도 그 방식에 동의했다. 제일 많이 갔던 테이크는 세번이다. 한번에 끝난 롱테이크 장면도 있는데 동생 얘기를 하는 장면이다.
- 일상적인 장소와 장면을 익스트림 클로즈업과 사운드의 증폭을 통해 비일상적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담고 있다.
= 일상적이고 하찮았던 것들이 점점 새롭게 느껴지는 때가 도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미술 영상을 많이 보는데 이전에 익숙하게 봐왔던 것들을 영화에 실험해보고 싶었다. 영화에 나오는 음악은 모두 직접 작업했다.
- 소셜 리얼리즘과 개성 넘치는 비디오 클립 사이에서 앞으로의 작업은 어디에 더 무게를 둘지 궁금하다.
= 소셜 리얼리즘을 기본으로 영화를 구상하는데 늘 내가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것 같다. 오즈 야스지로나 다르덴쪽을 스타일리시하다고 여겨 두 가지 다 가져갈 것 같다. 최근엔 가제이긴 하지만 <집 간장의 맛>이라는(웃음), 변화에 대한 영화를 구상 중이다. 다음 작품에서도 음악은 무조건 직접 만들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