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플래시 포워드 ‘끝없는 일요일’ 알랭 파로니 감독, 대도시의결핍과 갈망
2023-10-20
글 : 이우빈
사진 : 최성열

“한국의 젊은 관객들은 영화에 대해 상당히 굶주려 있더라.” 첫 장편영화 <끝없는 일요일>을 들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1992년생 이탈리아 감독 알랭 파로니는 영화제 중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를 흥미롭게 회상했다. “해외 영화제에선 대개 첫 장편영화의 현실적인 제작 과정이나 내 개인적인 과거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부산영화제 관객들은 특정 이미지에 대한 의미를 깊게 묻는 편이었다.” 영화제의 관객들이 적절히 질문했듯 <끝없는 일요일>은 감각적인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로마 외곽에서 권태로이 살아가는 세명의 젊은이 알렉스, 브렌다, 케빈이 주인공이다. 방탕히 지내던 이들은 브렌다가 알렉스의 아이를 갖게 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고민하며 앞날을 꿈꾸지만, 현실은 정체되기만 한다. 영화의 제목이 주인공들의 상황을 일축한다. “이탈리아인에게 일요일은 미사와 스포츠, 가족과의 시간 등으로 무척 자유롭고 바쁜 날이다. 그런데 주인공들은 일요일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월요일이 되기를 두려워할 뿐이다.”

영화는 이들의 지리멸렬한 일상을 그리며 로 앵글의 광각렌즈를 주로 사용한다. “세 주인공은 어른이 되길 꿈꾸지만, 여전히 아이들이다. 그들이 어른들의 세상을 아래에서 위로 바라보는 구도를 많이 잡았다. 그 위로 드넓은 하늘이 무심하게 펼쳐져 있는 이미지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와이드한 화면에 덩그러니 놓인 청춘들의 황량함이 커진다. “영화엔 들판에 버려진 개들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들의 처지를 비유하려고도 했다.”

주인공 알렉스는 아버지가 될 준비를 하며 양치기란 직업을 갖게 된다. 세계적 대도시 로마의 2023년 풍경으로는 흔치 않은 설정이다. “실제로 어릴 적 로마의 외곽에서 생활했다. 많은 친구가 일찍 학교를 그만두고 가업을 이어받거나 일용직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대도시이기에 젊은 주인공들의 결핍과 갈망은 더욱 두드러진다. “장대한 역사의 도시, 문화 예술이 꽃피는 중심지이기 때문에 ‘대체 난 뭘 하며 사는 걸까?’란 좌절감이 더 생기기 마련이다.” 또 이들의 좌절감에 한몫하는 것은 스마트폰을 위시한 미디어의 존재다. “스마트폰과 미디어를 통해 전세계의 발전된 모습과 문화를 즐길 수 있기에 외곽 지역의 청소년들은 본인의 상황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알랭 파로니 감독 역시 그런 청소년 중 한명이었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 등 90년대의 아시아 애니메이션, 유럽의 각종 작가주의 영화를 보며 성장”했다는 그는 “나도 큰 세상으로 나가 저런 작품들 같은 나만의 유산을 남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알랭 파로니와 부산의 인연은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성싶다. “아마 청소년기에 내가 느꼈던 감정을 동시대의 한국 관객들도 느꼈고, 내 작품에 더 깊게 공감한 것 같다. 앞으로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부산에 또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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